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미디어 언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가난한 1인미디어의 오아시스였다.

2017년 2월 18일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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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시민기자, 가난한 1인미디어의 오아시스였다.

오마이뉴스에 시민기자로 처음 기사를 작성한 날은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인 2002년이었습니다. 기사 제목은 <말 많고 탈 많은 ‘한인회’, 무엇이 문제인가>. 미국에 거주하면서 겪었던 한인회의 문제점을 지적한 글이었습니다.

그때는 나름으로 열심히 썼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읽으면 ‘이것을 기사라고 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형편없었습니다. 가끔은 삭제하고 싶지만, 여전히 오마이뉴스에 기사로 남아 있습니다.

단순 주장을 밋밋하게 썼던 2002년의 글과 현재 오마이뉴스에 올리는 기사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당시는 주관적인 생각이 대부분이었다면, 지금은 다양한 자료를 먼저 배치해 독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려고 합니다.

저는 2002년부터 블로그에 정치, 시사 관련 글을 쓰면서 동시에 오마이뉴스에도 송고하고 있습니다. 14년 동안 ‘정치블로거’, ‘1인미디어’, ‘시민기자’라는 다양한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취재하고 글을 쓰는지 그 과정을 소개합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권자 눈높이에 맞는 정확한 정보’ 

▲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 말이지, 유권자에게 모든 정보를 알려주는 거야. 정보가 없거나 잘못된 정보가 제공될 때 끔직한 결론이 나올 수 있어.” 언론이야기를 다룬 미드 ‘뉴스룸’ 중에서

2002년부터 글을 쓰면서 항상 고민해왔던 것은 ‘왜 내 눈높이로 알려주는 정보는 없을까?’였습니다. 시민과 독자들은 언론을 통해 획득한 정보로 정치를 이해하고, 정치인을 알고 투표해야 하는 유권자입니다.

하루에도 수천 개의 뉴스가 쏟아집니다. 대부분의 뉴스는 언론사 고유의 기사 쓰기 방식으로 작성됩니다. 정작 뉴스를 읽는 독자나 유권자가 원하는 내용과 정보가 아닙니다. 정부 기관의 입장을 받아쓰거나 언론사 사주가 원하는 방향의 내용이 담긴 기사도 있습니다.

단순한 사건 보도는 유권자의 입장에서 필요한 본질을 알려 주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최순실과 그의 딸 정유라가 10조 원대 은닉 재산이 있다는 정황을 한 언론사가 보도하면, 다른 언론사들은 이를 근거로 얼마나 많은 은닉 재산이 있는지를 추측해 앞다퉈 보도합니다. 하지만 최순실 일가의 재산을 제대로 환수할 법적 시스템이 대한민국에 있는지, 위헌 소지가 있는지는 자세히 알려주지 않습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권력자와 그 측근들의 재산 은닉은 항상 존재했습니다. 유권자에게 필요한 진짜 정보는 돈을 얼마나 은닉했는지가 아니라, 법적 처벌과 환수할 수 있는 방식과 문제점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잘못된 법을 개선하고 부족한 법을 제정하기 위한 여론을 만드는 것이 언론의 몫이라고 봅니다.

‘사건의 구성을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의 제공

사건 전후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연결된 사건이 무엇인지, 전체적으로 사건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를 모르면 진실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여 독자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입니다.

하나의 사건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자료와 정보에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왜 필요한지 아래 자료 수집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제2의 새마을운동’ 발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각종 새마을운동 자료 및 당시 국가기록원 영상, 통계청 자료, 신문기사, 연구 논문 등이 필요했다.

