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일명 고유정 사건이라 불리는 전 남편 살인사건입니다. 고유정 사건은 엽기적인 살인 수법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매일 언론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주에서 활동하는 독립언론 <제주의소리>와 1인 미디어 <아이엠피터>가  고유정 사건의 문제점을 지역 기자의 눈으로 짚어봤습니다.

범죄 현장에 폴리스라인조차 설치하지 않은 경찰

▲제주동부경찰서에서 열린 고유정 사건 브리핑 ⓒ제주의소리
▲제주동부경찰서에서 열린 고유정 사건 브리핑 ⓒ제주의소리


고유정 사건이 알려지면서 가장 문제가 됐던 부분이 경찰의 부실 수사 의혹이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황당했던 부분은 경찰이 살해 현장이었던 펜션에 폴리스라인을 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펜션 주인도 다른 한 편으로는 피해자일 수 있습니다. 부부가 퇴직금을 쏟아부어 운영 중인 펜션이 한순간에 살해 현장이 되면서 영업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경찰이 강력 범죄가 벌어진 현장을 통제하지 않았다는 점은 비판의 소지가 있습니다.

경찰이 현장보존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피해자의 혈흔이 굉장히 빨리 사라졌습니다. 1일 고유정을 긴급체포해 오는 과정에서, 그 직후에 펜션 주인에 의해 혈흔이 모조리 청소가 됐습니다.

경찰은 '이미 루미놀 검사를 통해 A씨의 혈흔을 확보했다'라며 살인의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다는 취지로 답변을 했습니다. 경찰은 증거를 확보했다면서 펜션에 폴리스라인도 치지 않았고, 펜션 주인이 물어오니 청소를 해도 된다고 친절하게 답변했다고 합니다.

피해자의 혈흔에서 수면제 성분이 드러났지만,  그 혈흔 증거는 고유정이 따로 챙겨갔던 담요에서 나왔습니다. 현장에서 채취된 것이 아닙니다. 현장에는 너무 소량의 혈흔만 남아있었기 때문에 성분을 채취하지 못했습니다. 현장보전만 제대로 됐었어도 수면제 성분이 들어있었다는 조사 결과를 훨씬 일찍 받아봤을 수도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건 초기부터 취재를 했던 <제주의소리> 박성우 기자는 '처음에는 실종사고였지만, 경찰이 사건에 무게를 뒀더라면 피해자의 시신이 유기되는 것만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라고 밝혔습니다.

제주라서? 쏟아지는 가짜뉴스와 루머들 

고유정 시건이 알려지면서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는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올라왔습니다. 고유정의 친정 집안이 지역 유지라 수사를 고의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는 가짜뉴스도 나돌았습니다.

괸당 문화로 대표되는 제주 지역사회가 좁은 것은 맞지만, 살인 사건을 그르칠 정도로 경찰이 편파 수사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6월 16일 <제주의소리>가 보도한 가짜뉴스 때문에 피해를 입고 있는 제주아산렌트카 관련 기사 ⓒ제주의 소리 화면 캡처
▲6월 16일 <제주의소리>가 보도한 가짜뉴스 때문에 피해를 입고 있는 제주아산렌트카 관련 기사 ⓒ제주의 소리 화면 캡처


최근 인터넷에서는 고유정의 가족이 운영하는 렌터카 업체라며 특정 회사 불매 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고유정의 가족이 이름을 바꿔 꼼수 영업을 한다고 지목 받은 '제주아산렌트카'는 고유정 집안과 전혀 연관성이 없습니다.

아산렌트카 대표 현모씨는 <제주의 소리>와의 전화에서 “최근에는 회사로 고유정과 관계된 회사냐는 항의 전화가 오기도 했다. 정말 억울하다”며 “우리(아산렌트카)는 고유정과 관계가 없다. 20년 넘게 회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고유정이란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고유정 사건 관련 이야기 중에는 확인되지 않거나 신빙성이 떨어지는 '카더라'  통신이 많습니다.  고유정의 전 남친 실종설도 나돌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남성 실종자 중 고유정과 관련된 사람은 없었습니다.

고유정이 화학과 출신이라  피해자의 유해에서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도록 했다는 소문도 잘못됐습니다. 고유정은 화학과 출신도 아니며, 인천에서 발견된 뼛조각은 '동물뼈'로 밝혀졌습니다.

재혼한 남편과 공모했다는 얘기도 있지만, 경찰은 공범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단독 취재? 단독 보도? 언론의 가십성 어뷰징 기사 

▲6월 9일 MBN은 단독이라며 고유정의 진술을 그대로 보도했다. 제주 지역 기자들은 고유정의 진술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근거가 없고,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도하지 않았다. ⓒMBN 유튜브 영상 화면 캡처
▲6월 9일 MBN은 단독이라며 고유정의 진술을 그대로 보도했다. 제주 지역 기자들은 고유정의 진술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근거가 없고,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도하지 않았다. ⓒMBN 유튜브 영상 화면 캡처


MBN은 6월 9일 '단독'이라며 '고유정은 전 남편이 성폭행을 하려 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MBN 단독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MBN의 보도를 본 제주 지역 기자들은 황당했습니다. 이미 기자들은 사건 초기부터 고유정이 남편의 성폭행으로 벌어진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지만 보도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고유정의 주장이 허무맹랑하고 근거가 없으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단편적으로 보도될 경우 유가족과 고인에 대한 명예를 훼손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고유정의 주장을 제대로 검증도 하지 않고 마치 대단한 내용처럼  단독 타이틀을 내걸고 보도했다는 사실은 전형적인 언론의 병폐로 볼 수 있습니다.

일부 언론은 고유정 사건을 보도하면서 범행도구인 전기톱 하나만을 끄집어내서 굉장히 자극적인 제목을 달기도 했습니다.

고유정 사건에서도 언론이 트래픽에만 매달려 사건의 본질은 사라지고 가십성 어뷰징 기사가 쏟아지는 등 한국 언론의 고질병이 또다시 드러났습니다.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 제주도민들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아름다운 섬 제주에 이런 끔찍한 사건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유튜브에서 보기: 제주 기자가 말하는 '고유정 사건'의 숨겨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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