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신년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집권 4년 차에 3번째 기자회견이라 그런지 문 대통령은 시종일관 여유 있는 표정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했습니다.

이번 기자회견도 지난번처럼 사전에 질문자와 질문을 정하지 않고 대통령이 직접 기자를 지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2018년에는 윤영찬 전 국민소통이 사회를 봤고, 2019년은 사회자 없이, 올해는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함께 했습니다.

2020년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은 한 마디로 문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끌고 갔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대통령의 말과 표정에 힘이 넘쳤습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유시민의 알릴레오>에서 “전체적인 느낌은 ‘I’m boss here’, 이 구역에선 내가 대장이라는 태도가 확실하게 느껴졌다”라며 기자회견을 평가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이모저모를 살펴봤습니다.

기자 이름과 질문만 나오는 프롬프터

▲신년 기자회견을 하는 문재인 대통령 앞에 있는 모니터(프롬프터)에는 기자 소속과 이름, 질문 요지만 올라왔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신년 기자회견을 하는 문재인 대통령 앞에 있는 모니터(프롬프터)에는 기자 소속과 이름, 질문 요지만 올라왔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지난 기자회견에서 청와대 참모들이 답변을 써줬다는 가짜뉴스를 의식했을까요? 문 대통령은 “모니터가 두 대 있는데 참고로 질문한 기자 성명과 소속, 질문요지가 떠있다”라며 “과거에도 답변이 올라와 있는 게 아니냐고 해서 미리 말씀드린다”라며 선수를 쳤습니다.

매번 기자회견 때마다 대본 논란이 나왔는데, 사전에 의혹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읽힙니다. 실제로 기자회견 도중 언론사 카메라에 비친 모니터에는 기자 소속과 이름, 질문 요지만 나왔습니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모니터의 역할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일부 단톡방과 극우 보수 커뮤니티에는 여전히 대본을 보고 답변을 했다는 가짜뉴스가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튀어야 지목받을 수 있다.. 기자들의 질문 경쟁

▲질문을 하기 위해 손을 들고 있는 기자들 ⓒ청와대 사진기자단
▲질문을 하기 위해 손을 들고 있는 기자들 ⓒ청와대 사진기자단


신년 기자회견에 참석한 청와대 출입기자만 수십 명이니 대통령에게 질문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특히 과거처럼 사전에 질문자를 선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손을 든다고 무조건 질문을 할 수도 없습니다.

2018년 기자회견 당시에는 한복이나 눈에 잘 띄는 색상의 옷을 입고 참석한 기자가 있었습니다. 여기에 '수호랑'(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인형을 흔드는 등 대통령 눈에 띌 수 있는 행동을 하는 기자도 있었습니다.

올해에는 인형을 갖고 온 기자는 없었지만, 한복을 입고 부채를 흔드는 등 질문 기회를 얻기 위한 치열한 노력은 계속됐습니다.
김성휘(머니투데이) 기자 : 대통령님,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입니다. 올해 대통령님과 국민들도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는 그런 한 해 됐으면 좋겠습니다. 대통령님도 많이 칭찬하셨던 영화 ‘기생충’에 보면 송강호 씨의 대사가 있습니다. “아들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그런 대사가 있습니다. 대통령님도 국정에 계획이 있으실 텐데, 경제와 관련해서 여쭤보고 싶은 건데, 예를 들면 거시경제 차원에서 어느 정도나 올해 우리 경제가 성장을 할 수 있을지, 또는 물가라든지 실업률이라든지 그런 점에서 대통령께서 갖고 계시는 계획이나 목표가 있으면 말씀해 주시면 좋겠고요.

관련해서 ‘타다’와 같은 그런 새로운 서비스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 것들은 대통령께서도 여러 번 말씀하셨지만 기존의 이해관계 충돌을 풀어내는 방법을 마련하겠다고 말씀하셨지만 그게 사실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거기에 대한 구상, 복안 말씀해 주십시오.

대통령 기자회견이 끝나고 나면 종종 나왔던 기자 태도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전반적으로 기자들의 질문은 평이했습니다.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는 영화 기생충에 나온 대사를 인용해 질문을 해 회견장에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중점적으로 나온 질문은 윤석열 검찰총장과 검찰 인사, 조국 전 장관 등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 인사 논란에 대해 "검찰 인사권은 대통령과 장관에게 있다"라며 이번 인사가 정당하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퇴임 후 잊혀진 사람이 되고 싶다. 

▲2020년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MBC뉴스 화면 캡처
▲2020년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MBC뉴스 화면 캡처

- 전영신(BBS) 기자 : BBS의 전영신입니다. 내신 기자들한테 할당된 시간이 많지 않은 것 같아서 이 질문을 좀 드려보고 싶습니다. 임기가 이제 반환점을 돌아서 후반기를 향해서 가고 있으신데요. 여러 가지 일들을 마무리해야 되는 시기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국민들은 늘상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대통령이 좋지 않은 뒷모습을 보아 와야 했고, 그것이 국민들에게는 어쩌면 상처로 남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임기가 끝나신 후에 어떤 대통령으로 남고 싶으신지, 또 어떤 대통령으로 남기 위해서 그동안 노력을 해오셨는지 이 질문드려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문 대통령 : 저는 대통령 이후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냥 대통령으로 끝나고 싶습니다. 대통령 이후에 무슨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이라든지 무슨 현실 정치하고 계속 연관을 가진다든지 그런 것을 일체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일단 대통령 하는 동안 전력을 다하고, 대통령 끝나고 나면 그냥 잊혀진 사람으로 그렇게 돌아가고 싶고요. 솔직히 구체적인 생각을 별로 안 해 봤습니다. 대통령 끝나고 난 이후의 좋지 않은 모습 이런 것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이번 신년 기자회견에서 아이엠피터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퇴임 이후 질문에 대한 문 대통령의 답변이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이후는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이라든지 현실 정치하고 계속 연관을 가진다든지 그런 것을 일체 하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단 대통령하는 동안 전력을 다하고, 대통령 끝나고 나면 그냥 잊혀진 사람으로 그렇게 돌아가고 싶다"라며 퇴임 이후에는 정치와 선을 긋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끝나고 난 이후의 좋지 않은 모습 이런 것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라며 역대 대통령들의 퇴임 이후의 삶과는 다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은 큰 논란과 이슈는 없었지만, 조금은 완숙한 대통령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2020 문재인 대통령 신년기자회견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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