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분을 만났습니다. <아시아인권평화연대>가 기획한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이재갑씨의 사진전 (사진으로 쓰는 역사: 베트남전 참전 이후의 삶)때문이었습니다. 이 작가는 사진을 찍고 저는 영상을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담는 작업을 했습니다.

아이엠피터의 작은 아버지도 베트남전에서 전사하셨습니다. 그래서 베트남전 참전군인들을 보면 작은 아버지를 뵙는 듯한 느낌입니다. 한편으로는 남의 땅에서 싸워야만 했던 전쟁의 문제점이 자꾸 떠올라 복잡한 마음도 있었습니다.

베트남전 참전 군인을 어떤 시선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애국자 또는 학살자라는 극단적인 단어가 그들을 따라 다닙니다. 이번 사진전은 단순히 그들을 이분법적인 사고 방식으로 단죄하거나 정리 하려는 의도는 아닙니다.

참전 이후에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아버지의 참전과 전사로 남은 가족들은 어떤 삶을 살아야만 했는지를 묻고,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는 아카이빙 형태입니다.

베트남전 참전 이후의 삶 

▲고 박순유 중령이 생전에 가족에게 보낸 편지와 유품ⓒ이재갑
▲고 박순유 중령이 생전에 가족에게 보낸 편지와 유품ⓒ이재갑


영상을 편집하면서 고 박순유 중령의 생전 육성을 반복해서 들었습니다. 고 박순유 중령의 녹음테이프에는 아들과 딸을 그리워하는 아버지의 사랑과 가족과 떨어져 있는 가장의 세심한 걱정이 묻어 나왔습니다.

고 박순유 중령의 젊은 아내는 어느덧 백발의 할머니가 됐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남편의 죽음에 눈물을 흘리고 애타는 그리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전투의 승리보다는 대원들을 희생시키지 않는 것을 소대장으로서의 원칙으로 삼았다. 대원들에게 입버릇처럼 말했다. “살아서 돌아가자!”

살아 돌아왔지만 밤에는 몽유병 환자처럼 발작하고 낮에는 두려워서 길을 걸을 수도 없는 증상이 나타났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도 옆에 지나가는 차와 충 돌 하지 않을까,영도다리를 지날 때는 바다로 추락하지 않을까 극도의 불안감이 엄습했다.

_‘빈딘성으로 가는 길’ 발췌




베트남전에 청룡부대 소대장으로 참전했던 정영민씨는 용케 살아 돌아왔지만, 30대 내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었습니다. 생계와 꿈속에서 방황했던 그에게 전쟁은 상처와 아픔을 선사해준 지독한 악몽과도 같았습니다.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군인과 그들의 가족을 만나면서 전쟁이 무엇일까라는 물음보다 그들의 이야기를 붓으로 덧칠하지 않고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전쟁사람들의 기억을 나중에라도 남길 수 있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베트남 전쟁은 하나의 기억이 아니다.

 
베트남 참전 군인에 대한 작업은 시작도 어려웠지만, 한 번으로 그치지 않도록 계획하고 준비하는 것이 무척 힘들고 어려웠다. 그 오랜 작업 가운데 단순 히 이분법적인 접근이 아닌 다른 방법 즉, 인간 본연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고 민한 1차 결과물이 이번 기획전이다. ‘베트남전 참전 이후의 삶을 말하다’라 는 제목처럼, 전쟁에 참여한 분들의 속 깊은 이야기를 직접 말할 수 있는 시 작을 열어두려 했다.

4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마음속 깊숙이 묻어둔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결 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과 세상에 대한 깊은 믿음이 바탕에 있어야 가능한 것이며 개인적으로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아울러 베트남전에 참여해 고인 이 된 분들의 가족들 이야기를 담고자 한 것은 그들 또한 전쟁의 또 다른 아픔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분들이기 때문이다.

이번 기록전은 긴 호흡을 위한 준비과정이라 생각하며, 그동안 침묵으로 자신을 표현해 온 분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말할 수 있고 실질적인 해결점을 찾을 수 있는 첫걸음이 되었으면 한다.-사진가 이재갑

이재갑 작가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인물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합니다. 사실 쉽지 않은 작업입니다. 이 작가와 그분들의 기억을 영상으로 남기는 작업도 필요하다는 사실에 공감을 했고, 2주가 넘게 작업에 매달렸습니다.

사진전에 영상을 상영하고 난 뒤에 든 생각은 부족하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조금 더 많은 이야기를 담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단편적이거나 주입된 기억이 아닌 다양한 목소리를 영상으로 기록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영상 제작을 지원해준 <아시아평화인권연대>와 지속적으로 연대하고 이재갑 작가와 함께 작업을 하다보면 더 많은 취재 기회가 생길 것 같습니다.

정치와 유튜브, 그리고 아이엠피터TV 

정치에 관한 글을 쓰고 그와 관련한 영상을 유튜브로 올리고 있습니다. 정치인의 발언을 영상으로 보도하는 일도 집회 현장의 모습을 라이브로 중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엠피터TV'가 담고 싶은 영상은 누구도 하지 않는 이야기를 아이엠피터만의 시각으로 보여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능도 경험도 부족하지만 일본으로 끌려간 도공의 이야기베트남전 참전 군인의 기록이  그 작업의 일환입니다. 하나씩 취재하고 촬영하면 편집해 영상을 올리다 보면 아이들이 나중에 보더라도 부끄럽지 않은 영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믿고 해나가고 있습니다.

▲ 2019년 9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후원계좌와 CMS로 후원해주신 분들. 펀드는 약정서에 서명하고 입금하신 분들입니다. 미입금자는 표기하지 않았습니다.
▲ 2019년 9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후원계좌와 CMS로 후원해주신 분들. 펀드는 약정서에 서명하고 입금하신 분들입니다. 미입금자는 표기하지 않았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아이엠피터가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 알려드리는 이유는 후원자들의 소중한 후원이 결코 헛되지 않다는 사실을 꼭 말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글은 매일 쓰는 것이기 때문에 사이트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으니, 그 외 어떤 일들을 하는지 전달하는 것도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9월에도 많은 분들이 후원 해주시고, 펀딩에도 참여해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간혹 '밥은 먹고 사느냐'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잘 먹고 잘 살고 있습니다. 후원자들이 있거든요'라고 당당하게 말합니다. 100여 명의 후원자들이 보내주시는 정성이 모여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아이엠피터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이번 달에도 도와주신 후원자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더 열심히 행복하게 걸어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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