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3일 오전 10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이인영 통일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개최했습니다.

청문회가 시작하기 전 입장하는 이인영 후보자의 표정은 굳어 보였습니다.  인사청문회에서 쏟아질 질문과 공격에 대한 압박감은  아무리 4선 의원 출신이라도 쉽게 넘기기는 힘들어 보였습니다.

인사청문회가 열린 국회 본청 401호는 굉장히 좁았습니다. 전날 열렸던 문체위 청문회와 비교하면 위원들도 다닥다닥 붙어 있었고, 취재진도 몰려 이동 자체가 힘들었습니다. 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입장하면서 취재진을 피해 고개를 숙이고 겨우겨우 자리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원내대표 출신 4선 의원 후보자였지만 통합당 의원들의 이인영 후보자를 향한 공격은 거침이 없었습니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사람은 태영호 통합당 의원이었습니다.

탈북자 출신 태영호 의원, 사상 전향했느냐? 

 

통합당 태영호 의원은 총선에서 받은 네거티브 공격이 "태영호는 빨갱이다. 사상검증 안 됐다."라며 이인영 후보자도 이런 말을 들어봤냐고 물었습니다. 이 후보자는 "정권이 공개적으로 용공세력으로 지목했던 시절이 있었다"고 답변했습니다.

태 의원은 "제가 김일성 주체사상 원조 맞죠?"라고 물은 뒤 "북한에서는 남한에 주체사상 신봉자가 많다. 전대협 조직이 있는데 전대협 조직성원들은 매일 아침 김일성 초상화 앞에서 남조선을 미제의 식민지로부터 해방하기 위한 충성의 의지를 다진다"고 말했습니다.

한 마디로 운동권 출신 이인영 후보자가 김일성 주체사상을 신봉했던 소위 말하는 '빨갱이'가 아니냐는 뉘앙스였습니다. 태 의원은 자신은 사상전향을 했는데, 이 후보자도 했는지 집요하게 물었습니다.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 그러면 제가 추가 질문드리겠습니다. 이런 겁니다. 제가 대한민국에 와서 많은 사람들이 저보고 사상 전향했느냐 계속 물어봅니다. 그런데 저는 아직...제가 이번에 이걸 준비하면서 후보자의 삶의 궤적을 많이 들여다봤는데. 언제 어디서 또 어떻게 사상전향을 했는가 이걸 제가 찾지 못했어요. 그래서 저 같은 사람은 이렇게 했습니다. 대한민국에 와서 저는 대한민국 만세 저는 이렇게 불렀어요. 그래서 누가 나보고 사상전향 안 했다 그러면 무슨 소리하십니까? 제가 이렇게 대한민국에 와서 첫 기자 인터뷰입니다. 이렇게 저는 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혹시 후보자님께서도 언제 또 어디에서 이렇게 나는 주체사상을 버렸다, 또는 주체사상의 신봉자 아니다 하신 적이 있습니까, 공개선언 같은 거?

 

이인영 / 통일부 장관 후보자:이른바 전향이라는 것은 태 의원님처럼 북에서 남으로 오신 분에게 전형적으로 해당하는 얘기 아니겠습니까? 제가 남에서 북으로 갔거나 북에서 남으로 온 사람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 저에게 사상전향 여부를 묻는 건 아무리 위원님이 저한테 청문위원으로서 물어보신다고 해도 그건 온당하지 않은 그런 질의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북에서는 이른바 사상전향 이런 것들이 그렇게 명시적으로 강요되는지 모르지만 남쪽은 이른바 사상과 양심의 자유 이런 것들이 법적으로는 되지 않아도 사회정치적으로 우리 민주주의 발전 수준에서 그렇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 측면에서 놓고 보면 위원님께서 저에게 사상전향 여부를 다시 물어보시는 것은 아직 남쪽의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저는 이렇게 말씀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인영 후보자의 답변은 태영호 의원이 '아직 남쪽의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수십 년 전 독재정권에서 벌어졌던 운동권 활동을 2020년 국회에서 묻는다는 자체가 시대에 뒤떨어진 모습이었습니다.

변호사 출신 이재정 의원, 국회의원에게 헌법을 알려주다

 

태영호 의원의 사상전향 질의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중에서 이재정 의원은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계속 움찔했습니다. 결국, 이 의원은 자신에게 배정된 질의 시간 7분 중 2분을 써가며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쏟아 냈습니다.

이재정 민주당 의원은 "여기 있는 의원들 모두가 헌법 앞에 맹세를 했다"면서 "이 후보자의 과거보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질의 태도가 반헌법적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변호사 출신 이 의원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잘 이해하는 전문가임을  내세우며 은연중 태 의원을 향한 발언을 이어나갔습니다.

이 의원은 "색깔론 공세에 대한 국민들의 질타는 있겠지만 질의에 대한 자유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문제에 대한 지적은 가능하지만 뭐뭐주의 신봉하느냐, 믿느냐는 엄연히 구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재정 의원은 "믿느냐, 신봉하느냐, 십자가 밟아라, 이것은 헌법이 누구에게도 허락한 적이 없다"라며 "여기에 있는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라도 헌법은 허락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헌법에 나온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를 말하는 이 의원의 표정은 헌법을 가르쳐주는 선생님처럼 단호했습니다. 특히 이 의원은 국회의원이라면 헌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며 태 의원의 질의가 잘못됐음을 돌려서 말했습니다.

김영호 의원, 통합당에도 전대협 출신 있지 않느냐



이인영 통일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오전 질의가 끝나기 전 안민석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자신도 80년대 운동권 출신이라며 사상검증, 사상전향을 언급한 태영호 의원의 질의 방식을 지적했습니다.

태영호 의원은 인사청문회가 "사상검증의 자리라는 소릴 듣고 질의했다"라며 자신을 향한 민주당 의원들의 공세에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태 의원은 '자애로운'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마치 자유 대한민국이라며 왜 나를 핍박하느냐는 식으로 억울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송영길 위원장의 정회 선언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과 통합당 의원들 간의 설전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민주당 김영주 의원이 통합당 의원을 향해 왜 잘못됐는지 알려주자 일부 의원들이 반발했습니다.  가방을 메고 나가려던 김영호 의원은  "4선 의원에 대한 사상검증은 국회를 모욕하는 일이다"라며 다시 맞받아쳤습니다.

의원들 간의 설전이 계속 이어지는 도중 김영호 의원은 "통합당에도 전대협 출신이 있지 않느냐"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통합당 의원은 "의원이 아니라 장관 후보자다"고 말했고, 김 의원은 "현재 국회의원이다"라고 답했습니다.

이인영 통일부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나온 사상검증, 사상전향이라는 구시대 유물과 같은 발언이 통합당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아직 모릅니다. 디만. 얻는 것은 극우 보수의 결집이겠고 잃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정당이라는 이미지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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