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를 ‘뉴스타파’라 부르지 못하는 한국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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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가 보도한 장충기 문자 3부작 중 ‘삼성왕국의 대학과 언론’ ⓒ뉴스타파

지난 4월 22일부터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는 삼성 이건희 회장의 복심이라는 장충기 사장과 한국 엘리트 집단과의 관계를 알 수 있는 문자를 연속으로 공개 보도했습니다.

[장충기문자 1부] 삼성공화국의 엘리트들
[장충기문자 2부] 삼성과 권력기관의 밀월
[장충기문자 3부] 삼성왕국의 대학과 언론

‘뉴스타파’가 공개한 문자를 보면 전현직 여야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전직 장관, 국정원 요원, 판사, 대학총장, 언론사 편집국장 등 대한민국에서 권력을 쥐고 있다는 인물들이 줄줄이 나옵니다.

이들은 장충기 사장에게 취업이나 광고 청탁부터 낯 뜨거운 아부까지 차마 읽기조차 민망한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동안 대한민국의 엘리트 집단이 삼성과 어떤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입니다.

뉴스타파의 ‘장충기 문자 3부작’은 삼성공화국이라는 불리는 한국 사회의 민낯을 보여줄 수 있는 보도였지만, 의외로 한국 언론은 조용했습니다. 그나마 보도한 언론사도 ‘뉴스타파’라고 말하지 않는 이상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출처 세탁? JTBC와 중앙일보의 이상한 인용 보도 

▲ JTBC는 정치부회의에서는 뉴스타파를 인용했다가 뉴스룸에서는 삭제했다. 이후 중앙일보는 JTBC 뉴스룸을 인용하는 등 이상한 방식으로 보도했다. ⓒ뉴스타파

뉴스타파 김경래 기자는 페이스북에 뉴스타파가 보도한 삼성 장충기 문자를 다른 언론이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에 관한 글을 올렸습니다.

김 기자에 따르면 KBS는 23일 뉴스 앵커멘트에  “삼성의 2 인자라 불리던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사장의 휴대전화 문자 내용이 독립언론 뉴스타파를 통해 공개됐습니다.”라고 정확하게 인용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JTBC는 24일 ‘정치부 회의’에서는 ‘뉴스타파’라고 언급했지만 ‘JTBC 뉴스룸’에서는 ‘보낸 문자가 2015년 8월부터 약 1년간 모두 13건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라고만 보도했습니다. 뉴스타파가 사라졌습니다.

이상한 것은 4월 25일 ‘중앙일보’가 ’24일 JTBC 보도에 따르면’이라며 출처를 JTBC 뉴스룸으로 인용해 보도한 점입니다. 마치 출처가 세탁된 것처럼 보입니다.

뉴스타파 김경래 기자는 “JTBC도 취재했겠지만, 뉴스에 등장하는 주요 내용은 뉴스타파 보도와 100% 일치한다”라며 “우리는 잘나가는 jtbc가 그나마 [단독]을 달지 않아 고마워해야 하는가.”라며 자조 섞인 글로 마무리합니다.

한국 언론이 뉴스타파의 보도를 인용하면서 ‘인터넷 매체’라며 이름을 감추거나 축소 보도한 사례는 이번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여러차례 있었습니다.

차려준 밥상조차 걷어 찬 한국 언론들 

▲KBS는 홈페이지에 뉴스타파의 조세피난처 금융계좌 한국인 245명 명단 공개를 배치해놓고, 정작 뉴스에서는 축소 보도했다. ⓒKBS 홈페이지 화면 캡처

지난 2013년 뉴스타파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의 공동취재를 통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보이는 245명의 한국인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뉴스타파는 대한민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가 발칵 뒤집힌 특종을 다른 언론과 함께 공유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자처했고, 인용해서 보도할 수 있게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언론은 축소 보도를 하거나 뉴스타파라는 명칭을 빼고 ‘한 인터넷 언론’이라며 폄하하는 어처구니없는 짓을 벌였습니다.

KBS, MBC는 의도적으로 기사를 뒤로 배치했고, 명단에 나온 한국인과 한국 기업의 해명을 최대한 반영하는 배려심(?)을 보였습니다.

당시 한국 언론의 행태는 어렵게 취재한 특종이 차려진 밥상을 걷어찬 꼴이었습니다.

이건희 성매매 동영상, 침묵을 지킨 한국 언론 

▲뉴스타파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성매매 의혹 보도 이후 다른 언론사의 보도건수

2016년 7월 뉴스타파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성매매 의혹을 보도했습니다. 당시 뉴스타파가 보도한 동영상은 일주일 만에 1천만 명이 봤을 만큼 충격적인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한국 언론들은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의혹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7월 22일부터 26일까지 이건희 성매매 의혹 보도 건수를 보면 보면 조선일보 2건, 동아일보 1건이었고 중앙일보는 아예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지상파 3사도 KBS 2건, MBC 1건, SBS 1건으로 그저 생색 내기에 그쳤고, 그마저도 거의 뉴스 뒷부분에 배치해 보도했습니다. KBS와 MBC는 뉴스타파라고 말하지 않고 ‘한 인터넷 매체’라고만 밝혔습니다.

▲ 국경없는기자회가 2018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했다 ⓒ오마이뉴스 신지수

4월 25일 ‘국경없는기자회’가 2018년 대한민국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했습니다. 지난해에 비해 20단계나 오른 43위였습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인권 변호사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 당선과 함께 언론자유의 어두웠던 10년이 끝났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언론자유지수가 높아졌다고 한국 언론의 수준도 올라갔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아직도 한국의 언론은 엘리트 의식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며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