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도민 여론조사 관련 신문광고
▲제주 제2공항 도민 여론조사 관련 신문광고

설 연휴 이후 제주 제2공항 건설 찬성과 반대를 묻는 여론조사가 실시됩니다. 

제2공항 여론조사는 제주도와 제주도의회의 요청으로 제주도기자협회 소속 9개 언론사(KBS, MBC, JIBS, KCTV, CBS, 연합뉴스, 제민일보, 제주일보, 한라일보)가 컨소시엄으로 진행합니다. 

여론조사는 전문기관 2곳에 의뢰해 각각 제주도민 2000여명과 성산읍 주민 500명을 대상으로 '제2공항 건설'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묻게 됩니다. 설 연휴가 끝나는 15일부터 17일까지 조사하고, 18일 발표할 예정입니다. 

제주도민들이 제2공항 건설을 두고 여론조사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2공항 건설 갈등, 도민들의 삶을 무너뜨리다 

▲ 1990년 4월 = 교통부, 제주권 신국제공항 개발 타당성 조사

▲ 2007년 12월 = 이명박 대통령 공약으로 제주 신공항 개발사업 채택

▲ 2011년 1월 = 제4차 정부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2011∼2015) 고시

▲ 2010년 6월∼2012년 4월 = 제주도, 제주공항 개발구상 연구용역 시행(국토연구원)

▲ 2012년 12월 = 박근혜 대통령 공약으로 제주 공항 인프라 확충 채택

▲ 2013년 8월∼2014년 9월 = 국토교통부, 제주 항공수요조사 연구용역 시행(한국항공대)

▲ 2014년 12월∼2015년 6월 = 제주국제공항 포화대책 단기 대책 수립

▲ 2014년 10월∼2015년 11월 = 국토교통부, 제주 공항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검토 연구용역 시행

▲ 2015년 11월 10일 = 국토교통부 제2공항 건설 계획 발표. 입지, 신산·온평리 결정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국토교통부는 서귀포시 성산읍에 제2공항을 짓겠다고 발표합니다. 이때부터 도민들 사이에서는 제2공항 찬반을 두고 엄청난 갈등을 빚기 시작합니다. 

찬성 측은 제주공항 포화와 관광 산업과 경제 활성화를 내세웠고, 반대 측은 개발 광풍과 과잉 관광으로 인한 환경 파괴와 삶의 질 저하, 미래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제2공항 건설 발표로 제주는 또다시 부동산 투기 광풍이 불었고, 비자림로 갈등처럼 자연 보전과 개발 찬성으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제주는 4.3 사건의 아픈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념 갈등'을 통해 집단 학살이 발생했고, 서로에 대한 미움과 갈등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불씨로 남아 있습니다. 

제2공항 갈등을 가리켜 제2의 4.3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도민들은 서로를 적대시하고 외면하고 있습니다. 제2공항 예정지인 성산읍 주민들 사이에서는 집안끼리도 왕래를 끊는 등 공동체의 파괴가 심각해졌습니다. 

개발과 환경 보전을 놓고 도민 사이에서 일어나는 충돌과 갈등은 중재와 합의가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그러자 도민 사회에서는 주민들에게 직접 찬반 의견을 물어 제2공항 건설을 결정하자는 여론이 만들어졌습니다. 

제2공항 여론조사는 '숙의형 공론조사' 

처음에는 제2공항 건설을 '주민투표'로 결정하자는 제안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국토부가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라고 못을 박으면서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설사 주민투표를 한다고 해도 도민들의 투표 참여가 3분의 1 이상 넘지 않으면 법적으로 개표를 할 수 없고, 코로나 19 상황에서 투표소 운영은 위험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제주도와 도의회, 도민들은 여론조사를 통해 찬반 의견을 묻자고 최종 합의했습니다. 

▲2020년 10월 21일 제주도청 앞에서 열린 도민의겸 수렴 촉구 집회 ⓒ 제2공항 강행 저지 비상도민회의
▲2020년 10월 21일 제주도청 앞에서 열린 도민의겸 수렴 촉구 집회 ⓒ 제2공항 강행 저지 비상도민회의

이번 여론조사는 지방자치에 맞게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숙의형 공론조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제주에서는 제2공항을 두고 수많은 여론조사와, 토론회 등이 열렸습니다. 도민들은 공항 건설 관련 다양한 정보를 사전에 접할 수 있었습니다.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충분히 찬반 갈등을 겪었기 때문에 마지막 여론조사를 통해 도민들이 결정하는 일만 남은 셈입니다. 

여론조사 문제점은 없나?... 모두가 수용하는 마음으로 

▲제2공항 건설 여론조사 이후 국토부 의사 결정에 대해 응답자 65.1%가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야 한다고 응답했다. KBS제주방송총국이 여론조사전문기관 디오피니언에 의뢰해 지난 24일부터 이틀 동안 제주지역 만 18살 이상 남녀 810명을 대상으로 유선과 휴대전화로 시행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플러스마이너스 3.4% 포인트, 응답률은 28.3% ⓒ제주KBS 캡처 
▲제2공항 건설 여론조사 이후 국토부 의사 결정에 대해 응답자 65.1%가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야 한다고 응답했다. KBS제주방송총국이 여론조사전문기관 디오피니언에 의뢰해 지난 24일부터 이틀 동안 제주지역 만 18살 이상 남녀 810명을 대상으로 유선과 휴대전화로 시행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플러스마이너스 3.4% 포인트, 응답률은 28.3% ⓒ제주KBS 캡처 

제주 도민들은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추진된 제주녹지국제병원 개설을 놓고 '제주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를 통해  불허 결정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원희룡 도지사는 공론화 결정을 무시하고 영리병원을 강행하면서 또다시 갈등을 빚기도 했습니다. 

제2공항 찬반 여론조사도  ▲국토부가 도민 결정에 따를 것인가 ▲ 2500여명의 조사로 충분한가. ▲오차 범위 이내로 결과가 나올 경우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동안 제2공항을 반대했던 시민 단체 측은 찬성 결과가 나와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다만,  여론조사 과정에서 관권 개입이나 행정력을 동원하지 말고, 다수 도민이 찬성할 경우라는 전제 조건을 달았습니다. 

제2공항을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측 모두 이번 여론조사로 결정된다며 전화 응답에 적극 참여해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제2공항 건설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할 중대한 시기입니다. 국토부는 제주 도민들의 의견을 적극 정책에 반영해야 하며, 제주 도정도 결과에 승복해야 할 것입니다. 

오랜 시간 갈등을 빚어온 제2공항 문제, 현실적인 방안으로 여론조사가 선택된 만큼 모두가 결과를 수용해야 합니다.

제주도민들은 제2공항 문제로 충분히 아파했고 갈등을 겪었습니다. 이제 도민의 결정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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