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형 대학병원들의 기부금 수익은 크게 증가했지만, 취약층을 위한 의료사회사업비는 줄어들거나 제자리걸음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최근 3년간 (2017년~2019년) 대학병원의 의료사회사업비 및 기부금 수익현황 ⓒ고영인 의원실 제공
▲최근 3년간 (2017년~2019년) 대학병원의 의료사회사업비 및 기부금 수익현황 ⓒ고영인 의원실 제공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고영인 의원(안산단원갑, 더불어민주당)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전국 76개 대학병원의 기부금은 약 1362억으로 전년도 대비 5%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의료사회사업비는  2017년 258억보다 7%로 줄어든 240억만 지출했습니다.

2019년 기부금은 1552억으로 17년 대비 20% 증가했지만,  의료사회사업비는 고작 4%에 그쳤습니다. 기부금은 273억 증가했지만, 의료사회사업비는 12억만 늘어난 셈입니다.

최근 3년간 자료만 보면 전국대학병원들이 기부금은 더 받으면서 의료사회사업비에는 인색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부금 받고도 의료사회사업비는 0원  

▲2019년 기부금 수익 상위 10개 대학병원의 기부금 수익 대비 의료사회사업비 비율 ⓒ고영인 의원실 제공
▲2019년 기부금 수익 상위 10개 대학병원의 기부금 수익 대비 의료사회사업비 비율 ⓒ고영인 의원실 제공


2019년 기부금 상위 10개 대학병원을 봐도 의료사회사업비 비율은 극히 낮았습니다.

기부금 수익 순위 3위인 부산대학교 병원은 약 122억을 받고 2%인 3억만 의료사회사업비로 지출했습니다. 5위 전남대학교병원은 약 69억 중 4%인 약 3억, 원광대학병원은 약 50억 중 2%인 9천만원만 의료사회사업비로 사용했습니다.

아예 의료사회사업비가 0원인 곳도 10곳이나 됐습니다. 한양대학교병원은 약 28억의 기부금 수익을 올렸지만, 의료사회사업비에는 단 한 푼도 쓰지 않았습니다.

이외 을지학원을지대학교병원(18억), 한림대학교성심병원(14억), 한양대학교구리병원(8억) 등도 모두 의료사회사업비가 0원이었습니다.

공익적 용도의 기부금? 대학병원, 리베이트 수사에 "재단 기부금일 뿐"



대학병원 기부금은 연구, 병원 건축, 장학, 의료사회사업비 (취약층 의료비 지원) 등이 있습니다. 목적이 뚜렷한 기부금의 경우 용도에 맞게 사용되는 것이 맞지만, 대학병원 발전기금이나 일반 기부금의 경우 취약층 의료비 지원을 염두에 둔 기부금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의료사회사업비가 기부금 대비 적다면 기부자들의 후원이나 목적에 위배된 행동입니다.

일부 대학병원들이 기부금 대비 의료사회사업비에 소극적인 이유 중의 하나는 리베이트성 기부금도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0년 공정거래위원회는 병원건물 신축이나 부지 매입 명목 등으로 거액의 기부금을 받은 연세의료원·서울대병원·아주대의료원·가톨릭중앙의료원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5억5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2013년 검찰이 6개 대형 대학병원(세브란스병원, 고대안암병원, 건국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원광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의 리베이트 혐의 수사에 들어가자 병원들은 "학교 재단 기부금을 병원 리베이트로 볼 수 없지 않느냐"며 반발했습니다.

2016년 김영란법이 시행되자 대학병원들은 기부금이 줄어들 수 있다며 우려했습니다. 보통 병원 고액 기부자들은 빠른 검사와 입원, 무료 건강검진과 주차 편의, VIP라운지 혜택 등이 주어졌는데, 김영란법 시행으로 더 이상 제공할 수 없어지면서 기부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대형 대학병원들은 기부금을 모금한 뒤 병원 건물 신축 등 외형적인 부분에만 집중 투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삼성이나 현대와 같은 대기업들은 사회복지재단을 운영하면서 자신들이 운영하는 병원에 기부금을 몰아주기도 합니다.

수익 사업을 하는 대학병원이 기부금을 모금하는 행위가 정당한지, 기부금은 제대로 사용되는지에 대한 감시와 감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고영인 의원은 “전국 76개 대학병원의 기부액이 해마다 증가하는 상황에서, 의료사회사업비의 축소 또는 제자리걸음은 결국 의료사회사업의 축소를 의미한다.”라며 “지금부터라도 대학병원들은 기부금이 모이게 된 취지를 고려하여, 증가하는 기부금 수익만큼이나 사회사업비 비중을 늘리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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