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로 대파((大破)하자"... 번뜩이는 총선 정치밈들
고물가·런종섭·입틀막 등 이슈 파이팅 앞장서... 어떤 이미지가 주목받나

▲오토바이를 탄 시민이 대파를 들고 있는 모습 ⓒ인터넷커뮤니티 갈무리 
▲오토바이를 탄 시민이 대파를 들고 있는 모습 ⓒ인터넷커뮤니티 갈무리 

대파를 들고 있는 한 시민의 사진.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입니다. 시민이 대파를 들고 있는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대파 한 단 가격을 가리켜 "875원은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말한 이후 '현실 물정을 모르는 대통령'이라는 비판 여론이 거세졌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 20일 인천 유세현장에서 대파를 들고 "850원짜리 (대파를) 봤느냐. 이게 5000원"이라면서 "관심이 없어서 무식해서 그렇다"고 대통령을 직격했습니다. 25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에서 열린 수입농산물철폐 전국농민자대표자대회에서도 일부 참가자들이 대파를 들고 구호를 외쳤습니다.

비싸진 대파가 정치의 현장에서 목격되는 건 인터넷에 도는 '밈(meme)' 덕분이기도 합니다. 이들이 밈을 현실에서 직접 표현한 것이죠. 정치 관련 온라인 게시물엔 유난히 '밈' '짤방' 등의 패러디가 많습니다. 자신들의 의견을 밈·짤방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겁니다. 4.10 총선을 앞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주목받는 정치 밈이나 짤방을 정리해봤습니다

"사과 한 입" - "투표로 대파하자" 

▲사과와 대파 가격이 높은 것을 겨냥해 만들어진 이미지들 ⓒ인터넷커뮤니티 갈무리 
▲사과와 대파 가격이 높은 것을 겨냥해 만들어진 이미지들 ⓒ인터넷커뮤니티 갈무리 

"2024년 시급 9,860원. 당신의 1시간으로 살 수 있는 사과 한 알. 어쩌면 사과 한 입이 될 수 있습니다. 꼭 투표하세요!, 당신의 한 표가 당신의 삶이니까요..."

한 입 베어 먹은 사과 이미지에 담긴 글귀입니다. 사과 이미지는 애플 CI와 비슷해보이기도 합니다. 고물가 서민고 이슈를 표현한 이미지입니다. 사과가 베어 먹힌 자국을 자세히 보면 윤 대통령 얼굴 실루엣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투표로 대파하자!"라는 구호가 담긴 이미지도 흥행 중입니다. 대파 한 단 가격이 4000원인데 윤 대통령이 875원을 운운한 것을 두고 "국민 기만 물가 조작"이라는 힐난을 담았습니다. 투표를 통해 심판하자는 의미입니다. 대파의 동음이의어인 대파(大破, 크게 부서짐)를 활용했습니다. 

▲영화포스터를 패러디한 이미지들 ⓒ인터넷커뮤니티 갈무리 
▲영화포스터를 패러디한 이미지들 ⓒ인터넷커뮤니티 갈무리 

이번 총선 국면에선 영화 포스터를 패러디한 이미지들도 나왔습니다.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받다가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출국한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을 겨냥한 '종섭'이라는 이미지는 영화 <파묘> 포스터를 패러디했습니다. 특히 "채상병 사건 파면 팔수록 역한 것이 나온다"란 문구를 두고 '영화 속 대사보다 더 잘 어울린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민주당 부대변인으로 경남 밀양시의령군함안군창녕군에 출마한 우서영 후보는 영화 <밀양> 포스터에 나오는 배우 전도연씨와 비슷한 의상과 헤어스타일을 하고 같은 자세로 앉아 있는 이미지를 선보였습니다. 영화 <밀양>과 출마 지역구 중 하나인 밀양을 연결지은 것입니다.

경기 수원무에 출마하는 엄태영 민주당 후보는 영화 <아저씨>를 패러디했습니다. 수원시장 출신인 엄 후보를 "수원 잘 아는 아저씨"라고 표현한 포스터를 선거 홍보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몰빵론 그리고 이순신-이토 히로부미 구도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 유행하는 이미지들  ⓒ인터넷커뮤니티 갈무리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 유행하는 이미지들  ⓒ인터넷커뮤니티 갈무리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이미지들도 있습니다. '더불어 몰빵'이라며 빵 그림이 있는 이미지입니다. 이는 '지역구는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는 더불어민주연합에 투표하자'는 '더불어몰빵론'을 표현한 것입니다.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민주당에선 '더불어몰빵론'을 연일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역을 방문한 이재명 대표에게 '몰빵론'을 상징하는 빵을 전달하는 모습도 자주 보입니다.

"일번이냐, 일본이냐"는 민주당 경기도당에서 제작한 홍보물입로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좌측에는 민주당을 뜻하는 파란색과 1번을 마치 칼처럼 들고 있는 이순신 장군이 있고, 우측에는 빨간색 배경에 이토 히로부미와 일본이(2)냐란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는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을 철거하려고 해 친일 논란에 중심에 섰습니다. 여기에 올해 3.1절 기념식 행사 배경 문구인 '자유를 향한 위대한 여정, 대한민국 만세'를 세로로 읽으면 '자위대'가 된다는 '세로 드립' 사진이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입틀막 챌린지'에 이어 "디올 말고..."

▲조국혁신당의 입틀막 첼리지 포스터와 지지자가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조국 대표 이미지 ⓒ페이스북 갈무리 
▲조국혁신당의 입틀막 첼리지 포스터와 지지자가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조국 대표 이미지 ⓒ페이스북 갈무리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정치 이슈를 확산시키려는 움직임도 있었습니다. 조국혁신당은 대통령경호실이 시민들의 입을 틀어막는 과잉경호를 겨냥해 '입틀막 챌린지'를 했습니다.

조국혁신당에서 비례대표 7번을 받은 가수 리아(본명 김재원)씨는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누군가의 입을 막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정신과 인격을 짓밟는 것이며 자신의 주장 내지는 견해 이외의 다른 사람의 주장이나 견해는 존중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오로지 'MY WAY(마이 웨이)'가 가장 옳고 무조건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에 따르지 않는다면 이렇게 될 것이라는 경고를 폭력으로써 드러낸 것"이라고 했습니다. 김 후보 역시 '입틀막 챌린지' 동참을 호소했습니다. 

4.10 총선 후보자 등록이 마감되고 정당별로 기호가 확정되자 이를 홍보하는 이미지들도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그중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조국혁신당입니다. 조국 대표가 앉아 있는 사진에 "DIOR(디올) 말고 9UCCI"(디올 말고 9찍)이라는 문구가 있는 이미지는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을 저격하는 동시에 조국혁신당 기호 9번에 투표하라는 의미로 읽힙니다. 조국 대표도 이미지를 공유하면서 "누가 만드셨을지?"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국민의힘 지지층 사이에서 회자되는 밈이나 짤방의 경우엔, '종북 세력' 등의 색깔론이 가미된 이미지 혹은 국민의힘 중앙당 제작 카드뉴스 이미지, 보수성향 유튜브 콘텐츠의 섬네일 등이 주를 이뤘습니다.  

이제 선거에서 '밈' '짤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 것처럼 큰 영향력을 미칩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허위 정보와 사실을 유포할 경우 공직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다면 신중을 기할 것을 당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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