① 박근혜 대통령 ‘제2의 새마을 운동 제안’- 왜 박근혜는 새마을운동을 강조했을까?- 대통령의 의도 파악(시작)
② 새마을운동의 배경- 개인의 재산과 무상 노동력으로 완성된 새마을운동- 연도별 새마을운동 재원 자료, 당시 쌍용시멘트 김성곤 회장과 박정희와의 관계.
③ 새마을운동으로 발생한 사회 문제점- 농촌 이농 현상으로 망가진 한국사회- 농촌과 도시가구소득비교, 농가지출과 대출금 현황, 수도권 인구집중 추이.
④ 새마을운동을 강조한 이유- 박정희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새마을운동- 새마을운동 마을별 승급 기준, 지원내역, 선거와 새마을운동과의 관계.
⑤ 새마을운동의 기원- 새마을운동의 원조는 일본- 조선총독부의 ‘아타라시이 무라 츠쿠리’, 새마을지도자들이 받았던 대통령 각하 하사품과 훈장, 유신에 불타는 새마을운동의 기수 결의문.
⑥ 박정희와 박근혜는 정치적 도구로 새마을운동을 활용했다.(결론)

박근혜 대통령이 ‘제2의 새마을운동’을 강조했던 발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1970년대 새마을운동의 실태를 조사한 자료와 당시 시대의 기록물들을 봐야 합니다. 이 자료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새마을운동을 전개하기 위해 박근혜정부가 얼마나 세금을 쏟아붓고 있는지도 파악해야 합니다.

보통의 기자들이 한 편의 기사를 쓰기 위해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거나 취재하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매일 여러 편의 기사를 작성해서 송고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랜 시간 한 편의 글에만 매달려 자료를 조사할 시간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일은 독자들의 수준이 높아진 지금 시대에 필요한 방식 중의 하나입니다. 어쩌면 그런 면에서 정치블로거나 시민기자와 같은 1인 미디어들이 살아남는 시대가 된 셈입니다.

‘아니 기자도 아니면서 왜 취재해요? 도대체 당신 정체가 뭐야’

‘정치블로거-1인 미디어’ 활동을 하면서 블로그에 글을 쓸 때와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송고할 때와의 가장 큰 차이는 언론사 특유의 형식을 요구한다는 점입니다. 사건을 보도하면서 상대방의 반론을 꼭 넣어야 한다는 부분은 시민기자 활동을 위축시키는 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편집부: “기자님, 이 사건에서 OO도청의 반론이 빠졌으니 넣어 주세요”
시민기자: “음…. 네, 알겠습니다.”
시민기자: “안녕하세요. 제가 OO 사건에 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 대한 OO도청의 입장을 들으려고 합니다. 담당자 계신가요?”
OO도청: “누구신데요?”
시민기자: “네, 저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OOO이라고 합니다.”
OO도청: “시민기자요? 기자에요? 어디 매체인가요?. 기자증 있어요?”
시민기자:”오마이뉴스에 글을 쓰는 시민 기자입니다. 기자증은 없습니다.”
OO도청: “아니, 기자도 아니면서 왜 취재를 하려고 합니까?”

담당자의 퉁명스러운 말투와 경계 속에서 장시간 시민기자가 무엇인지, 1인 미디어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설명을 하다 보면 ‘상투적인 반론 하나 듣자고 이런 짓을 해야 하나’라는 자괴감이 들기도 합니다.

▲ 정보공개 청구는 공식적인 자료와 답변을 확보하는 가장 쉬운 방법 중의 하나이다.

10년 넘게 글을 쓰다 보면 요령이 생겼습니다. 가장 쉬운 방식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답변을 공식적인 문서와 자료로 받는 것입니다. 시간은 걸릴지라도 굳이 시시콜콜 누구인지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료를 받고 담당자와 통화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반론이나 해명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자료가 없거나 미비하면 이의신청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습니다.

시대가 변해 1인미디어, 시민기자를 인정하고 바라보는 시민들은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관공서나 기업들은 기자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무시합니다. 이런 상황이라고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온라인으로 찾거나 얻을 수 있는 자료를 중심으로 취재하고, 공식적인 민원 게시판 등을 이용해도 기사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가난한 독립저널리스트에게는 오아시스’ 

▲2013년에 ‘오마이뉴스’로부터 받은 특별상

며칠 전 ‘올해의 게릴라’로 선정됐다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2013년 오마이뉴스에 블로그 글을 링크하면서 받았던 ‘오마이 특별상’ 이후 두 번째입니다.

