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들어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9월 18일 조간신문 1면입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와 경향신문과 한겨레의 1면 제목이 확실하게 다른 성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조중동은 모두 핵을 강조하며 이번 '남북정상회담=핵'이라는 공식을 주장합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항구적 평화', '불가역적 평화'(주위 환경의 변화에 따라 이리저리 쉽게 변하지 않는)라는 말을 통해 '남북정상회담=평화'를 말합니다.

당장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라는 조선일보

조중동이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가 우선이라고 주장하지만, 한반도 비핵화는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7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비핵화 문제는 우리가 주도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을 설명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비핵화를 위한 북미대화를 촉진할 수 있도록 집중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저는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진정한 의지를 여러 차례 확인했다.
대화의 물꼬가 트이고 두 정상이 다시 마주 앉는다면 비핵화 문제가 빠른 속도로 진척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북미 간 대화의 성공을 위해서도 서로 간에 깊이 쌓인 불신을 털어내고 역지사지의 자세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9월 17일.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문재인 대통령의 주장처럼 한반도에서 비핵화가 되기 위해서는 북한과 미국이 먼저 대화를 해야 합니다. 핵 문제만큼은 미국이나 북한이나 서로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9월 18일 조선일보 3면. 김정은 비핵화 약속여부에 회담 성패가 달려 있다고 보도했다.
▲9월 18일 조선일보 3면. 김정은 비핵화 약속여부에 회담 성패가 달려 있다고 보도했다.


북미대화를 통해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계획과 다르게 조선일보는 당장의 해답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9월 18일 조선일보 3면은 '한 번도 듣지 못한 김정은의 비핵화 육성… 이번엔 들을 수 있을까'라는 기사에서 '정부 내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 육성을 끌어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정부 내에서 누가 이런 말을 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조선일보는 기사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얼마나 복잡한 국제관계가 얽혀있는지는 설명하지 않고, 무조건 북한이 항복해야 하는 식으로 보도합니다. 현실 감각이 떨어지던지, 아니면 남북정상회담의 대화가 어그러지길 원하는지 둘 중의 하나 같습니다.

시작도 전에 재를 뿌리는 조선일보 

▲조선일보 온라인 메인 페이지. ⓒ조선닷컴 캡처
▲조선일보 온라인 메인 페이지. ⓒ조선닷컴 캡처


조선일보는 온라인 메인 페이지에서 '3차 남북정상회담 5대 관전포인트'를 내걸었습니다. 조선일보의 보도를 보면 시작도 하기 전에 불가능한 주문을 합니다.

○ 북한 비핵화: 선언뿐인 북 비핵화, 이번 합의문엔 구체적 내용이 담겨야
- 비핵화는 북미 대화가 우선 이루어진 후에 나올 수 있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합의문에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선 대화 후 해결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방식을 처음부터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도입니다.

○ NLL 일대 평화수역:합의 내용에 따라 NLL 포기 논쟁 재연 가능성
- 조선일보는 NLL 문제에 대해 '포기 논쟁'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2012년 대선 당시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이 제기했던 노무현 대통령 NLL 포기 프레임이라는 악의적인 내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조선일보의 남북정상회담 5대 관전 포인트 모두 당장 해결될 수 있는 사안들이 아닙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수십 년 동안 얽히고 꼬인 문제를  2박 3일 동안에 해결하지 않으면, 조선일보는 실패한 남북정상회담, 평양까지 갔지만 소득 없는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할 기세입니다.

경제 협력을 원천 봉쇄하는 조선일보 

북한이 대화를 하고, 한국이 유일하게 무기를 삼을 수 있는 분야가 경제입니다. 남북이 경제 교류를 하면 자연 발생적으로 통일도 빨리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아예 남북정상회담에서 경제교류를 하지 못하게 막습니다.

▲9월 18일 조선일보 4면. 상단에 미국의 소리 기사를 인용하고 하단에는 평양을 방문하는 대기업에 관한 기사를 실었다. 핵심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경제 협력 등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9월 18일 조선일보 4면. 상단에 미국의 소리 기사를 인용하고 하단에는 평양을 방문하는 대기업에 관한 기사를 실었다. 핵심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경제 협력 등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선일보는 4면 '美언론 "평양 가는 文대통령, 가장 거친 도전에 직면"'이라는 기사에서 '미국이 남북 경제협력 등이 이뤄질까 봐 우려를 제기했다'라는 식으로 보도합니다.

미 국무부 관계자가 '미국의 소리'(VOA) 기사에서 유엔 제재 결의를 이행하라는 말을 했어도, 오히려 남북경제 협력이 필요하다고 보도해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미국을 앞세워 경제 협력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조선일보는 아예 북한을 방문하는 대기업 총수에게도 혹여 북한과 경제 협력을 하지 못하도록 은근슬쩍 압박을 합니다.

조선일보는 상단에는 미 국무부 관련 기사를 배치하고, 하단에는  '訪北 총수에 참모들 고언… "검토해 보겠다고 말하면 절대 안됩니다"'라는 기사를 통해 대기업 총수들이 '검토해 보겠다'는 말조차 하면 안 된다고 보도합니다.

조선일보는 제대로 취재조차 하지 않고, 그저 미 국무부 관계자의 말을 보도한 기사와 중국 업체가 북한과 거래했다가 파산한 전적을 사례로 들며,  대놓고 북한과 교류하면 망할 수 있다고 겁을 줍니다.

배경 설명 없이, 자기 입맛대로 보도하는 조선일보

▲워싱턴 포스트의 남북정상회담 관련 기사. 트럼프 정부의 강경책과 문재인 정부의 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 캡처
▲워싱턴 포스트의 남북정상회담 관련 기사. 트럼프 정부의 강경책과 문재인 정부의 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 캡처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문재인 정부가 비틀거리는 북미관계에도 불구하고 24시간 연락사무소 개설, 남북 이산가족 상봉 등을 통해 북한과의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대북 해법이 트럼프 정부의 강경책과 충돌할 수 있는 우려도 제기했습니다.

미국이 남북 경제 협력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북미 대화를 통해 자신들이 주도권을 행사하며 비핵화를 해결하길  원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국제경찰, 해결사의 이미지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외교적 우위에 있기 원하는 욕심이 엿보입니다.

결국, 비핵화가 되기 위해서는 북미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이런 상황은 설명하지 않고, 오로지 문재인 대통령에게 당장 김정은의 항복을 받아 오라고 요구합니다. 자기 입맛대로 보도하는 조선일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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