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이 창당 9개월여 만에 반쪽으로 쪼개졌습니다. 바른정당은 5일 밤 8시부터 11시 40분까지 무려 3시간 40분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하지만 서로 간의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한 '통합파'와 '자강파'는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통합파가 탈당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통합파> 자유한국당과 다시 합치자
<자강파> 통합보다 보수 혁신이 더 시급하다.

통합파인 황영철 의원은 “당 대 당 통합을 위한 노력이 뜻을 이루지 못해 안타깝다”라며 “6일 오전 10시에 통합성명서를 발표하고, 각자 지역구의 지지자들과 함께 탈당계 제출을 위한 작업을 진행해 8일 오후 탈당계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6일 탈당 선언을 할 의원은 '강길부·김무성·김영우·김용태·이종구·정양석·황영철·홍철호 의원' 등 8명이며, 이들은 9일쯤 자유한국당으로 다시 입당할 예정으로 알려졌습니다.

'11월 15일 이전 탈당으로 정당보조금 14억에서 5억으로 삭감'

김무성 등 소속 의원 8명이 8일 탈당계를 제출하면서 바른정당은 몰락 직전까지 오게 됐습니다. 가장 먼저 11월 13일로 예정된 전당대회가 무산되게 생겼습니다.



반쪽짜리 전당대회라도 어찌어찌 치른다고 해도 정당을 운영할 자금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원래 11월 15일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4분기 경상보조금 지급일입니다.

지급일 기준 원내교섭 단체 유지 여부가 보조금 지급 규모에 막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소속 의원이 20명으로 원내교섭 단체였던 바른정당은 김무성 등 8명의 탈당으로 11월 15일은 비교섭단체가 됩니다.

11월 15일 이후에 탈당했다면 바른정당은 14억7600만 원의 보조금을 받지만, 15일 이전 탈당으로 보조금은 5억 9800만 원으로 대폭 삭감됩니다.

이런 이유로 유승민, 하태경 의원 등은 '전당대회를 통해 먼저 지도부 구성을 한 뒤에 통합을 논의하자'라고 주장했지만, 결국 11월 15일 이전 탈당으로 바른정당은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됐습니다.

'재벌과 자영업자만큼의 교섭단체와 비교섭단체 혜택 차이' 



대한민국 정당은 '교섭단체'가 되느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납니다. 군소정당들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가장 큰 배경 중의 하나가 '비교섭단체'였기 때문입니다.

정당이 교섭단체가 되면 일단 정당에 지급되는 보조금부터 차이가 납니다. 지난 4월에 중앙선관위가 지급한 19대 대선 선거 보조금 421억여 원과 지난 8월 지급한 3분기 경상보조금 105억여 원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선거 보조금은 지급일 기준으로 소속 의원 20명 이상의 교섭단체를 구성한 4개 정당이 총액의 50%를 가져갑니다. 5석 이상 20석 미만 의석 정당은 총액 5%를 5석 미만은 총액의 2%를 지급합니다. 나머지 잔여분 중 절반은 의석수 비율로 절반은 20대 국회의원 선거의 득표수 비율에 따라 배분합니다.

3분기 경상보조금을 보면 120석인 더불어민주당이 30억 원을 받았고, 원내 2당인 자유한국당이 31억을 받아 오히려 더 많았습니다. 이유는 20대 총선 득표수 비율 때문이었습니다.



교섭단체와 비교섭단체는 단순하게 정당에 지급되는 보조금만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국회 내에서 비교섭단체는 재벌 앞에 서 있는 자영업자의 위치에 불과합니다.

국회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상임위원장이나 상임위원회 배분도 모두 교섭단체가 쥐고 있습니다. 국회 의사일정에도 전혀 힘을 쓸 수가 없습니다.

2015년 새해 예산안 처리와 선거구 획정안 협상 당시 정의당은 아예 협상에 참여할 수도 없었습니다. 교섭단체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비교섭단체는 정책연구위원 등을 배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정책 연구도 힘들고, 국회 내에 각종 의전 혜택이나 지원도 받기 힘듭니다.

정당을 운영하는 데 꼭 필요한 자금이나 지원도 적고, 국회 내 영향력도 적다면 정당이 존재할 수 있는 토대가 약해져, 결국은 무너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통합 논의, 본격화될까?'

바른정당 의원들이 대거 탈당하면서 또다시 국민의당과의 연대 논의가 재개될 듯합니다. 지난 10월 15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일부 의원이 참여하는 국민통합포럼에서 국민의당과 교섭단체를 만드는 방안이 나온 바가 있습니다.

▲2008년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은 '선진과 창조의 모임'이라는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했다. ⓒ데일리안 뉴스 사이트 화면 캡처
▲2008년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은 '선진과 창조의 모임'이라는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했다. ⓒ데일리안 뉴스 사이트 화면 캡처


실제로 지난 2008년 18석을 가진 자유선진당과 3석의 창조한국당이 합쳐 공동교섭단체를 만든 사례가 있습니다. 당시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은 '선진과 창조의 모임'이라는 교섭 단체로 등록해 활동했습니다. 그러나 2009년 자유선진당 심대평 의원이 탈당하면서 20석을 채우지 못해 해산됐습니다.

하지만 이미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있는 국민의당이라 ‘다른 교섭단체에 속하지 않은 20인 이상의 의원’이라는 국회법에 막힐 수 있습니다.

바른정당은 스스로 존재할 수 없는 상황까지 내몰렸기 때문에 더욱더 국민의당과의 연대나 통합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그러나 “이미 정책연대가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선거연대까지 시도해 보자는 뜻”이라며 한발 물러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발언을 본다면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바른정당 자강파 입장에서는 11월 13일 전당대회가 끝나고 15일 국고 보조금을 받은 뒤 국민의당이나 자유한국당으로 각자 가고 싶은 길로 갔으면 모양새가 좋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통합파는 떠났고, 바른정당은 힘을 잃어버렸습니다.

과연 바른정당이 역사 속에만 남는 그저 그런 군소정당으로 사라질지, 새로운 보수로 거듭날지 아직은 모릅니다. 그러나 대선 후보였던 유승민 의원은 손발이 잘려나가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영향력이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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