아이엠피터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지 14년이 됐습니다. 이 시간 동안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글을 송고하다보니 ‘임병도 기자’로 아는 사람도 제법 있습니다.

글을 쓰면서 하나의 플랫폼에 매달리면 특유의 습관이나 아집이 생길 수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에 글을 송고하면서 블로거나 1인 미디어로 가질 수 있는 폐쇄적인 글 작성이나 데스킹(편집자로부터 조언이나 확인을 받는 시스템)을 받지 못하는 아집을 조금을 방지하거나 수정할 수 있었습니다.

글쓰기나 예비 기자, 시민 기자들을 상대로 강의할 때마다 오마이뉴스와의 관계를 얘기합니다.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글을 읽어주는 독자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글만 좋다면 시민기자의 글이라도 배치하는 오마이뉴스 시스템은 충분히 활용할 만 합니다.

▲2017년 2월 17일 오마이뉴스가 주는 ‘올해의 뉴스게릴라상’을 받았다. 오마이뉴스가 시민기자에게 주는 가장 큰 상이기도 하다. 물론 아내는 상보다는 상금이 얼마인지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여기에 부가적으로 따라오는 원고료는 가난한 저널리스트에게는 오아시스와도 같습니다. 일부에서는 오마이뉴스 원고료가 적다고 합니다. 당연히 만족할 수준은 아닙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비인기 1인미디어의 기사를 게재하고 원고료까지 주는 곳은 이마저도 없습니다.

밀리지 않고 원고료를 제때 지급해주는 오마이뉴스 때문에 아내는 집안의 가계를 꾸려나갔습니다. 간혹 받는 오마이뉴스의 상금으로 아이들이 갖고 싶은 자전거나 장난감도 사줄 수 있었습니다.

1인미디어들이 활동하다가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가 경제적인 문제입니다. 누군가는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꿈을 가졌다면 감수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합니다. 그러나 가정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조차 없다면 버틸 수가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오마이뉴스는 1인미디어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생존의 필요한 돈을 마련할 수 있는 창구일 수도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를 대하는 소극적인 태도 버려야’ 

▲2013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전국투어 제주 모임 사진, 제주지역 시민기자와 오마이뉴스 기자들이 함께 했다.

오마이뉴스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모토를 가지고 창간됐으며, 시민기자가 참여하는 언론으로는 유일하게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좋은 제도이지만, 개선해야 할 점은 남아있습니다. 특히 기성 언론보다 시민기자에게 더 엄격한 잣대와 기준을 들이대는 소극적인 태도는 버려야 합니다.

시민기자의 글이 언론의 틀에 맞지 않는다고 잘못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시대의 흐름이자 독자가 원하는 방향일 수도 있습니다. 시민기자의 기사를 트집 잡는 정부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위배한 것이지, 시민기자의 잘못은 아닙니다.  시민기자와 오마이뉴스가 함께 힘을 합쳐 법의 개선 등을 통해 바꾸어야 할 과제이기도 합니다.

오마이뉴스의 대표적인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는 오마이TV와 시민기자의 협력도 충분히 모색해야 할 시기입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는 8만 4천 명이 넘습니다. 이제 글과 기사보다는 영상 취재를 하는 시민기자가 늘어났습니다. 영상 취재를 하는 시민기자와 시작하려는 예비 기자 등을 어떻게 활용하고 협력을 모색할지 고민하고 손을 뻗어야 합니다.

여론은 살아 숨 쉬는 생물입니다. 누군가가 움직여 만들어진다고 해도 소셜미디어가 강세를 보이는 시대에서는 어렵습니다. 여론을 움직이는 시민들이 함께 모인 오마이뉴스가 시민기자를 다시 한 번  제대로 활용한다면 ‘시민저널리즘’의 발전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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