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4일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원피스를 입고 국회 본회의에 출석했습니다. 류 의원의 옷차림에 대해 언론은 앞다퉈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그런데 기사들의 제목과 내용을 보면 이게 '정치' 기사인지 흥미위주의 가십 기사인지 구분이 가지 않습니다.

청소년에게 노출하기 부적절한 기사들 

▲8월 5일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류호정 의원 원피스 관련 기사. 제목을 그대로 네이버 검색창에 입력하면 청소년에게 노출하기 부적절한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8월 5일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류호정 의원 원피스 관련 기사. 제목을 그대로 네이버 검색창에 입력하면 청소년에게 노출하기 부적절한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8월 5일 <조선일보>는 "류호정 분홍원피스 입고 등원에..'티켓다방이냐' 도 넘은 비난"으로 <중앙일보>는 "류호정 분홍원피스 등원에, 與지지자 '룸싸롱 새끼마담' 막말"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습니다. (중앙일보는 나중에 제목 수정)

조선과 중앙일보가 올린 제목 그대로 네이버에 검색했습니다. '청소년에게 노출하기 부적절한 검색 결과 제외'라는 검색 설명이 붙었습니다. 그만큼 제목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단어가 아닙니다.

언론사가 제목에 사용한 단어들은 류호정 의원 옷차림에 대한 일부 댓글에서 나온 표현들입니다.  언론은 댓글을 비판하면서 스스로 제목에 성희롱 단어와 막말을 복사해 붙이는 이중적인 보도 태도를 취합니다.

언론의 이런 보도 행태는 자극적인 제목 장사를 통해 오히려 여성 비하, 혐오표현을 조장하고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원피스 가격이 국민의 알 권리인가? 

▲8월 5일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올린 류호정 의원 원피스 가격 및 브랜드 관련 기사
▲8월 5일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올린 류호정 의원 원피스 가격 및 브랜드 관련 기사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친절하게도 류호정 의원이 입은 원피스가 어느 브랜드인지 가격이 얼마인지를 취재(?)해서 기사로 내보냈습니다.

보통 이런 기사는 연예기사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보도 행태입니다. 연예인의 경우 패션도 하나의 콘텐츠이기에 가능하지만, 도대체 류호정 의원의 원피스 가격과 브랜드가 왜 정치 기사로 올라와야만 할까요? 류 의원의 원피스 가격이 국민들의 알 권리에 해당될까요?

언론은 류 의원의 원피스가 논란이라고 보도하면서 클릭만 유도할 수 있다면 어떤 내용이라도 상관없이 보도하고 있습니다.

황색저널리즘의 끝판왕 

▲중앙일보의 류호정 의원 화보 기사(좌) 2013년 중앙일보의 박근헤 대통령 패션 특집 기사들
▲중앙일보의 류호정 의원 화보 기사(좌) 2013년 중앙일보의 박근헤 대통령 패션 특집 기사들


<중앙일보>는 '화보'라며 류호정 의원의 옷차림을 보도합니다. 이 기사를 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패션을 집중 보도했던 <중앙일보>의 기사들이 떠오릅니다.

국민들이 류호정 의원의 옷차림에 크게 관심을 기울일 시대는 아닙니다. 언론들이 앞다퉈 보도하면서 포털사이트를 장악하고, 관련해서 댓글을 달리면 또다시 언론에 노출되는 행태가 반복되면서 논란이 커졌습니다.

박 전 대통령 패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언론이 실황중계하듯 보도하니, 박 전 대통령이 오늘은 무슨 옷을 입었는지 모를 수가 없었습니다. (관련기사: 박근혜 패션은 찬양했던 중앙일보, 김정숙 여사는 조롱)
'황색 언론, 옐로 저널리즘'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하여 본능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흥미 위주의 선정적인 내용을 주로 다루는 보도

'빽바지' 17년만에 '분홍 원피스' 논란 (조선일보)
‘류호정 원피스’ 뭐길래? 8만원대 국내브랜드 “완판” (국민일보)
[TF이슈] "무슨 상관" vs "오빠 외쳐봐라"…류호정 '원피스'가 왜? (더팩트)

하루 사이 네이버 뉴스에 '류호정 원피스'에 관련한 기사만 167건이 나왔습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자사 온라인 사이트에만 각각 11건 9건의 기사를 올렸습니다.

과연 류호정 의원의 원피스가 이럴 정도의 중요한 정치 기사인지는 아마도 기사를 쓴 기자들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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