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6월 29일 오후 5시 57분경,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습니다. 당시 5층 건물이었던 백화점의 중앙 부분은 마치 폭격을 당한 듯 무너져 내려앉았습니다.

이 사고로 저녁 시간 백화점과 지하슈퍼마켓 등에서 쇼핑을 하던 손님과 종업원 등 천여 명이 빠져나오지 못한 채 건물더미에 매몰됐습니다.

국민은 매몰된 건물에서 생존자가 있기를 간절히 원했지만, 일주일이 지난 7월 7일 언론은 '생존 기대 희미. 희생자 찾기 주력'이라며 포기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나 매몰된 지 11일 만에 최명석씨가 구조됐고, 유지환씨는 13일 만에, 박승현씨는 무려 17일 동안 건물에 갇혀 있다가 극적으로 구조됐습니다.

'부실시공과 비리로 얼룩진 강남 고급 백화점' 

삼풍백화점은 1989년 12월에 문을 연 강남의 대표적인 고급 백화점이었습니다. 케이블채널 tvN에서 방영됐던 '응답하라 1994'에서도 성나정(고아라 분)과 칠봉(유연석 분)이 삼풍백화점에서 만나기로 하는 장면이 나왔듯이, 데이트와 쇼핑의 대명사인 장소였습니다.

▲삼풍백화점은 원래 지하 4층, 지상 4층 상가 건물로 설계됐지만, 정확한 구조 진단 점검 없이 백화점으로 용도가 변경됐다. 특히 4층에서 5층으로 증축하면서 벌어진 부실 시공으로 건물이 붕괴됐다. ⓒ한겨레PDF
▲삼풍백화점은 원래 지하 4층, 지상 4층 상가 건물로 설계됐지만, 정확한 구조 진단 점검 없이 백화점으로 용도가 변경됐다. 특히 4층에서 5층으로 증축하면서 벌어진 부실 시공으로 건물이 붕괴됐다. ⓒ한겨레PDF


강남의 고급 백화점이 왜 이리 한순간에 무너졌을까요? 이유는 부실시공과 건축 비리 때문이었습니다. 삼풍백화점은 원래는 '종합상가'로 설계됐습니다. 지하 4층 지상 4층 건물이 다 지어졌을 무렵, 당시 이준 삼풍그룹 회장은 시공사에게 백화점으로의 용도 변경을 요구합니다.

시공사는 종합상가에서 백화점으로 용도가 변경될 경우, 건물 구조가 바뀌기 때문에 건물 붕괴의 위험이 있다며 거부합니다. 삼풍그룹 이준 회장은 계약을 파기하고 구조 전문가의 검토도 무시한 채 자회사를 통해 백화점으로 공사를 강행합니다.

삼풍그룹의 계열사였던 삼풍건설산업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건물을 지탱하는 기둥의 두께와 철근 숫자를 줄입니다. 기둥을 잘라버리거나 비용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L자형 철근을 ㅡ자형 철근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원래 4층으로 설계됐던 삼풍백화점은 갑자기 5층으로 확장 공사를 합니다. 불법 증축이었습니다. 구조 설계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5층은 식당가로 불법 변경되면서 바닥 배수로, 온돌 콘크리트, 돌 정원, 각종 대형 냉장고 등이 설치됩니다.

결국,삼풍백화점은 건물을 지탱하지 못하고 붕괴됐고, 이 사고로 502명이 사망했고, 부상자가 937명이나 발생하는 초대형 참사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성수대교 붕괴에 이어 삼풍백화점 붕괴까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일어나기 전인 1994년 10월 21일 성수대교의 중간 부분이 붕괴돼 3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경향신문 PDF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일어나기 전인 1994년 10월 21일 성수대교의 중간 부분이 붕괴돼 3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경향신문 PDF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는 뉴스 속보가 나오자 사람들은 '또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라며 분노를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한 해 전인 1994년 10월 21일에는 한강 성수대교가 붕괴해 32명이 사망했고, 12월 7일에도 서울 아현동 도시가스 폭발로 12명이 사망했었기 때문입니다. 서울뿐만 아니라 대구에서도 지하철 공사장 가스 폭발 사고로 101명이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불과 1년 사이에 초대형 참사가 벌어졌지만, 변한 것은 없었습니다. 특히 사고의 징후가 보였지만, 관련자들은 쉬쉬하면서 넘어갔습니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있기 전  레포츠 센터와 중앙홀 지역에서 균열이 벌어졌고, 백화점 건물 전체가 서서히 기울어지기도 했습니다. 식당가 천장에 균열이 생기면서 모래가 떨어졌고, 5층 바닥은 서서히 내려앉기 시작했습니다.

