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28일자 1면에 <"탄핵 막으려면... 민주당 5인 비례당 결의>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중앙일보는 "민주당 핵심 인사 5인이 26일 저녁 마포구 음식점에서 회동하고 위성정당을 하기로 합의했다"며 "대통령 탄핵을 막기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지 않겠냐란 말도 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중앙일보의 기사는 '뉴스 보도 원칙'이나 '저널리즘 원칙'을 지키지 않은 매우 악의적인 보도입니다.

① 반론이 없는 공정성 의심 보도

뉴스는 한쪽 입장 만이 아니라 반대쪽 입장이나 주장도 함께 다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정치인의 비리 의혹에 대한 증거나 증언이 나와도 당사자의 혐의 내용을 확인하고 반론 기회를 제공하고 함께 보도해야 공정합니다.

만약 이에 대한 취재를 했음에도 상대방이 거부해 반론을 싣지 못했다면 그 사실을 기사에 포함시켜야 합니다. 흔히 기사에 "이에 대한 해명을 듣고자 A의원실에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답을 하지 않았다"라는 식의 문장이 있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중앙일보 기사 어디에도 민주당 5인이 왜 모였고, 실제로 위성정당을 만들기로 합의를 했는지에 대한 확인 및 반론은 없었습니다.  취재원(민주당 인사들)을 만나지 않았는지, 확인 과정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는지 알  순 없지만, 반론을 싣지 않았다는 자체가 이미 공정성을 잃은 보도입니다.

② 코로나와 연계한 악의적인 보도

▲중앙일보는 민주당 인사들이 마포에서 회동을 갖고 비례정당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네이버 뉴스 화면 캡처
▲중앙일보는 민주당 인사들이 마포에서 회동을 갖고 비례정당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네이버 뉴스 화면 캡처


중앙일보는 지면과 온라인판 소제목에 '코로나 와중에 실세들 마포 회동'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 문장을 보면 민주당이 코로나19 사태는 외면하고 자신들의 밥그릇을 챙기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민주당은 26일 오후 2시 국회 본회의에서 어린이, 노인 등 감염취약계층에게 마스크를 지급하고, 마스크 수출을 제한하며 감염지역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등의 '코로나 3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정당 정치인이 통상적인 업무 시간에 본연의 임무인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고 저녁에 모임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코로나 19 사태를 외면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③ 기자의 상상력인지, 뉴스인지 모호한 보도 

중앙일보는 기사에서 '◆가능한 시나리오들'이라는 단락을 통해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만들 경우의 수를 포함해 보도했습니다.

관련 내용은 사실 관계가 아니라 기자의 상상력에 기반을 둔 예상입니다. 흔히 이럴 경우 앞에 보도는 스트레이트 기사로 취급하고, '가능한 시나리오들' 부분은 별도의 기사로 취급해야 합니다.

민주당 5인이 모였다는 내용과 기자의 상상력이 더하니 기사를 읽는 독자들은 진짜로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창당하는 것처럼 착각할 수 있습니다.

시민사회, 미래한국당 위성정당 꼼수에 '선거연합정당' 논의 

▲28일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미래한국당의 꼼수에 대응하기 위해 시민사회 인사를 중심으로 '선거연합정당' 제안 기자회견이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 화면 캡처
▲28일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미래한국당의 꼼수에 대응하기 위해 시민사회 인사를 중심으로 '선거연합정당' 제안 기자회견이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 화면 캡처


소수정당으로 이번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찬성했던 녹색당의 하승수 공동운영위원장은 본인의 페이스북에 "정말 비상한 상황이다"라며 "시민사회 인사들을 중심으로 '선거연합정당'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이 열릴 예정이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미래한국당의 꼼수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며 "미래한국당의 꼼수를 저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논의가 있어 왔다"라고 밝혔습니다.

미래한국당이 어렵게 통과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훼손하는 편법에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은 시민사회에서도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만든다면 비판을 받을 수는 있지만, 미래한국당의 위성정당에 대응하기 위한 논의나 모임 그 자체를 불법으로 취급해서는 안 됩니다.

중앙일보의 보도가 사실인지 아닌지 여부는 민주당의 반론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상관없이 중앙일보의 보도는 이미 저널리즘의 원칙을 어긴 나쁜 기사의 범주에 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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