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주를 오는 분들이라면  곳곳에서 감귤이 주렁주렁 열린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녹색 푸르름 사이에 잘 익은 샛노란 감귤을 보면, 역시 제주라는 생각을 합니다.

제주에서는 11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노지감귤을 수확합니다. 먼저 나온 극조생 감귤보다 당도가 높아 맛도 좋습니다. 다만, 올해는 태풍 때문에 일부 감귤밭 작황이 좋지 않아 가격에도 변동이 있습니다.

제주에 사니 감귤을 마음껏 먹을 것 같지만, 감귤을 사 먹는 제주 도민도 많습니다. 서귀포 쪽은 워낙 감귤밭이 많아 동네 분들이 나눠준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이엠피터가 사는 마을은 감귤 농사를 거의 하지 않습니다.

매년 감귤 수확철만 돌아오면 하루에도 몇 통씩 '감귤 체험 농장'하느냐는 전화를 받습니다. 하지만 올해도 감귤 체험 농장을 하지 않습니다.

제주를 알고 싶어 시작했던 감귤 농사 

▲ 2013년 11월에 감귤을 따는 요돌군과 에순양
▲ 2013년 11월에 감귤을 따는 요돌군과 에순양


5년 전에 대략 천 평 정도의 감귤밭을 임대해 감귤 농사를 지었습니다. 돈을 벌 목적보다는 감귤 농사를 하면서 제주를 알고 싶었습니다. 특히 제주 관련 글을 쓰기 위해서는 감귤은 제대로 알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어렸던 요돌군과 에순양은 넓은 감귤밭을 놀이터처럼 뛰어놀았습니다.  언제라도 귤을 따서 마음껏 먹었습니다.

감귤은 열렸는데 따는 일이 난관이었습니다. 감귤은 농사보다 더 중요한 게 제 시간에 수확하는 일입니다. 눈이 오면 감귤 맛이 변하기 때문에 최소한 12월 중순 이전에는 수확을 끝내야 합니다.

감귤을 따기 위해서는 사람을 써야 하는 데 수확철에는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간혹 육지에서 농사를 전문적으로 하는 분들이 내려오기도 합니다.

무료 감귤체험 농장을 시작하다.

▲2013년 무료 감귤 체험 농장을 할 때 농장을 방문한 관광객들. 공짜로 귤밭에서 먹고 싶은 만큼 귤을 먹고 비닐봉지에 귤을 담아갈 수 있었다.
▲2013년 무료 감귤 체험 농장을 할 때 농장을 방문한 관광객들. 공짜로 귤밭에서 먹고 싶은 만큼 귤을 먹고 비닐봉지에 귤을 담아갈 수 있었다.


감귤을 따긴 따야 하는 데 판로도 마땅치 않고, 인건비를 주고 수확하려니 손해를 볼 것 같았습니다. 궁리 끝에 '무료 감귤 체험 농장'을 시작했습니다.

감귤농장에 와서 공짜로 먹고 싶은 만큼 먹고, 갖고 갈 사람들은 직접 귤을 따서 10킬로 한 박스에 만원만 내면 됐습니다.

당시만 해도 무료 감귤 체험 농장이 거의 없던 시기라, 많은 분들이 찾아왔습니다. 특히 가족 단위로 많이 오셔서 10박스 이상을 따서 갖고 가기도 했습니다.

제주에 와서 가족들이 함께 감귤을 따고, 함께 오지 못한 친척이나 지인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선물도  할 수 있어 괜찮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불과 3주 만에 감귤을 다 땄습니다. 나간 만큼 돈을 벌었어야 했지만, 워낙 싸게 팔아서 남는 장사는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좋은 추억과 경험을 쌓았습니다.

매년 문의가 오는 감귤 체험, 그러나 현실은...

감귤 농사를 한 해만 하고 접었습니다. 임대료를 낼 돈도 없었고, 큰 수익도 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박근혜 정권 시기라 더욱 열심히 글을 써서 제대로 비판을 하자는 마음이 우선이었습니다.

감귤 농장을 더는 하지 않는데도 매년 11월이면 감귤 체험을 하겠다는 문의 전화가 옵니다. 그래서 사이트에 있는 연락처와 주소를 모두 지웠습니다. 그래도 전화가 옵니다. SNS나 블로그,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간 글에 있는 연락처를 지워 달라고 했습니다.

▲2013년에 감귤밭에서 뛰어놀던 꼬마 아이는 벌써 초등학교 2학년이 됐다. 키는 컸지만, 먹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여전하다.
▲2013년에 감귤밭에서 뛰어놀던 꼬마 아이는 벌써 초등학교 2학년이 됐다. 키는 컸지만, 먹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여전하다.


감귤을 먹었던 사람들은 왜 농사를 계속하지 않느냐고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쉽지 않습니다. 임대료도 높거니와, 수익이 어느 정도 나오려면 규모도 커야 하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에 아내가 다른 사람의 귤이라도 직접 따서 팔면 어떠냐는 제안을 합니다. 감귤 따는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소릴 듣고 와서 자기라도 돈을 벌겠다고 제안을 한 겁니다.

문제는 감귤밭이 대부분 서귀포 쪽에 있는데 집에서 왕복 2시간이 걸린다는 점입니다. 초보운전 아내가 귤을 따겠다고 운전을 한다니, 생각 만으로 아찔했습니다. 그렇다고 매주 서울을 오가는 아이엠피터가 방송을 그만두고 대신 해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후원으로 사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아내가 뭐라도 해보겠다고 나선 이유는 정권이 바뀌면서 후원은 줄어들었지만, 아이엠피터TV를 만들면서 지출은 늘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돈과 시간이 들지만, 앞으로 꼭 필요한 일이라 열심히 했습니다. 그런데 아내 입장에서는 이전보다 경제 상황이 별로 좋지 않으니 걱정이 많은가 봅니다.

아내는 올해부터 귤을 따서 팔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아직 후원자 분들이 남아 있으니 조금만 참고 버티자고 다독였습니다.  인터넷으로 팔아도 남의 귤이 아니라 직접 우리가 농사를 짓고 귤을 팔자고 했습니다.

▲2018년 10월 '아이엠피터TV'에 후원해주신 후원자와 펀딩에 참여하신 분들의 명단 (펀드 신청서는 작성했지만, 입금하지 않는 경우는 제외)
▲2018년 10월 '아이엠피터TV'에 후원해주신 후원자와 펀딩에 참여하신 분들의 명단 (펀드 신청서는 작성했지만, 입금하지 않는 경우는 제외)


사회적으로 큰 이슈를 만들거나 재미있는 글과 방송이 아님에도 매달 적지 않은 정성과 후원을 보내주시는 분들이 있어 마음이 참으로 든든합니다.

통장 잔고가 비어가도 남편에게 잔소리를 하지 않는 아내가 고맙고, 꾸준하게 아이엠피터를 잊지 않고 후원해주시는 후원자분들도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간혹 지인들은 방송을 하려면 세게 해야지 너무 점잖다는 얘기를 합니다. 하지만 굳이 재미를 위해서 막말까지 하면서 구독자를 늘리고 후원을 늘릴 생각은 없습니다.

정권도 바뀌었으니 광고도 받고 지원도 받으라고 합니다. 그러나 아이엠피터는 이럴수록 더 멀리 떨어져 있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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