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아 안철수 후보가 올린 페이스북 글과 이를 반반학는 여선웅 강남구청장 예비 후보의 글. ⓒ페이스북 화면 캡처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아 안철수 후보가 올린 페이스북 글과 이를 반반학는 여선웅 강남구청장 예비 후보의 글. ⓒ페이스북 화면 캡처


어제는 세월호참사 4주기였습니다. 지방선거 운동을 하던 대다수 예비 후보들도 잠시 선거 운동을 멈추고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했습니다. 그런데 때아닌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의 페이스북 글이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안 후보는 페이스북에 "4년 전 오늘. 저는 세월호 사고 소식을 듣고 곧바로 팽목항으로 달려갔습니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러자 여선웅 강남구청장 예비후보는 "안철수 후보는 세월호 참사 당일 즉시 팽목항에 가지 않았습니다"라며 반박했습니다.

여기서 쟁점은 '곧바로'라는 말입니다. 흔히 '곧바로'는 모든 일을 팽개치고 바로 그 즉시를 뜻합니다. 하지만 안철수 후보는 일정을 마치고 오후에 팽목항을 방문했습니다. (혹시 야당의 대표가 세월호 참사라는 중대한 재난 소식을 일정이 마칠 때까지 몰랐을지도...)

안철수 후보가 '4년 전 오늘, 저는 팽목항을 방문했습니다.'라고만 했으면 논쟁이 되지 않았습니다. 누가 봐도 사고 소식을 듣고 즉시 달려간 것처럼 오해할 수 있는 글은 세월호 추모를 빗댄 생색내기로 비칩니다.

4년 전, 야당이 아니라 여당의 역할을 했던 새정치민주연합 

팽목항을 즉시 갔느니, 나중에 갔느니 보다 더 눈여겨봐야 할 일이 있습니다. 안철수 후보가 4년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로 어떤 역할을 했느냐입니다.



세월호가 침몰하고 엿새가 흐른 4월 21일,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과 야당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은 각각 국회에서 대책회의를 했습니다. 당시 분위기는 완전히 여야가 바뀌었습니다.

"어제도 정부 발표가 오락가락했는데 당국은 제발 책임자를 지정하고 100% 검증된 정보만 제공하라. 현장에 책임자는 없고 가족들의 요구에는 미적거리니 청와대로 가자는 분노가 터져 나온 것이다"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

새누리당은 정부의 무능을 강하게 질타했습니다. 오락가락하는 정보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여당 지도부는 안전불감증과 안일한 초기 대응, 허술한 재난안전관리 체계에 대한 국민의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세월호 사고 이후 국민의 불만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어른이고 정치인인 것이 이렇게 부끄럽고 고통스러운 적이 없었다. 국가가 무엇인지, 정치가 무엇인지를 자성하고 있다.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더 안전한 나라를 만들지 못한 점에 자책하면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을 통감한다"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당시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대책회의에서 생뚱맞게 반성을 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뭔가 야당이 취해야 할 태도로는 적절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야당이 정부를 강하게 비판할 경우, 재난이나 사고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야당이 분향소 조문이나 반성에 그쳐서는 안 됐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야당이 해야 할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박근혜 눈치 보던 김한길, 유족이 분노하자 말 바꿔

▲ 2014년 4월 29일 박근혜는 국무회의에서 셀프 사과를 했다. 이후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를 비판하는 논평을 준비했지만, 김한길 대표의 지시에 따라 논조를 바꿨다.
▲ 2014년 4월 29일 박근혜는 국무회의에서 셀프 사과를 했다. 이후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를 비판하는 논평을 준비했지만, 김한길 대표의 지시에 따라 논조를 바꿨다.


세월호 사고 발생 14일이 흐른 4월 29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본인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다"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국무위원들이었습니다.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통해 은근슬쩍 대국민사과를 하면서 책임을 회피한 셈입니다.

박근혜의 셀프 사과 이후 새정치민주연합은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 국무회의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사과했다.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과 국민들께 위로가 되기 바란다"라는 아주 친박에 가까운 논평을 냈습니다.

'뷰스앤뉴스'에 따르면 원래 새정치민주연합 공보실은 박근혜의 대국민사과를 강하게 비판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김한길 대표가 전화로 보고 받고 "쿨하게 하라"고 반려하면서 논조를 바꿨습니다.

그날 저녁 세월호 유가족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5천만 국민이 있는데 박 대통령 국민은 국무위원뿐인가. 비공개 사과는 사과도 아니다"라고 강하게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했습니다.

그러자 김한길 대표는 다음날에는 "국민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랐지만 대통령의 사과는 오히려 유가족과 국민에게 분노를 더하고 말았다"며 박 대통령을 비난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안철수 대표는 4월 29일 박근혜의 셀프 사과에는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이후 5월 3일 '대통령의 사과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라는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 세월호 침몰사고 8일째인 23일 경기도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가 조문을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 세월호 침몰사고 8일째인 23일 경기도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가 조문을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세월호 참사가 벌어졌던 2014년 4월, 새정치민주연합은 야당으로 무능했습니다. 안철수 후보 또한 당시 공동대표로서 그 책임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국민은 오락가락했던 김한길, 안철수 대표의 모습을 기억합니다. 그런데 안철수 후보는 세월호 참사 4주기라고 마치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렸습니다.

안철수 후보가 아직도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만합니다.
저작권자 © 아이엠피터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