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2일 제주도청은 '가락시장 제주산 양배추 하차거래 경매 1년간 잠정 유예 검토 약속'이라는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제주산 양배추 하차거래 경매 방식을 1년에 한해 유예하고 2019년산부터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는 내용입니다.

그동안 가락시장은 농산물을 화물차에 실은 채 경매를 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농산물을 하차한 뒤 팰릿에 쌓아 경매를 합니다. 이럴 경우 포장비용이 들어가고 차에 실을 수 있는 양은 줄어 농민들의 물류비용 부담이 더 늘어납니다.

특히 물류비가 타 시도에 비해 비싼 제주 농민들은 가락시장의 하차거래 방식에 반대를 해왔습니다. 양배추 출하시기를 앞둔 제주에서는 가락시장으로의 출하를 전면 중단하겠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원희룡 지사는 11일 서울에 올라가 박원순 시장과 만났고, 1년 유예라며 자신의 성과를 보도자료로 배포한 것입니다.

서울시, 가락시장 하차경매 1년 유예 사실이 아니다 

▲제주도의 보도자료와 뉴스 보도 직후 곧바로 나온 서울시 해명자료. 양배추 하차거래 1년 유예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서울시
▲제주도의 보도자료와 뉴스 보도 직후 곧바로 나온 서울시 해명자료. 양배추 하차거래 1년 유예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서울시


제주 농민들은 보도자료를 근거로 보도된 <'연 40억 추가 부담' 제주 양배추 가락시장 하차 경매 1년 유예> 소식에 올해는 한숨을 돌렸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다음날 서울시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제주산 양배추 하차경매를 1년 동안 유예하기로 약속한 사실이 없다'라며 해명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서울시는 '제주산 양배추 하차거래를 유예할 경우 기존에 정착된 제주산 다른 품목(무, 양파) 출하자에 대한 형평성이 어긋난다'라며 '서울시는 가락시장 차상거래 품목에 대한 하차거래의 원칙과 기준을 지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진실공방, 누가 거짓말을 했는가? 

▲11월 11일 서울시청 시장실에서 만난 원희룔 제주 도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 당시 자리에는 농수산물 담당 서울시 공무원이나 관계자는 없었다. ⓒ제주도청
▲11월 11일 서울시청 시장실에서 만난 원희룔 제주 도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 당시 자리에는 농수산물 담당 서울시 공무원이나 관계자는 없었다. ⓒ제주도청


제주에서는 서울시의 해명자료가 나온 뒤 난리가 났습니다. 뉴스 보도까지 나왔는데, 도대체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진실공방까지 벌어졌습니다.

사실은 이랬습니다.

11일 원희룡 지사는 이우철 농축산식품국장, 김승철 소통혁신정책관 등과 함께 서울 시청을 방문해 박원순 시장을 만났습니다.

그러나 이 자리에는 담당 공무원이나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관계자는 없었습니다. 그저 박원순 시장의 수행보좌관만 있었을 뿐입니다.

이날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하는 일이라 최종 결정은 하지 못하고 검토는 지시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원희룡 제주 지사와 도청 공무원들은 3일 뒤에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과 만나기로 약속을 잡고 내려옵니다.

종합해보면 박원순 시장은 원희룡 지사와 만난 자리에서 하차경매 유예를 검토해보라는 지시를 내리겠다고 약속을 했지, 유예를 결정한 사실은 없었습니다.

결국, 원희룡 도지사도 제주의회 도정질문에서 "서울시의 보도자료는 하차경매 유예를 검토만 했지, 유예를 결정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말만 따지면 그것도 맞다"라고 답했습니다.

불신감만 안겨준 성급했던 보도자료 배포

▲11월 16일 제주도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일부 농가에 한해 양배추 하차거래를 내년 4월까지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제주도청
▲11월 16일 제주도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일부 농가에 한해 양배추 하차거래를 내년 4월까지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제주도청


지난 11월 16일 김경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과 안동우 제주특별자치도 정무부지사, 김학종 애월양배추생산자협의회장은 제주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산 제주양배추 하차거래경매, 1년간 일부 유예'를 발표했습니다.

일부 유예 대상은 전년 기준 가락시장에 양배추를 출하한 제주 271곳 농가 중 고령, 영세농으로, 이들 농가에 한해서는 내년 4월까지 상차거래 방식을 유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12월 15일부터 모든 제주산 양배추 거래방식이 하차거래였지만, 그래도 일부라도 상차거래 방식을 유지했으니 성공이라고 봐야 할까요?

만약 유예 대상이 됐다면 그나마 낫겠지만, 해당되지 않는 농가라면 출하를 앞둔 바쁜 시기에 두 번이나 헛된 희망을 품은 꼴이 됐습니다.

제주도청과 원희룡 지사는 박원순 시장을 만나 검토를 약속받았고 3일 뒤에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렇다면 모든 협의가 끝난 뒤에 결과를 보도자료로 배포했으면 됩니다. 그러나 모든 제주산 양배추가 유예받은 것처럼 성급하게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원희룡 제주 지사는 하차거래 일부 유예를 통해 어찌어찌 체면은 챙긴 모양새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제주 도지사의 말은 믿을게 못된다는 불신만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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