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아름다운 양보’ 강조하는 이상한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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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이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합니다. 바른미래당은 4월 1일 “안 위원장이 4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시장 출마 선언식을 연다”라고 밝혔습니다.

안 위원장의 서울시장 출마가 공식적으로 확인되자, 언론 매체는 앞다퉈 ‘아름다운 양보’라는 프레임을 내걸고 있습니다.

안철수, 4일 서울시장 출마선언…’아름다운 양보’ 7년만에 도전 (연합뉴스)
박원순 vs. 안철수 서울시장 ‘양보론’ 먹힐까 (뉴스1)

‘정치적 양보’ 이후 7년…박원순과 대결 가능성 (JTBC 뉴스룸)
안철수, 박원순에 넘겨줬던 ‘45% 지지율’ 되찾을까 (한국일보)

‘아름다운 양보’는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간의 후보 단일화를 말합니다.

언론 보도를 보면, 당시는 안 원장이 박원순 이사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했으니 이제는 박 시장이 안 위원장에게 양보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양보론’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당시의 양보가 진짜 아름다웠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양보 전에 서울시장 출마를 포기했던 안철수’

▲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안철수 원장은 양보하기 이전에 이미 출마 결심을 접었다.

안철수 원장이 박원순 후보에게 양보하기 전에 이미 출마 결심을 접었다는 증언이 있었습니다. 바로 안철수의 멘토이자 청춘콘서트를 함께 했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입니다. (관련기사: “안철수, 박원순 양보 전에 출마결심 접었다”)

윤 전 장관의 시사인 인터뷰를 통해 후보 단일화 과정을 구성해봤습니다.

*8월 29일
회의 도중 안철수가 “저 시장하면 안 됩니까?”라고 말함. 주위에서 단기간 서울시장 선거는 무리이니 만류함. 강력하게 본인이 우기자 빨리 결심해서 발표하라고 조언.

*9월 1일
언론에 안철수 원장이 서울시장에 출마한다는 보도가 나옴.

*9월 2일
서울시장에 나가지 않겠다고 스스로 출마 포기, 이유는 아버지의 결사반대 때문.

*9월 6일
안철수, 박원순 공동기자회견에서 안철수 원장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발표.

시사인:그러면 박원순 변호사에게 후보직을 양보하기 전에 이미 출마를 접었다는 얘긴가?

윤여준 전 장관:그 경위는 잘 모르겠는데, 안 교수가 시장직 안 나가기로 한 걸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 같길래 이렇게 얘기했다. “이렇게 발칵 엎어놓고 안 하겠다고 하면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하니까, 빠지더라도 명분이 있어야 한다. 박 변호사가 정당 후보가 아니라 시민 후보라는 전제에서 그 사람에게 양보하고 빠지면 그래도 명분이 서는데 그냥 나 안 한다고 하면 장난이고 시민의 비난이 온다”라고.

당시 안철수 원장이 박원순 이사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하게 된 과정을 보면 아름답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윤 전 장관의 말처럼 서울시장을 하겠다고 해놓고 하지 않으면 장난처럼 보이니, 빠지더라도 명분을 살리기 위한 양보라고 봐야 합니다.

‘박영선, 선거판 자체가 양보론에 끌려갈 위험성이 있다’ 

‘양보론’은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 나올만한 얘깃거리는 아닙니다. 안철수 위원장도 이미 언론인터뷰에서 “2011년 때 양보한 것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며, 이번에 서울시장에 출마해도 박원순 시장에게 양보론을 제기하지 않겠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도 언론이 ‘아름다운 양보’를 강조하는 것은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부터 박 시장을 흔들기 위한 모양새로 보입니다.

“박 시장 입장에선 양보론이라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굉장히 불편해질 것이고, 선거판 전체가 양보론에 끌려갈 위험성이 있다” (박영선 의원)

“박 시장이 안 위원장을 정확하게 공격하고 공세적으로 선거운동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당의 전체 판세에 부정적으로 미칠 것이다” (우상호 의원)

서울시장에 출마한 박영선, 우상호 의원은 똑같이 ‘양보론’을 강조하면서 자신들이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적합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양보론을 내세우지는 않지만, 안 위원장 입장에서도 50%가 넘는 박원순 시장보다는 박영선, 우상호 의원이 민주당 후보로 나오는 편이 더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사흘 만에 출마 결심 또는 자유당과의 연대 때문?’

▲ 3월 28일 안철수 위원장은 자신의 출마 소식에 ‘동명이인이 있나 보다’라는 농담을 던졌다. ⓒJTBC 뉴스룸 화면 캡처

3월 28일 안철수 위원장이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한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기자들이 기자회견을 취재하러 간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 안 위원장 측은 “안 위원장의 서울시장 출마 발표설은 사실무근이며, 이런 일은 거론조차 된 적이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안 위원장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서울시당 개편대회에서 웃으면서 “오늘 오후 2시에 어떤 사람이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한다기에 보니 저와 이름이 같더라”라며 “그래서 동명이인이 있나 보다. 어떻게 하는지 한 번 구경 가야지 했었다”라는 농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불과 사흘 만에 서울시장에 출마하겠다는 모습을 보면, 그때 왜 저런 소릴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안철수 위원장이 서울시장 출마를 사흘 만에 결심했던지, 아니면 자유한국당과의 연대를 추진하면서 눈치를 보느라 말하지 못했다고 풀이될 수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