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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미국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The Simpsons)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2000년 방영된 심슨의 '미래로 간 바트(Bart to the future)’편에서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으로 등장합니다. 이 에피소드에 등장했던 일부 장면이 2016년 트럼프의 모습과 너무나 유사해 네티즌들은 심슨이 트럼프 당선을 예견한 것 아니냐며 관심을 보였습니다.

대선 당시 해당 에피소드의 각본을 맡았던 댄 그리니 작가는 미국 언론 인터뷰에서 “해당 에피소드는 미국을 향한 경고였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나온 심슨 에피소드에서는 뒤를 이어 여성 대통령이 새로운 대통령으로 등장합니다. 백악관 회의에서 전 대통령 트럼프 때문에 미국이 파산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심슨 작가는 “만화 속 예언이 현실화되고 있는 데 대해 걱정스럽다”라며 우려를 나타냈고, 시즌 27에서는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을 공식 지지하는 영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미국 애니메이션 '심슨'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이 파산한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힐러리 클리턴을 지지했지만 결국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됐습니다.

'언론과 여론조사의 허상을 보여준 미국 대선' 

▲미국과 세계 주요 언론사는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의 당선을 예측했다.
▲미국과 세계 주요 언론사는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의 당선을 예측했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는 여론조사를 통한 언론사의 예측이 대부분 틀렸습니다. 미국 대부분의 언론들은 리서치 회사들과 함께한 여론조사에서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을 자신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8일에도 클린턴 후보의 당선 확률을 84%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언론이 힐러리의 당선을 예측한 반면, 인공지능 '모그 AI'는 SNS와 온라인에서 어느 후보가 더 많이 언급되느냐를 조사해 트럼프의 당선을 예측하기도 했습니다.

막상 개표가 시작되자 여론조사에서 앞섰던 '플로리다', '미시간', '위스콘신'조차 트럼프가 승리했습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언론사와 여론조사 기관이 실제 여론과 유권자의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심슨'에서는 현실성 없는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8살 아이가 대선 후보로 나오는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마이클 무어 감독은 “모두가 얼간이를 대통령으로 뽑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지만 “내 평생 지금보다 내가 틀렸다는 증명을 원한 적은 없었다”라며 트럼트 당선을 예측하기도 했습니다.

언론과 여론조사가 모든 것을 대변하고 예측할 듯 하지만, 실제 결과는 '브렉시트' 국민투표와 미국 대선에서 보듯이 달랐습니다.

앞으로 대한민국도 선거의 예측이나 시국에 대한 상황을 언론사와 여론조사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간접 경험을 느낀 미국 대선이었습니다.

'백인들의 복수를 결집한 트럼프'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소식에 환호하는 지지자들. ⓒ 연합뉴스·EPA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소식에 환호하는 지지자들. ⓒ 연합뉴스·EPA


트럼프 당선을 이끌어 낸 가장 큰 힘은 미국인입니다. 미국에는 다양한 인종이 있습니다. 백인들은 자신들이 진짜 미국인이고, 나머지는 미국 시민권이 있어도 이민자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런 미국인들은 이민자와 다른 인종 때문에 오히려 자신들이 차별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이번 대선에서 막강한 결집력을 보여줬습니다. 일명 '백인들의 복수'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번 대선에서 백인들은 겉으로는 과격한 발언을 하는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았지만, 선거에서는 그에게 투표했습니다.

'러스트 벨트'라고 불리는 '미시간,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은 자동차 산업의 쇠퇴와 함께 중산층이 몰락한 지역입니다. 트럼프는 이 지역 백인들에게 '일자리를 되찾아 주겠다','이민자를 막겠다'는 공약을 내걸며 승리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을 예측했던 마이클 무어 감독도 트럼프가 자유무역과 이민자를 공격해 표를 결집하겠다는 공약을 쓸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그의 예측대로 트럼프는 미시간 경선 당시 '포드가 공장을 닫고 멕시코로 옮기면, 멕시코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입하는 차에 35%의 관세를 매기겠다'라고 위협을 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은 인종 차별에 대한 법규와 제재가 강력한 나라입니다. 그러나 백인들은 이런 인종 차별을 더는 두고 보지 못하겠다며 억눌렀던 분노를 표출했습니다. 흑인 대통령, 여성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모습에서 그들은 위기감을 느꼈고, 트럼프를 지지함으로 보여줬습니다.

