제주 공항에서 성산 일출봉 쪽으로 가려면 시원한 바다를 보면서 해안도로를 타거나 오름 군락을 지나는 중산간 도로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공항에서 30분 정도를 달리면 국토해양부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비자림로를 만날 수 있습니다.

비자림로는 번영로의 아스팔트 도로를 타고 오다가 갑자기 삼나무 숲길을 만나는 추억을 선사하는 아름다운 도로입니다. 그런데, 이 비자림로 주변의 나무가 지난 8월 2일부터 무참하게 잘려나갔습니다. 이유는 도로를 넓히기 위해서랍니다.

제주도는 관광객 증가와 교통 편의를 위해 도로 확장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비자림로의 교통량은 정체가 될 정도만큼은 아닙니다.

물론 도로이다 보니 정체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사리가 나는 4월 중순부터 5월까지 비자림로 주변에는 고사리를 꺾기 위해 불법으로 주차하는 차량들이 즐비합니다. 불법 주차된 차량을 피하려다 보니 속도를 줄이면서 정체가 됩니다.

간혹 길을 잘못 들어 함부로 불법 유턴을 하거나 주위를 살피지 않고 나오다가 사고가 나기도 합니다.

제주도정이 무리하게 비자림로를 확장하는 이유는 제2공항 때문입니다. 대천동 사거리에서 송당을 거쳐 구좌읍-성산- 제2공항으로 가는 길의 시작이 비자림로입니다. 또한, 비자림로에서 수산 쪽으로 빠지면 곧바로 성산 제2공항으로도 갈 수 있습니다.

제주 제2공항은 위치와 추진 과정 등에 문제가 있어, 일부 도민들은 지금도 반대를 하고 있습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6.13 지방선거 기간에 성산읍을 찾아 제2공항 문제에 대해 소통에 더욱 앞장설 테니 걱정하지 말아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고 불과 두 달 만에 제2공항을 위한 개발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관광객이 증가한다고 관광객이 가고 싶은 아름다운 비자림로를 없애 버리는 이상한 정책은 원희룡 도정의 주먹구구식 정책을 그대로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8월 9일 제주도는 비자림로 확장공사 일시 중단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는 도민의 반대 여론 때문에 취해진 임시 조치에 불과합니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은 제주가 제주다워야 찾습니다. 육지처럼 왕복 4차선 도로가 있다고 제주를 좋다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제주가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곳이어야만 도민도 관광객도 모두 행복하고 다시 찾아오는 곳이 됩니다.

누구를 위해 나무를 베고, 도로를 넓혀야 하는지, 원희룡 도지사는 스스로 고민하고 제주도민에게 해법을 구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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