1995년 6월 29일 오전 9시, 삼풍백화점 5층 식당 주인은 '바닥이 돌출 부분이 2m가 생겼고 천장이 조금 내려왔다'라며 삼풍백화점에 알립니다. 삼풍백화점은 건물이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대책회의를 하지만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백화점 1.2층의 영업을 강행합니다.

 

삼풍백화점 이준 회장과 경영진들은 회의하다가 건물 붕괴가 임박해지자, 손님과 직원은 버리고 자신들만 대피합니다.

직원들은 건물이 무너질 조짐을 보이자 손님들에게 '긴급히 대피하라'고 외치지만 결국 오후 5시 57분 5층 바닥의 기둥 2개가 무너지면서 건물 붕괴가 시작됩니다. 삼풍백화점은 20초 만에 지하 4층까지 매몰됐고, 1,500여 명의 사람들은 건물 속에 묻히게 됩니다.

당시 사고 직후 영상을 보면 순식간에 건물 주변이 뿌연 먼지와 건물 파편들로 눈조차 뜰 수가 없었습니다. 마치 폭탄 테러를 당한 것처럼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이후 삼풍그룹 이준 회장은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적용돼 징역 7년 6개월이 확정됐습니다. 삼풍백화점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설계 변경 등을 승인해준 서울 전 서초구청장 이충우, 황철민에게는 뇌물수수죄가 적용되는 등 관련자 23명이 기소됐습니다.

'내가 지나다니는 도로와 사는 건물은 안전할까?'

'와우 아파트 붕괴사고', '성수대교 붕괴 참사',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는 한국전쟁 이후 가장 큰 인명피해를 안긴 붕괴사고로 기록됩니다.

대형 참사가 벌어지고 나면 언론이 호들갑을 떨고, 건물과 교량 등의 안전 점검이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점검이 끝나거나 시민들의 관심이 멀어지면 비슷한 사고가 벌어질 위험에 노출됩니다.

▲서울시는 안전등급 D등급을 받은 서울역고가도로를 공원으로 조성했다. 서울역고가도로는 도로의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에 철거 내지는 다른 용도로 사용됐어야 했다. ⓒ서울시,뉴스타파
▲서울시는 안전등급 D등급을 받은 서울역고가도로를 공원으로 조성했다. 서울역고가도로는 도로의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에 철거 내지는 다른 용도로 사용됐어야 했다. ⓒ서울시,뉴스타파


얼마 전 서울시는 서울역고가도로를 개.보수하여 공원으로 만들었습니다. 언론과 일부 시민들은 교통이 불편하게 왜 공원으로 만드냐고 비판을 했습니다. 그러나 서울역고가도로는 안전진단 D등급을 받았던 곳입니다.

'문제점이 없는 최상의 상태'가 A등급이라면 D등급은‘주요 부재’에 결함이 발생하여 긴급한 보수ㆍ보강이 필요하며 사용제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태'입니다. 한 마디로 즉각 사용을 금지해야 하는 불량 등급입니다.

서울역고가도로는 2014년에 D등급을 받아 2015년에 다시 점검진단을 했지만, 결국 공원화로 결정됐습니다.

서울시 일부 지역에는 이처럼 안전진단을 통해 긴급한 보수와 보강이 필요하거나 사용하면 안 되는 건물과 교량, 시설 등이 있습니다. 당연히 서울시에서는 안전점검을 철저히 해서 사고가 나지 않도록 계속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서울시 건축물 내진성능 자가점검 사이트에서는 건축물의 내진설계 여부를 알 수 있다. ⓒ홈페이지 캡처
▲서울시 건축물 내진성능 자가점검 사이트에서는 건축물의 내진설계 여부를 알 수 있다. ⓒ홈페이지 캡처


서울시가 시행하는 안전진단 이외에 자신이 사는 건물의 내진성능을 점검하는 사이트가 있습니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 건물이 안전한가를 알아볼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서울시 건축물 내진성능 자가점검 사이트

지난 2008년 중국의 쓰촨성 지진이나 2010년 발생한 아이티 지진을 봐도 지진은 건물 붕괴의 주요 원인 중의 하나입니다. 지진은 자연 재해지만 건물 붕괴는 사전에 예방하고 점검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 있기도 합니다.

'서울시 건축물 내진성능 자가점검' 사이트를 이용하면 건축물의 내진설계 적용 여부를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대형 빌딩이나 아파트와 같은 곳은 지진 등의 피해로 건물 붕괴가 발생할 경우 대량 인명 피해가 나오니 점검이 필요합니다.

'옛날에 일어났으니 이제는 사고가 나지 않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건축물은 노후가 될수록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높습니다. 소중한 생명을 잃기 전에 최악의 사태를 염두에 두고 예방하고 점검하는 일은 서울시뿐만 아니라 시민 모두가 관심을 기울이고 노력해야 할 사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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