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하철 대면서비스 노동자 40% 이상 인격무시·폭언 피해
청소노동자, 성희롱·성추행 빈번하게 경험
부산지하철노조, 피해 직원 보호 방안 마련 촉구

 

지하철에서 근무하면서 승객을 직접으로 만나는 대면서비스 노동자들은 항상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지난 2019년 부산 지하철역에서는 만취한 여성이 역무실에 난입해 근무하는 역무원을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폭행을 당했던 역무원은 "역무실 안에 차량을 제어할 수 있는 장비들이 있었다. 혹시 잘못 조작되면 진짜 큰 일 날 수 있어 필사적으로 막았다"고 했습니다. 

지난 7월 부산 4호선 동래역에서 만취 여성이 승강장에 있는 시민들을 괴롭히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만취 여성은 출동한 직원들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도망가는 시민을 따라 미남역까지 쫓아갔습니다. 

미남역에서도 직원이 나와 만취 여성을 제지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여성은 역무원의 뺨을 때리는 등 폭행을 가했습니다. 

당시 만취 여성은 2003년생이라고 주장했지만, 경찰 조사를 통해 2007년생 중학교 2학년 학생으로 밝혀졌습니다. 

피해 역무원은 "고객을 대할 때 저 승객이 나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트라우마가 남았다. 잘 때 (그 사건이) 꼭 생각난다. 그래서 잠을 잘 못 이룬다"며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이어 "(지하철) 주취자들이 하는 레퍼토리가 있다. 자기가 낸 세금으로 너희가 일하니 받아줘야 한다는 편견이다. 고객이니 우리도 잘해야 하지만 직원은 스트레스 해소용이 아니다"며 "우리도 가족도 있고 가정도 있는 직원들 일 뿐이다. 좋게 봐달라"며 폭행과 폭언을 하지 말아 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9월 14일 부산노동권익센터와 부산지하철노동조합은 부산시의회 중회의실에서 "부산도시철도 감정노동 실태 및 정책 방안 마련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남원철 부산지하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감정노동자법이 시행된 2018년부터 올해 9월까지 부산지하철 대면서비스 노동자들은 157건의 폭행과 폭언을 경험했다"고 밝혔습니다. 

직종별로는 역무원이 137건으로 가장 많았고, 안전운행 요원 5건, 환경사(청소노동자) 3건 순이었습니다. 

환경사는 대부분 여성입니다. 이들은 밤늦은 시간에 청소를 하러 열차에 들어가면 주취자들의 성희롱과 성폭행 시도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부산지하철노동조합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40%가 넘는 조합원들이 매월 인격무시와 업무방해, 폭언 등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부산지하철노동조합 
▲부산지하철노동조합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40%가 넘는 조합원들이 매월 인격무시와 업무방해, 폭언 등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부산지하철노동조합 

부산지하철노동조합은 올해 7월 올해 7월 대면서비스노동자 실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808명 조합원 중 40% 이상은 지난 1년 간 '인격무시', '업무방해', '폭언' 등 감정노동 피해를 월 1회 이상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지난 1년 간 폭행 7.6%, 성희롱은 6.3%가 노출된 적이 있다고 응답해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남원철 수석부위원장은 "철도안전법 제78조 1항 및 제49조 2항에는 ‘누구든지 폭행·협박으로 철도종사자의 직무집행을 방해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되었지만, 사법권이 없는 지하철 노동자는 폭행·협박에 대한 최소한의 방어권 행사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오히려 폭행을 행사한 승객이 먼저 119에 신고하거나 민원을 제기한다. 특히 '쌍방 폭행' 등을 우려해 적극적 대응이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부산지하철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의 80%가  회사와 노조의 지원에 대해 없거나 모른다고 응답했다"면서 "대면서비스 노동자들을 총괄하는 전담부서와 업무 매뉴얼을 만들고 폭행에 대한 무관용 법적 대응과 소송 지원이 있었야 한다"며 부산시와 시의회, 부산교통공사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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