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 사곡역→박정희생가역 추진
이준석 "박정희 이름 붙인다고 관광수요 늘지 않아"
김장호 구미시장 "아이디어 달라, 인천공항→박정희공항처럼'

구미시가 사곡역을 '박정희생가역', '정수역', 새마을역' 등으로 역명을 개정하겠다고 나섰다. 

이준석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관련된 기사를 링크한 뒤 "진영역이 "노무현 생가역"이 되지 않은 것처럼 사곡역이 박정희 생가역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 전 대표는 반대하는 이유로 두 가지를 내세웠다. 첫 째는 KTX정차역도 아니고 전철역에 이름을 붙이는 것은 박정희 대통령을 예우하는 사람이라면 안 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역 이름에 박정희 대통령 이름을 붙인다고 관광수요나 방문객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청도새마을휴게소'에 관광객이 오지 않은 것과 비슷한 문제라고 했다. 

이준석 전 대표가 페이스북에 박정희생가역을 반대하고 난 뒤 김장호 구미시장도 글을 올렸다. 

김 시장은 "박정희 대통령님은 대한민국을 지금의 초경제 강대국으로 끌어올리신 위대한 지도자로서 구미의 자산이자 구미시민들의 자부심입니다."라며 "구미로서는 위대한 지도자의 뜻과 정신을 후대에게 이어줘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라고 했다. 

이어 "이 전 대표님께 부탁한다"며 "위대한 지도자에 대한 국가차원의 예우를 위해 좋은 아이디어를 추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고 했다. 그는 말미에 "예를 들어 인천공항을 박정희공항으로"라고 했다. 

정치인 이름 딴 인명(人名) 공항... 한국에서 가능할까?

▲전 세계적으로 정치인의 이름을 사용하는 공항 리스트 ⓒ대한항공뉴스룸
▲전 세계적으로 정치인의 이름을 사용하는 공항 리스트 ⓒ대한항공뉴스룸

전 세계 공항 중 사람의 이름을 딴 인명(人名) 공항은 의외로 많다. 그중에서 정치인이 제일 많다.

특히 미국에는 가장 유명한 뉴욕의 존 F. 케네디 공항을 시작으로 조지 부시(휴스턴), 로널드 레이건(워싱턴), 에이브러햄 링컨(스프링필드) ,하츠필드-잭슨(애틀랜타), 테드 스티븐스(앵커리지), 매캐런(패러다이스), 라과디아(뉴욕), 안토니오 B, 원 팻(괌) 등이 있다. 

프랑스의 샤를 드골 공항을 비롯해 마닐라에는 니노이 아키노, 뉴델리 인디라 간디, 테헤란의 이암 호메이니 등도 있다.

이런 식으로 한국에서도 김장호 구미시장의 말처럼 인천공항을 박정희공항으로 개명할 수 있다. 문제는 지속성이다.

대만 타오위안국제공항의 이름은 대만 초대 총통이었던 장제스의 이름을 딴 '장제스국제공항'이었다. 이후 2004년 민주진보당이 집권하면서 '타이완 타오위안국제공항'으로 바뀌었다. 2008년 국민당이 재집권하면서 장제스 공항으로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대한민국에서는 불가능한 정치인 인명공항·역

▲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오후 경북 구미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대통령실
▲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오후 경북 구미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대통령실

우리나라에서 정치인의 이름을 딴 인명공항이나 역은 어렵다. 아니 불가능하다. 가장 첫 번째 이유는 호불호가 너무 갈린다. 

김장호 구미시장처럼 박정희를 위대한 지도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독재자라며 그를 싫어하는 국민들도 많다. 

두 번째는 지자체장이 추진하기에는 만만치 않은 일이다. 단순히 구미시에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역은 구미에 있지만 대구권 광역전철역으로 국가철도공단을 거쳐 국토교통부 역명심의위원회를 통과해야 한다. 

단순히 구미시의회를 통과하면 박정희생가역이 되는 시스템이라면 가능하겠지만, 국토교통부 등을 거친다면 전반적인 여론을 무시할 수 없다. 구미시 단체장이나 통장협의회 등은 찬성하겠지만 다른 지역 국민들은 반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사곡역이 '박정희생가역'으로 바뀔 경우 관광지가 아닌 혐오의 대상으로 바뀔 수도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이준석 전 대표와 김장호 구미시장의 때아닌 박정희생가역 논쟁 관련 기사에는 많은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 '독재자', '주민의견' 이라는 키워드였다. 

'박정희생가역'은 박정희에 대한 향수가 남아있는 구미 시민들이나 보수 성향의 노령층에게는 흠모와 추모의 공간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박정희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거나 그가 누군지 관심이 없는 젊은이들에게는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쓸데없는 짓으로 치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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