'주한 미군 철수 때문에 불안하다고?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적인 트럼프'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내내 방위비 분담금이 늘어나지 않으면 주한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말해왔습니다. '자국의 안보는 자국이 책임져라'는 그의 외교 안보 정책에 한국은 복잡한 상황에 처해진 상황입니다.

▲이스라엘 햄버거 회사의 광고, 대역배우가 북한 김정은을 연기했다. ⓒ유튜브 캡처
▲이스라엘 햄버거 회사의 광고, 대역배우가 북한 김정은을 연기했다. ⓒ유튜브 캡처


지난 6월 15일 트럼프는 애틀랜타 유세에서 "북한을 방문할 계획은 없지만, 대신 김정은을 미국으로 초청해 같이 햄버거를 먹으면서 협상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한국에서 전쟁이 나도 관여하지 않겠다'라거나 '주한 미군을 철수하겠다'라며 한반도에서 발을 빼면서 대화를 하겠다는 트럼프가 훨씬 자기들 입맛에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일부 북한 매체에서는 힐러리보다 트럼프가 낫다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북한과의 관계는 대화가 우선입니다. 이 점은 절대 변할 수 없습니다. 전쟁은 한순간에 모든 것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화를 통해 선제적 위험 요소를 제거하고 자주 국방으로 스스로를 지키는 모습이 한국이 보여줘야 할 안보의 순서가 될 것입니다.

문제는 과연 대한민국이 스스로 안보를 지킬 국방력을 가지고 있느냐입니다. 하지만 이 부분도 미국에 의존하는 대신, 방산 비리를 척결하고 국방 시스템을 제대로 개혁하면 어느 정도 이겨낼 수 있는 기초가 될 수 있습니다. 핵심은 이런 개혁을 누가 하느냐입니다.

한국의 보수는 주한 미군 철수 위협 등을 문제 삼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건으로 불어진 시국을 안보 정국으로 바꿀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주한 미군 철수에 벌벌 떨 것이 아니라 왜 대한민국 자주 국방이 엉망이었는지 이 점부터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분노와 현실은 달랐다. 미국 대선에서 배울 점은?'

▲미국 대선 투표가 개표되는 동안 나왔던 미국인들의 반응 ⓒ페이스북 캡처
▲미국 대선 투표가 개표되는 동안 나왔던 미국인들의 반응 ⓒ페이스북 캡처


트럼프가 당선되자 캐나다로 이민을 가겠다는 말들이 미국 SNS에서 나왔습니다. 일부 사이트에서는 트럼프 당선에 대한 다양한 감정을 보여줬는데, 화가 나거나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대체로 많았습니다.

트럼프 당선으로 당장에라도 미국이 무너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지만, 쉽게 망가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또한 많은 미국인들이 분노하고 있지만, 현실은 미국의 보수화로 안정을 찾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우리가 미국 대선에서 배울 점은 분노와 현실은 다르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분노만 한다고 세상은 바뀌지 않습니다. 이 분노가 투표로 이어지거나 우리가 잊고 있는 세력들의 움직임까지 눈여겨봐야 합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당장 박근혜 정권이 무너질 것처럼 보이지만, 집권 세력은 쉽게 정권을 내놓지 않을 것입니다.

단순한 분노만으로는 현실을 바꿀 수 없습니다. 분노가 시민 항쟁으로 바뀌어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태풍처럼 몰아치거나, 현실을 직시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방법 모두를 고민해야 할 시기입니다.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인들은 충격에 빠져있겠지만, 한국인들은 오히려 앞으로의 시국에 대한 냉철한 판단을 할 수 있는 계기와 함께 11월 12일에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깨닫는 시간이 됐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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