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6일 중앙일보 온라인판에는 '김정숙 여사 ‘샤넬 재킷’이 불편한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프랑스 파리를 국빈 방문 중인 김정숙 여사의 패션을 비난한 내용입니다.
기사는 서두부터 '김정숙 여사의 패션 외교를 두고 일각에선 곱지 않은 시선이 나왔다'라고 말을 꺼냅니다. 문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 사람이 강용석 변호사와 류여해 전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이라는 점입니다.
강용석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같은 옷 다른 느낌 ㅋㅋㅋ'이라며 김정숙 여사를 조롱하는 듯한 글과 사진을 올렸고, 류여해 전 최고위원은 'OO가서 옷 빌려 달라고 해봅시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중앙일보 채혜선 기자는 두 사람이 노골적으로 김정숙 여사를 비난하고 조롱하려고 페북에 올린 글만 가지고 곱지 않다는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강용석 변호사와 류여해 전 최고위원의 조롱이 김정숙 여사의 패션을 비판할 근거가 될 수 있을까요? 언론이 두 사람의 페이스북 글을 보도할 가치가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박근혜 패션을 찬양했던 '중앙일보'
중앙일보의 과거 기사를 봐도 근거 없는 주장으로 기사를 작성한 사례가 여러 건 있습니다. 특히 박근혜씨에 대한 패션은 거의 맹목적인 찬양 수준에 가까웠습니다.
중앙일보는 박근혜씨가 대통령이 되기 전인 2011년에도 '박근혜 특사 패션...외국 정상에 대한 예의'라는 제목으로 박씨의 패션을 중심으로 신뢰와 원칙을 지키는 정치인으로 포장했습니다.
2013년 1월 '송호근 칼럼, 박근혜와 패션'에서는 같은 디자인의 옷을 입는 박근혜씨를 가리켜 '일단 결정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간다는 결기정치'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심지어 '하얀 원피스에…'女고생 박근혜' 패션 센스'라며 박근혜씨가 고등학생 때 입은 옷까지도 꺼내서 대통령 당선인 시기의 그녀를 치켜세우기도 했습니다.
중앙일보는 박근혜 패션이 오히려 알려진다면 '패션 아이콘'이 된다거나 '박근혜 브로치'가 인기라는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여기에 더 나아가 박씨의 방중 패션으로 중국 시장에서 한국 옷으로 제대로 장사할 수 있다는 최병오 회장의 인터뷰를 싣기고 했습니다.
중앙일보는 박근혜씨의 패션을 가리켜 '컬러 정치'라 칭했고, 전문가들은 앞다퉈 그녀를 포장했습니다. 마치 1인 독재 체제 시절에 박정희를 찬양했던 뉴스와 흡사했습니다.
박근혜, 초선의원 시절부터 강남 부유층, 연예인 등 상위 1%가 이용 의상실 이용
언론은 박근혜씨가 검소하게 옷을 입고 다녔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1998년부터 박씨의 옷을 제작했던 의상제작자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초선의원 시절부터 강남 부유층과 연예인 등 상위 1%가 오는 곳에서 옷을 맞췄다고 밝혔습니다.
의상 제작자는 박근혜씨가 한 벌에 100~150만 원 정도에 옷을 1년에 10벌가량 가량 맞췄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대통령 의상 비용은 최순실씨가 냈다고 밝혔습니다.
박근혜씨의 의상비 관련 정보공개 소송에서 당시 청와대는 개인이 부담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뉴스타파는 박근혜 대통령의 재산은 계속 늘어났으며, 1억 원 이상의 옷과 가방, 구두 비용이 지급된 흔적은 없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도대체 박씨가 재임시절 입었던 수백 벌의 옷은 누구 돈으로 지출했을까요? 검찰 조사 결과 박근혜씨는 취임 직후인 2013년 5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남재준 당시 국정원장에게 요구해 매달 현금 5천만 원씩 6억 원을 챙긴 혐의가 있었습니다.
박근혜씨는 전직 국정원장들로부터 모두 33억 원을 받았고, 그중 15억 원이 박씨의 지시에 따라 최순실씨 등과 사용했던 차명폰 요금, 삼성동 사저관리비, 기치료, 운동치료, 3인방 관리비 등 사적으로 쓴 것이 드러났습니다.
나머지 18억 원은 청와대 금고에 있었는데, 이 중 일부가 최순실씨로 넘어가 의상실 운영비로 쓰였습니다. 결국, 박씨의 의상비는 국정원 특활비인 셈입니다.
김정숙 여사, 공식 행사 때 입는 정장, 홈쇼핑서 10만 원대 제품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극우 보수 쪽에서는 김정숙 여사의 의상비가 단 4개월 만에 5억이라며 의상비를 공개하라고 주장했습니다.
2017년 10월 9일 청와대는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김정숙 여사가 지난 10여 년간 즐겨 입던 옷을 자주 입는다'라고 밝혔습니다.
청와대는 김정숙 여사의 의상은 "홈쇼핑, 기성복, 맞춤복을 다양하게 구입하고 필요하면 직접 수선도 해 입는다"며 "공식행사 때 입는 흰색 정장은 모 홈쇼핑에서 구입한 10만원 대 제품"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박근혜 정권 당시 대통령의 패션을 보도하는 언론 행태와 지금의 언론 보도는 확연하게 차이가 납니다.
당시 중앙일보를 비롯해 언론이 얼마나 박근혜씨의 패션 외교를 보도했는지, 중앙일보 논술위원조차 '요즘 우린 박 대통령이 매일 무슨 옷을 입는지 저절로 알게 된다. 언론매체들이 실황중계하듯 알려주어서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중앙일보가 김정숙 여사를 조롱하는 사람들의 페이스북 글만 가지고 기사를 쓰는 자체가 가짜뉴스를 확산하는 동시에 반성도 책임도 지지 않는 언론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아이엠피터(임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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