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설날마다 한복을 입기 싫어하는 에순양, 올해는 어쩐 일인지 아침부터 얌전히 머리도 묶고 한복도 곱게 차려입습니다.

설날의 하이라이트 세배가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세배가 아니라 세뱃돈이 목적입니다.

세뱃돈을 받는 에순양의 얼굴을 보니, 입가에 미소가 끊이지 않습니다. 그만큼 좋은가 봅니다.

엄마에게 세뱃돈을 맡기지 않는 아이들 



세배가 끝났으니 세뱃돈이 얼마나 들어왔는지 꼼꼼히 살펴봅니다. 큰아버지와 작은아버지, 큰 당숙과 작은 당숙까지, 어른들에게 받은 봉투가 제법 많습니다.

세뱃돈 봉투를 모두 열어 현금만 모아봅니다. 에순양은 돈 계산도 할 줄 아는 초등학교 3학년입니다. 그런데도 엄마는 굳이 세뱃돈을 계산해주겠다고 합니다.

엄마와 함께 세뱃돈을 다 세어보니 십만 원도 넘습니다. 여기에 통장으로 들어온 세뱃돈까지 모아 보니 부자가 된 것 같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엄마는 세뱃돈이 너무 큰 액수니 맡겨 놓으라고 합니다. 나중에 필요할 때 주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올해는 엄마의 말을 믿지 않습니다.

작년 설날에 받은 세뱃돈을 달라고 했다가, 엄마에게 벌써 다 썼다는 황당한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에순양은 예년과 달리 올해는 세뱃돈이 정확히 얼마 남아있는지 엄마에게 계속 확인합니다. 만약 돈이 없어지면 모두 엄마 책임이라는 말도 합니다.

요돌군은 봉투를 아예 엄마에게 보여주지도 않습니다. 약간의 현금만 지갑에 넣고 나머지는 엄마 몰래 숨겼습니다.

세뱃돈이 뭔가요? 떡국만 먹어도 즐거웠던 에순양 



엄마에게 세뱃돈을 더는 맡기지 않으려는 에순양은 어릴 때는 세뱃돈이 뭔지도 잘 몰랐습니다. 오히려 에순양은 봉투만 받으면 엄마에게 쪼르르 달려가 주기도 했습니다. 그래야 엄마가 좋아했거든요.

에순양에게 설날은 맛있는 떡국이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날에 불과했습니다.

요돌군도 천 원짜리만 보여주고, 나머지는 엄마가 맡아줄게 하면 그만이었습니다. 요돌군과 에순양은 받았던 세뱃돈이 얼마인지도 잘 몰랐습니다.

그렇게 요돌군과 에순양의 세뱃돈은 가장 믿을 수 있는 엄마의 주머니로 몽땅 들어갔습니다.

서울에 왔으니 우리도 돈이 필요해요. 



요돌군이 세뱃돈을 챙기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입니다.  아빠가 용돈을 주면서 '네가 필요한 것은 용돈을 모아서 사라'고 했습니다. 세뱃돈도 용돈이니 챙겨야 했습니다.

덩달아 에순양도 엄마에게 맡기되 매번 얼마인지 물어봅니다. 서울에 오면 먹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아 돈을 써야 했기 때문입니다.

에순양은 먹고 싶은 게 참 많습니다. 냉면은 매일 같이 먹어도 질리지가 않습니다. TV에서나 봤던 에그 타르트도 꼭 먹고 싶었습니다.

요새 한창 빠져 있는 슬라임 카페도 가고, 유튜버도 만나 사진도 찍었습니다. 읍내 마트에서는 볼 수 없는 예쁜 머리핀도 샀습니다.

'다음에 사줄게'라는 말을 달고 살았던 아빠와 엄마는 '내 세뱃돈으로 살 거야'라는 말에 이제는 세뱃돈을 맡아 놓을 수 없게 됐습니다.



요돌군은 받은 세뱃돈을 주로 먹는 걸로 씁니다. 제주에 있을 때는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는 음식을 서울에 오면 마음껏 먹을 수 있습니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먹었던 서브웨이 샌드위치도 먹습니다. 혹시 주문을 잘못했을까 봐 반으로 잘라온 샌드위치가 30센티가 맞는지도 확인해봅니다.

아빠가 사주지 않는 배달 음식도 '내 세뱃돈으로 사 먹자'라고 하면서 제주에서는 쓰지 못했던 배달앱으로 직접 주문도 합니다.

손흥민 선수의 백넘버가 있는 폰케이스도 샀습니다. 손흥민 선수 폰케이스는 꼭 갖고 싶었지만, 아빠가 휴대폰을 구입할 때 공짜로 줬던 케이스가 있다며 사주지 않았습니다.

세뱃돈을 엄마에게 맡기지 않고, 갖고 있기를 잘한 것 같습니다.

엄마에게 맡겼던 그 많던 세뱃돈은 다 어디로 갔나?

▲2019년 1월  '아이엠피터TV를 후원해주신 후원자와 1월 1일부터 31일까지 펀딩 입금자 명단.
▲2019년 1월  '아이엠피터TV를 후원해주신 후원자와 1월 1일부터 31일까지 펀딩 입금자 명단.


글을 쓰면서 후원으로만 살고 있는 아빠의 통장 잔고는 비어 있을 때가 많습니다. 엄마는 생활비가 없으면 아이들의 세뱃돈을 곶감 빼먹듯이 빼서, 마트에 가서 장을 봤습니다.

급하게 내야 하는 공과금이나 월세도 할아버지나 외할머니가 목돈으로 주셨던 일 년 치 용돈으로 충당한 적도 많습니다.

아빠는 고기가 먹고 싶다고 해도 아껴야 한다며 잘 사주지 않습니다. 간혹 고기를 사줘도 후원금으로 먹는 거니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며 몇 번이나 말합니다.

아빠는 '어디 가서 아쉬운 소리 하지 않고 당당하게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쓸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후원자 때문이다'라고 합니다. 아빠에게 가장 든든한 것은 후원자 분들이었습니다.



모처럼 방학이라 서울에 와도 아빠는 국회나 박물관 같은 곳만 가지, 롯데월드나 에버랜드는 가지 않습니다. 입장료만 비싸고 겨울이라 탈 것도 별로 없다고 합니다.

제주에서 차를 갖고 왔지만, 타지 않고 할아버지 집에 세워 놓기만 합니다. 주차비가 비싸다며 지하철이나 버스만 탑니다.

집에서는 먹지 못했던 서울에서만 파는 음식을 먹자고 해도, 할머니가 차려주신 밥이 제일 맛있다고만 합니다.

아빠는 자꾸 집에 빨리 가자고 합니다. 서울에 있으면 자꾸 배달 음식을 시켜 먹어 돈이 많이 든다고 투덜댑니다. 하지만 요돌군과 에순양은 전화만 하면 음식이 배달되는 서울에 더 있고 싶습니다. 방학이 더 길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요돌군과 에순양이 '우리 세뱃돈 다 어딨어?'라고 물어보면 항상 엄마는 '너희들 먹는 걸로 다 썼다'고 합니다.

요돌군의 키가 중학교 1학년인데 180센티가 넘는 것을 보면,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부자는 아니더라도 아빠를 도와주시는 분들도 있고, 잘 먹고 잘 크는 요돌군과 에순양도 있어, 아빠는 무척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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