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총선 정치 최신

부산은 왜 민주당이 아니라 통합당을 선택했나?

2020년 4월 17일

부산은 왜 민주당이 아니라 통합당을 선택했나?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가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이 났습니다. 민주당 지역구 163석과 비례위성정당 시민당을 합치면 180석입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거대 정당이 자력으로 탄생한 것입니다. 이제 민주당은 개헌 빼고는 모든지 할 수 있는 정당이 됐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의 승리 뒤편에 숨겨진 명암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총선에서는 좌우 지역의 색깔이 뚜렷하게 갈리면서 지역주의가 나타났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TK와 PK 지역에서는 통합당이 서울, 경기, 충청, 호남은 민주당이 의석을 차지했습니다.

단순히 지역주의가 또다시 부활한 것인지, 총선 이후 치러지는 대선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부산을 중심으로 풀어봤습니다.

20대 총선보다 초라한 성적, 민주당은 완전히 패배했나? 

▲20대, 21대 총선 민주당과 통합당(새누리당) 지역별 후보 득표율. 민주당 후보들의 득표율을 보면 20대보다 21대 총선이 훨씬 높다. 파란색은 민주당 후보의 40%이상 득표율 지역. 

부산에서 민주당은 3석을 확보했습니다. 민주당 현역 의원이 6명이나 됐지만,  50%만 살아남은 셈입니다.

기대를 걸었던 진구갑 김영춘, 해운대을 윤준호, 연제 김해영, 사상구 배재정, 중구영도 김비오, 기장 최택용 등은 모두 패배했습니다. 대부분의 지역구에서 민주당 후보가 떨어졌으니 부산에서 진보는 완전히 패배했다고 봐야 할까요? 하지만 수치상으로 보면 참패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개표 결과를 보면 18개 지역구 중 2곳(해운대갑 하태경, 사하을 조경태)을 제외하면 민주당 후보의 득표율은 모두 40%를 넘었습니다. 20대 총선 당시 10개 지역에서 20~30%의 득표율을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입니다.

20대 총선이 부산 지역 내에서도 후보별로 차이가 있었다면 21대 총선에서는 민주당 후보들이 골고루 득표를 하면서 오히려 과거보다 민주당에 우호적으로 변했다는 분석도 가능합니다.

결국, 부산은 51:49라는 아주 박빙의 경쟁 구도 속에서 정치적 이슈 하나에 선거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봐야 합니다.

민주당 견제론과 이낙연 돌풍에 대한 반감 

▲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부산 지역 개표 결과 민주당은 3석을 얻는데 그쳤다 ⓒ네이버총선 화면 캡처

득표율이 아무리 20대 총선과 비교해 높아졌지만, 패배는 패배입니다. 그렇다면 박빙 지역의 승부를 가른 요인은 무엇일까요?

우선 부산 지역 민심의 변화를 살펴봐야 합니다. 지난해부터 부산 지역을 집중 취재하면서 놀랐던 것은 수도권은 부산 지역 우세를 점쳤지만, 현장에서 본 부산 민심은 완전히 최악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대형 기업이 별로 없고 자영업 비중이 높은 부산은 경기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지역 경제가 침체되면서 부산 민심은 바닥이었습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부산 지역 민주당 관계자들은 최악의 총선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위기감을 토로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를 잘 막아내면서 부산 민심이 돌아서는 선거 막판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범진보 180석’ 발언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때부터 부산 보수 세력들은 민주당 견제론을 들고 나왔고, 이런 선거 전략이 유권자의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어차피 민주당이 승리할 것 부산 지역에서만큼은 민주당을 견제하겠다는 ‘스놉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스놉효과(Snob Effect): 어떤 상품에 대한 사람들의 소비 심리가 증가하면 오히려 그 상품을 구매하지 않으려는 심리 때문에 수요가 줄어드는 효과

밴드웨건 효과(Band wagon effect):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상품을 구매하는 심리 효과. 정치적으로 여론조사에서 인기 있는 후보쪽으로 유권자들이 투표하는 현상을 의미

이번 총선에서 이낙연 전 총리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민주당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이낙연 돌풍이 오히려 부산에서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돌풍이 지방선거까지는 이어졌지만, 총선에서는 이낙연 전 총리로 인해 단절이 된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이낙연 전 총리가 대권주자로 나설 경우 부산과 경남 지역의 이런 반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천천히 변화하는 부산,  여전히 진보에게 희망은 있다. 

▲부산 남구을 개표 결과. 사전투표에서 박재호 후보가 이언주 후보를 크게 앞서면서 당선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부산에서 가장 피를 말렸던 선거구는 민주당 박재호 후보와 이언주 후보가 맞붙었던 부산 남구을입니다. 출구조사는 박재호 후보가 1.9% 오차범위 내 앞섰지만, 오후 11시 30분 이언주 후보가 역전했습니다.

개표가 90%까지 진행될 때까지 이언주 후보가 앞서면서 박재호 후보의 패색이 짙어지는 순간 사전투표함에서 박 후보의 표가 쏟아졌습니다. 박재호 후보는 사전투표에서 무려 4,733표를 득표하면서 2,938표를 얻은 이언주 후보를 따돌렸습니다. 두 사람의 표 차이는 불과 1,430표로 사전투표가 박 후보 승리의 주역이었습니다.

부산에서 민주당이 패배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소리가 ‘부산은 변하지 않았다’라는 말이었습니다. 아직까지도 부산은 보수의 텃밭입니다. 그러나 변화는 분명 일어나고 있습니다. 너무 천천히 변하고 있어 민주당 지지자들에게는 와 닿지가 않을 뿐입니다.

부산에서 당선된 박재호, 전재수, 최인호 후보의 특징은 지역밀착형 정치인이라는 점입니다. 보수의 텃밭을 오랜 시간 가꾸면서 변했기에 이번에도 당선될 수 있었습니다. 다른 후보들도 지역에서 열심히 활동했지만 변화의 바람이 늦게 부는 탓에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못했습니다.

보수는 거칠게 밀고 올라오는 젊은 진보의 변화를 어떻게 막아내느냐가, 진보는 여전히 굳건한 보수의 아성을 무너뜨릴 묘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두 진영의 전략이 다가올 대선에서 당락을 결정할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Leave a comment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