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통과에 반발해 무기한 단식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 대표의 단식이 그동안 우리가 봤던 단식과는 다릅니다.

이정현 대표는 국회 당대표실에서 단식을 하고 있습니다. 기자들의 촬영도 2~3분 내외로 짧게 공개했습니다. 보통 단식은 자신의 주장을 널리 알리기 위한 수단임에도 이 대표는 아무도 보지 못하도록 비공개 단식을 하고 있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왜 '비공개 단식'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알려드리겠습니다.

▲ 새누리당 의원들의 세월호 유가족 단식 비하 발언
▲ 새누리당 의원들의 세월호 유가족 단식 비하 발언


① 노숙자가 되기 싫은 이정현 대표

이정현 대표가 국회 대표실에서 단식하는 가장 큰 이유는 김태흠 의원이 지적했던 '노숙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2014년 8월 국회 본청 앞에서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농성을 하고 있었습니다.

김 의원은 세월호 유가족을 보면서 “어디 뭐 노숙자처럼 있는 저런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만약 이정현 대표가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 농성을 하면 김태흠 의원의 지적처럼 노숙자로 비칠 수 있습니다.

이정현 의원은 당 대표로서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국회 당대표실에서 단식 농성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② 나의 죽음을 국민에게 알리지 말라

2014년 8월 황우여 교육부장관 인사청문회장에서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황 후보에게 "오늘 (세월호 유족 김영호씨) 25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라는 말로 질문을 시작했습니다. 새누리당 안홍준 의원은 옆에 동료에서 "제대로 단식을 하면 그 시간을 견딜 수 있어?… 벌써 실려 가야 되는 거 아냐?"라고 물었습니다.

옆에 있던 서용교 의원이 "제가 해봤는데, 6일 만에 쓰러졌어요"라고 말하자 안 의원은 "그러니까… 제대로 하면은… 단식은 죽을 각오로 해야 돼. 병원에 실려 가도록… 적당히 해봐야…"라며 단식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줬습니다.

이정현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의회 민주주의 복원을 위해 저는 목숨을 바칠 각오를 했다"며 "거야(巨野)의 횡포에 맞서기 위해선 비상한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이 대표는 목숨을 바칠 각오를 하고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했습니다. 죽을 각오로 단식하다가 쓰러지는 모습을 국민이 보면 얼마나 상심을 하겠습니까? 이정현 대표는 지금 목숨을 바치려고 비공개 단식을 하는 거라고 봐야 합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2014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선거제도가 있는 나라 중에서 단식 투쟁을 하는 국회의원들이 있는 나라도 바로 아마 대한민국이 유일하다'고 발언했다. ⓒ오마이뉴스,국회회의록 캡처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2014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선거제도가 있는 나라 중에서 단식 투쟁을 하는 국회의원들이 있는 나라도 바로 아마 대한민국이 유일하다'고 발언했다. ⓒ오마이뉴스,국회회의록 캡처


③ 세계 유일의 단식 특권이 있는 대한민국 국회의원

2014년 10월 31일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은 대정부 질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이정현 의원:총리, 잠시 자리해 주시기 바랍니다.
존경하는 동료 의원 여러분!
본 의원은 국민 신뢰도가 1.9%인 우리 정치권이 개헌 주체의 한 축이 되기 위해서는 국회 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 사회에서 무노동․무임금이 적용되지 않는 유일한 집단이 국회의원일 것입니다. G20 국가 중에서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법을 안 지키는 유일한 나라가 대한민국일 것입니다. 선거제도가 정착된 그러한 나라들 중에서 단식투쟁을 하는 국회의원들이 있는 나라도 바로 아마 대한민국이 유일할 것입니다. 여기에서부터 바로 우리 국회의원의 특권이 시작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정현 대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단식투쟁을 하는 국회의원이 있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주고 싶었을 것입니다.

단식 투쟁이 특권이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국회의원들에게 단식하면 K스포츠재단,미르재단 이야기도 사라질 수 있고, 정세균 의장도 물러나게 할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입니다.

▲2016년 8월 청와대에서 열린 새누리당 신임지도부 오찬 모습과 정세균 의장에 항의하는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단식하는 이정현 대표 ⓒYTN캡처 ,오마이뉴스
▲2016년 8월 청와대에서 열린 새누리당 신임지도부 오찬 모습과 정세균 의장에 항의하는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단식하는 이정현 대표 ⓒYTN캡처 ,오마이뉴스


④ 오로지 그분께만 충심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이정현 대표가 비공개 단식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세상에서 꼭 한 사람만 그의 충심을 알면 되기 때문입니다. 바로 청와대에 계신 박근혜 대통령입니다.

이미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신의 충심을 충분히 보여줬습니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건의안을 통과시키려는 정세균 국회의장에 맞섰습니다.

1987년 개헌 이후 국회에서 통과된 해임건의안을 대통령이 거부한 사례는 처음입니다. 그만큼 박 대통령은 해임건의안을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밥을 달라'며 해임건의안을 막으려고 노력했으니, 이제 '밥을 먹지 않겠다'는 이정현 대표의 결기가 필요했습니다.

이정현 대표는 단식 농성을 하면서도 충분히 그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여소 야대' 상황에서 국감은 파행시키면서도 국회선진화법을 이용해 세월호특별법 개정을 막아냈습니다. 경제는 잘 모르지만 무조건 '법인세 인상'을 반대하고 막아낼 것입니다.

이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 곁에 있는 '좌 진석 우 정현' 체제의 확고함을 몸으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정현 대표는 오로지 그분께만 충심을 보여드리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아니 이미 그분은 이정현 대표의 충심을 알고, 조만간 '몸이 상할지 모르니 건강을 돌봐라'는 청와대 메시지를 보내 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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