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불법을 저지르며 선거제 개혁안과 공수처 신설 패스트트랙 지정을 막고 있던 지난 4월 26일, 사개특위가 열리는 2층 회의장에 앞에 드러누웠던 나경원 원내대표가 갑자기 일어났습니다.

나경원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계단을 통해 5층으로 올라갔습니다.  당직자로부터 513호라는 얘기를 들은 나경원 원내대표는 보좌관으로 보이는 여성과 함께 복도를 정말 미친 듯이 뛰었습니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정개특위가 열리는 회의장이었습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정개특위가 열리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 그렇게 열심히 뛴 것입니다.

카메라를 들고 나경원 원내대표를 따라다니면서 든 생각은 과연 이들이 국민을 위해서도 이토록 열심히 뛰어본 적이 있었는가 하는 물음이었습니다. 그러나 언론은 나경원 원내대표의 이런 열심(?)에 찬사를 보냈습니다.

나경원의 패션 변화? 박근혜 패션 기사와 흡사했다.

▲(좌)2019년 4월 30일 <머니투데이> 나경원 의원 패션 관련 기사 (우) 2013년 <동아일보> 박근혜 대통령 패션 특집 기사
▲(좌)2019년 4월 30일 <머니투데이> 나경원 의원 패션 관련 기사 (우) 2013년 <동아일보> 박근혜 대통령 패션 특집 기사


4월 30일 <머니투데이> 마아라 기자는 '패스트트랙 정국 속…'나다르크' 나경원의 패션 변화'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나경원 원내대표를 '나다르크'라는 별명을 얻고 있으며 '정치계 패셔니스타'라고 칭합니다.

마 기자는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입은 셔츠와 슈트, 심지어 신발과 시계까지 어떤 색상의 옷을 입고 착용했는지 아주 세세하게 보도합니다.

<머니투데이>기사를 읽다 보니, 2013년 <동아일보>가 보도한 '박근혜 패션 프로젝트'라는 특집 기사가 떠올랐습니다. 당시 <동아일보>도 박근혜 대통령의 패션을 자세히 소개했었습니다.

도대체 패스트트랙 정국과 나경원 원내대표의 패션과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동아일보>가 보도한 '유명 디자이너 대신 입이 무거운 개인 디자이너'가 나중에 국정농단 최순실과 연관이 있는 것처럼 나경원 원내대표도 뭔가 있나요?

패션을 통해 정치인을 스타로 만드는 기법은 언론이 정치인을 띄어줄 때 주로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물론 반대인 경우도 있습니다. (연관기사:박근혜 패션은 찬양했던 중앙일보, 김정숙 여사는 조롱)

평상시 정치인 여러 명의 패션을 비교하는 것도 아니고, 국회선진화법을 위반하는 자유한국당 때문에 국회가 난장판이 됐던 시점에서 굳이 패션 관련 기사가 필요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나비어천가? 박비어천가와 똑같았다.

▲2019년 4월 29 <TV조선>보도본부 핫라인 프로그램에 나온 나경원 자유한국당 대표 자막과 2011년 <TV조선> 개국기념 박근혜 의원 특집 인터뷰 자막 ⓒTV조선 화면 캡처
▲2019년 4월 29 <TV조선>보도본부 핫라인 프로그램에 나온 나경원 자유한국당 대표 자막과 2011년 <TV조선> 개국기념 박근혜 의원 특집 인터뷰 자막 ⓒTV조선 화면 캡처


지난 4월 29일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에서는 나경원 원내대표의 활약상(?)을 아래와 같은 자막으로 표현했습니다.
'쇠지렛대 든 나경원... 엘리트 정치인에서 투사로'
'한국당 의원 "나경원, 하루에 30분도 안 자"
'나경원, 육탄전으로 민주당 막아내고 눈시울 붉혀'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나경원 원내대표를 마치 투사처럼 묘사한 <TV조선>을 보면 2011년 개국기념 박근혜 당시 의원과의 인터뷰에서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라는 자막을 내보냈던 낯 뜨거운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때와 별 차이 없는 아부성 자막입니다.

<TV조선>만 보면 나경원 원내대표가 마치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했던 독립투사나 독재정권에서 민주화투사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국회선진화법을 어긴 범죄자로 고발이 된 상황입니다.

언론은 양비론을 버리고, 폭력 사태 책임은 자유한국당에 있다고 보도해야 

▲<동아일보> 4월 27일 사설. 여당과 자유한국당이 모두 잘못했다는 양비론으로 보도했다. ⓒ동아일보 PDF
▲<동아일보> 4월 27일 사설. 여당과 자유한국당이 모두 잘못했다는 양비론으로 보도했다. ⓒ동아일보 PDF


언론은 중립을 지키며 객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이번 패스트트랙 정국에서도 여당도 자유한국당도 모두 잘못했다는 식의 '양비론'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국회의원을 감금하고 법안을 탈취해 파손하고, 팩스를 부수고, 회의장을 점거하는 폭력 사태의 책임은 모두 자유한국당에 있었습니다. 명백한 사실 앞에서 '양비론'으로 보도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오히려 언론이 이번 사태를 양비론으로 보도하면서 국민들로 하여금 '정치 혐오'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언론이 가야 할 길을 제대로 가지 못해 발생하는 폐단입니다.

패스트트랙은 법안이 통과된 것이 아닙니다. 최장 330일 동안 토론과 합의를 통해 수정될 수도 있는 합리적인 민주주의 절차입니다.

자유한국당은 '정당이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배하면 정부가 정당 해산을 청구할 수도 있다'라고 명시돼 있는 헌법의 중요한 항목을 위반한 것입니다.

언론이 정치인을 어떻게 촬영하고 보도하느냐에 따라 투사도 범죄자도 될 수 있습니다. 최소한 불법을 저지른 국회의원을 투사로 포장하는 일만큼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유튜브에서 바로보기: 나경원 의원이 국회에서 미친 듯이 뛰어다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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