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매월 1회, '아이엠피터'를 후원해주시는 분들에게 한 달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드리는 글입니다. 한 달 동안 후원해주신 분들의 명단도 올립니다. 아이엠피터의 소소한 가족사와 활동 등을 솔직하고 편안하게 올립니다. 아이엠피터가 후원자와 소통하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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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셨습니다. 그리 큰 병은 아니지만, 고통이 심한 증상이었습니다. 밤새 끙끙 앓다가 새벽에 겨우 병원을 가는 어머니를 응급실에조차 모셔다드리지 못했습니다. 아침에 글을 써서 올려야 하는 아들 사정을 알고 만류하셨기 때문입니다.

2주가 넘게 병원에 입원해 계시는 동안 제주에 살고, 서울에 가도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찾아뵙지 못했습니다. 참 무심한 아들이었습니다.

입원하시는 동안 대부분의 병간호는 아버지가 하셨습니다. 식사 수발과 옷 갈아 입히기, 머리 감기와 소변 주머니 배출까지도 아버지가 도맡아 하셨습니다.

아버지가 일이 있으셔서 딱 하루 어머니 곁에 있었습니다. 누워서 끙끙대는 어머니를 보니,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아버지가 알려주신 간병 수칙에 따라 한다고 했지만, 어머니의 표정은 그리 편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화장실도 혼자 가려고 하시고, 머리도 '내일 아버지가 오면 감으면 된다'라고 마다하셨습니다. 겨우 밥 한 숟가락 국에 말아 드시면서도 자꾸 '배고프니 빨리 식당 가서 밥 먹고 와라'는 소리를 멈추지 않으셨습니다.

한밤중에 간호사가 주사를 놓거나 혈압 등을 재느라 들어와도, 아들이 깰까 봐 불도 켜지 못하게 하셨습니다. 혹시라도 제가 눈을 뜨면 '난 괜찮으니, 빨리 더 자라'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셨습니다.

자식이 옆에서 간호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편치 않으셨는지 '아버지는 지금쯤 왔나?'라며 연신 병실 창밖을 내다보시기도 했습니다.

"엄마, 나보다 아빠가 편하지?"
"너는 바쁘고, 할 일도 많잖아. 아무래도 아빠가 편하지"

어머니에게 자식은 돌봐줘야 하는 존재였고, 남편은 자기의 모든 것을 맡겨 놓아도 되는 편안한 동반자였나 봅니다.

칠십이 넘으신 아버지는 딱딱한 병원 보조 침대에서 2주가 넘게 주무셔도 '항상 잘 잤다'라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아들은 딱 하루 병실에서 잠을 자면서 아내에게 '허리 아파 죽을 뻔했다'고 투덜댔습니다. 아직도 철없는 아들입니다.

"아파서 침대 난간을 꽉 잡고 참고 있는 어머니를 보니 어릴 적 보던 외할머니 손과 같았습니다."

언제 우리 엄마가 할머니가 됐지? 라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나이가 마흔일곱이나 되지만, 아직도 제 눈에는 파리채 들고 '너 이리와 앉아봐'라고 혼내시던 모습만 떠오릅니다. 하지만 엄마의 손은 이미 할머니처럼 쭈글쭈글해져 있었습니다.

요셉에스더키-min

요셉이와 에스더가 크는 모습만 봤습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말을 하고 뛰어놀고, 키가 훌쩍 크는 모습을 대견스럽게 여겼습니다. 아이들이 크는 만큼 우리 엄마는 늙어갔습니다.

어머니가 나이를 먹고 몸이 아파 여기저기 아프다고 해도, 그저 하는 소리라고 치부했습니다. 아이들이 아프면 빨리 병원에 데려가야 한다고 난리를 치면서도, 어머니가 아프다고 하소연을 해도 '병원에 가봐','내가 병원에 가보라고 했는데, 또 안 갔지?'라며 오히려 성을 내기도 했습니다. 참 싸가지 없는 아들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어디 가자고 졸라대면 비행기 표까지 바꾸면서도, 어머니가 뭐 해달라고 하면 '나 시간 없어, 다음에 해줄게'라며 요리조리 핑계만 댔습니다.

아이들이 서울에 올라오면 평소에는 장도 보지 않는 분들이 마트에서 한가득 아이들 먹거리를 사서 오십니다. 아이들 옷을 사러 마트에 가면 '나는 다 있으니 아무것도 필요 없다'라며 선물로 받았던 상품권으로 아이들 장난감을 사줍니다. 어머니, 아버지에게 간혹 용돈이라도 드리면 '돈도 못 벌면서'라며 오히려 손주들 손에 몰래 돈을 쥐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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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아버지에게 가장 큰 걱정거리는 둘째 아들인 접니다. 삼형제 중에서 유일하게 집도 없고, 모아 놓은 재산도 없어 앞으로 어떻게 살거냐며 걱정이 태산입니다.

후원해주시는 분들이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면 '그분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열심히 글을 써라'면서 잔소리를 하십니다. 간혹 서울에 가서 늦잠을 자면 방문을 열고 '글은 언제 쓸 거니?'라며 피곤한 몸을 억지로 일으키게 합니다.

부모님에게 둘째 아들이 쓰는 글은 당최 뭔소리인지 모르는 얘기들뿐입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았다면 반드시 갚아야 하고, 그만큼 노력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고 게으름을 피우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마흔일곱이나 되는 아들이 행여 배고플까 봐, 서울에만 가면 새벽부터 밥상을 차려 놓고 계신 어머니.
마흔일곱이나 되는 아들이 행여 공항까지 가는 길이 힘들까 봐 나이 칠십이 넘으신 몸으로 손수 공항까지 데려다주시는 아버지.

요셉이와 에스더가 노느라 전화를 받지 않으면 속상해하면서도,  부모님에게는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조차 제대로 하지 않습니다. 요셉이와 에스더에게 하는 것 반의반이라도 부모님에게 했으면 효자라는 소리도 들을 것 같습니다.

자식 다 필요 없고 남편이 최고라는 우리 엄마.
그만큼 평생 짐만 되고 해주는 것도 없었던 둘째 아들이었나 봅니다.

사랑한다는 말이 쑥스러워서 하지 못하는 아들이 용기 내 말을 합니다.
"엄마, 아빠,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아프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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