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강남역 스크린도어 사망. 매뉴얼 때문? 문제는 돈

2015년 9월 1일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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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스크린도어 사망. 매뉴얼 때문? 문제는 돈

 

지난 8월 29일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스크린도어 정비업체 직원이 사망했습니다. 스크린도어 업체 A씨는 강남역에서 고장을 수리하는 도중 역으로 진입하는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어 숨졌습니다. 사고 원인에 대해  서울메트로는 ‘2인 1조 작업 원칙’을 지키지 않아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메트로는 2013년 2호선 성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가 발생하자 ‘스크린도어 정비 매뉴얼’을 만들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매뉴얼이 현장에서 과연 지켜질 수 있느냐입니다.

‘2인 1조 점검’
‘지하철 운행 시간 내 스크린도어 내 진입 금지’
‘스크린도어 내 진입 시 사전 보고’

지하철 운행 시간 내에 승강장에서만 작업하라고 되어 있지만, 실제 토요일 오후 붐비는 강남역에서 지하철 운행을 멈추고 스크린도어를 수리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 과연 정비업체 직원이 매뉴얼을 지키지 않아 일어난 사고인지 원인을 조사해봤습니다.

‘스크린도어 고장, 한 역당 하루 8건 이상씩 발생’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의 발생 원인은 매뉴얼 이전에 너무나 자주 고장이 나는 스크린도어 시스템에 있습니다. 2013년 서울 지하철 1~4호선의 스크린도어 고장 건수는 2,409건이었습니다.

2014년 스크린도어 고장 건수는 2,852건으로 2013년보다 400여 건이 더 발생했습니다. 2015년 4월까지 스크린도어 고장 발생 건수는 985건이었습니다. 서울지하철에서는 매일 8.2건의 스크린도어 고장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오선근  서울지하철노조 안전위원장: 그렇죠. 러시아워 시간에 스크린도어 조치하고 뭐 하는 거, 30초, 1분 늦게 되면 뒤에 차가 계속 밀려가지고. 승강장에, 사당역이라든지, 강남이나 이런 시내 중심구간에는 뭐 1분-2분 사이에 승객들이 엄청나게 많이 몰립니다. 원활하게 소통을 시켜야 되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이동적인 어려움을 갖고 있고요.

한수진의 SBS전망대, 2014년 9월 26일

매일 발생하는 스크린도어 고장은 1~4호선뿐만 아닙니다. 전국의 모든 지하철 승강장에 설치된 스크린도어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2인 1조’,’ 전동차 진입시 선로 진입 금지’라는 매뉴얼은 거의 지켜지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툭하면 스크린도어 고장, 왜?’

도대체 스크린도어 고장이 왜 이렇게 많이 벌어질까요? 이유는 돈 때문이었습니다. MB정부가 공공기관의 적자 경영을 막겠다며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이 ‘최저입찰제’입니다. 최저입찰제는 말 그대로 최저의 금액을 낸 업체가 공사를 수주합니다.

서울지하철의 스크린도어 계약 업체별 스크린도어 장애 현황을 보면 A업체가 장애건수 2,918건으로 전체의 5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A업체는 소규모 업체로 최저입찰제로 선정된 곳입니다.

스크린도어 시공을 소규모 업체가 최저가로 낙찰받을 수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안전성 검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열차운행시스템은 안전시스템으로 분류돼 SIL(Safety Integrity Level)인증을 가진 기업만 참여합니다. 그러나 스크린도어는 건축기계구조물로 SIL 인증이 필요없습니다.

외국의 경우는 스크린도어에서도 SIL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스크린도어 설치에 특별한 기준이 없습니다. 고장이 나면 사망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중요한 구조물이지만 태생부터 안전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설치된 셈입니다.

‘용역 외주화, 과연 비용이 절감될까?’

최저입찰제와 함께 문제가 되는 것이 정비, 수리 등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 외주 용역으로 돌리는 구조입니다. 외주업체들은 주어진 시간 내에 수리를 마쳐야 합니다. 당연히 2인 1조 매뉴얼을 지키기 힘듭니다.

◇ 정관용:그리고 사고가 만약 나더라도 그건 책임은 누가 지는 거예요? 외주업체가 지는 거예요? 아니면 지하철공사나 코레일 같은 그런 원청업체가 져야 하는 거예요?

◆ 박흥수(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 연구원) :이게 외주화의 가장 큰 문제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건데요. 저번에도 서울메트로 측에서는 하청업체가 전적으로 관리 감독하는 것이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그러고요. 또 하청업체는 하청업체대로 노동자가 혼자 들어갔다. 결국은 사망한 노동자한테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데요. 결국은 외주업체에 대해서 원청업체의 관리감독을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이런 사고는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고 또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가 유지될 수밖에 없습니다.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한국 지하철이 계속해서 외주용역으로 예산을 절감한다고 하지만 실제 비용이나 인력의 기술 등을 계산해보면 오히려 손해입니다. 무분별한 공공기관의 예산을 막을 필요는 있지만, 시민의 안전에 꼭 필요하다면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2013년 성수역에서도 강남역 스크린도어(PSD:PLATFORM SCREEN DOOR) 사망사고와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지하철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벌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말했습니다. 그러나 고작 나온 것이 매뉴얼이었습니다.

언론은 외주업체가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다고 그 원인을 돌립니다. 그러나 현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열악합니다. 언제라도 사고가 날 수 있는 요소는 숨겨져 있을 뿐입니다.

전국의 지하철 노조마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기에 외주로 돌리지 말고 직원을 채용해 지속적인 훈련과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강남역 사망사고가 벌어지기 불과 몇 달 전에도 스크린도어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고 외쳤습니다. 그러나 ‘돈’ 앞에서 그들의 주장은 늘 무시됩니다.

돈 앞에서 안전은 뒷전으로 밀려나는 세상,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더 죽어야 돈보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이 올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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