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 언론사 대표를 도지사 선거 기획 기사에 포함한 제민일보'

지난 6월 2일 금요일, 제주에서 가장 유명한 신문 중의 하나인 '제민일보'가 창간 27주년 특집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제민일보는 6면에 '각본 없는 드라마 불꽃 튀는 각축전 예고'라는 제목으로 내년 지방선거 관련 '도지사 선거 기획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2018년 6월 13일 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제민일보는 선거 출마 예상자 13명의 사진을 실었는데, 이 중에 '김택남'씨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김택남씨는 제민일보 대표이사입니다.

이날 제민일보 신문 2면에는 김택남 제민일보 대표이사의 '제주공동체 발전 책무 이행'이라는 창간 기념사가 실리기도 했습니다.

자사 대표이사를 '도지사 선거 기획 기사'에 포함해 거론하는 신문사를 보면서 과연 제정신을 가진 언론사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물론 유력 도지사 후보라면 가능할 수도 있지만, 제민일보 김택남 대표는 기사에서조차 ' 주변 인사들의 출마 권유를 받고 있는' 인물에 불과했습니다.

'제민일보 비판하는 칼럼을 거부한 제주매일'

▲제주매일에 칼럼을 연재했던 김동현 문학평론가. 제주매일은 제민일보를 비판하는 김동현 평론가의 칼럼을 거부했다.
▲제주매일에 칼럼을 연재했던 김동현 문학평론가. 제주매일은 제민일보를 비판하는 김동현 평론가의 칼럼을 거부했다.


제주 지역에서 칼럼을 쓰고 방송 등에 출연하는 김동현 문학평론가는 제주의 대표적인 오피니언 중의 한 명입니다.

제민일보 기자 출신이었던 김동현 평론가는 제민일보를 비판하는 칼럼을 '제주매일'에 게재할 예정이었지만, 거부당했습니다.

김동현 평론가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6월 5일 제주매일에 실려야 했지만, 제주매일 측에서 칼럼을 실을 수 없다고 연락이 왔다'라며 '신문사 입장이 곤란해진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제주매일에서 거부한 칼럼에서 김동현 평론가는 '신문사 대표가 유력 대선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면서 조선일보가 자사 기사를 통해 기획기사로 보도했다고 생각해보자.'라며 이런 보도는 '언론의 금도를 벗어난 일이라는 논쟁이 일어날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김동현 평론가는 '최소한 노조에서 편집국에서 이 문제를 거론했어야 한다'라며 JTBC 손석희 사장이 자사 회장인 홍석현씨가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대선 도전 가능성이 논란됐을 때 밝힌 입장을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시대가 바뀌어도 모두가 동의하는 교과서 그대로의 저널리즘은 옳은 것이며 그런 저널리즘은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을 위해 존재하거나 복무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JTBC 손석희 사장)

김동현 문학 평론가의 굿바이 "‘제민일보’ 동업자 의식 속에 망가지는 지역 언론" 칼럼 전문보기

'동업자 의식 속에 저널리즘을 포기한 지역 언론'

▲제주지역 언론사 등록 현황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지역 언론사 등록 현황 ⓒ제주특별자치도


2016년 기준으로 제주에는 일간 신문 6개와 KBS, MBC, 제주방송 등 방송사 8개, 인터넷 신문 54개 등 총 91개의 언론사가 등록돼 있습니다.

좁은 지역에서 수많은 언론사가 존재하다 보니 한정된 제주도 홍보 예산을 서로 배정받으려고 치열하게 경쟁을 하기도 합니다.

돈 앞에서는 서로 싸우면서도 제주 지역 언론을 비판하거나, 자신들의 카르텔을 침범하는 일에는 동업자 의식을 갖고 똘똘 뭉쳐 막아내기도 합니다.

언론을 개혁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모두가 중앙 언론만 얘기합니다. 그러나 지역 언론은 나름대로 지역 민심을 제대로 이끌 수도, 왜곡할 수도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재정이 취약한 지역 언론은 정치와 자본의 영향력 앞에서 저널리즘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 없애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지역 언론을 포기하면 지역 여론이 왜곡되고, 지방자치도 토호 세력 앞에서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언론이 진실을 왜곡하는 기사를 보도하면 시민들이 팩트를 내밀며 오류를 잡아내는 세상이 됐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지역 언론은 이런 변화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중앙언론 못지않게 중요한 지역 언론, 여러분이 사는 '지역 신문' 또한 관심을 기울이며 냉철하게 비판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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