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라이프 대학'이라는 평생교육 단과대학 신설을 놓고 이화여대 학생들의 시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본관 점거 농성과 경찰 투입, 그리고 졸업생들의 졸업장 반납 시위가 이어지고 있지만, 학교측과의 해결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최경희 이대 총장은 내부 구성원들의 의견은 수렴하겠다고 밝혔지만, 학생들의 징계 또한 시사하고 있습니다.

이화여대 학내에 경찰이 투입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엠피터는 지난 해 16년 만에 경찰이 대학 울타리를 넘어서는 모습이 연상됐습니다. 여학생들이 끌려가는 모습을 보면서 왜 정치,사상의 자유가 가장 보장되어야 할 대학교가 이런 상황이 됐는지 답답했습니다.
 

▲이화여대 곳곳에 붙여 있는 '정치색을 띤 외부 세력과 무관하다는' 안내문 ⓒ노동자연대 이미진
▲이화여대 곳곳에 붙여 있는 '정치색을 띤 외부 세력과 무관하다는' 안내문 ⓒ노동자연대 이미진

 


아이엠피터의 이런 생각은 이화여대 시위자들이 붙인 종이 한 장에 와르르 무너졌습니다. 이화여대 시위를 주도하는 학생들은 학내 곳곳에 '우리는 정치색을 띤 어떠한 외부세력과도 무관합니다. 오로지 이화인의 목소리입니다'라는 안내문을 붙였습니다.

정치색을 띤 외부세력과 무관하다는 안내문은 이미 지난 7월 30일에 벌어진 운동권 배제 사태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점거 시위가 벌어진 본관 앞에서 진행됐던 기자회견 자리에서 일부 학생들은 이화여대 양효영 학생의 발언을 운동권이라는 이유로 막았기 때문입니다.

운동권이라는 이유로 같은 학교 학생의 발언을 막고, 정치색을 띤 외부세력을 배제하겠다는 시위 학생들의 주장은 한편으로는 우려를 갖게 합니다.

① 미래라이프 대학 설립 반대? 이화여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위학생들은 미래라이프 대학 설립 반대는 외부 세력을 배제한 오로지 이화인의 목소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화여대생들이 미래라이프 대학 설립을 반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안은 단순히 이화여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교육부가 지난 5월에 발표한 평단 사업 선정 대학 ⓒ교육부 캡처
▲교육부가 지난 5월에 발표한 평단 사업 선정 대학 ⓒ교육부 캡처

 

'미래라이프 대학'은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주도하는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이하 평단 사업)입니다. 평단 사업에는 지난 5월 6개 대학이 선정됐고, 이화여대는 지난 7월 동국대, 창원대, 한밭대와 함께 선정됐습니다.

이화여대 학생들이 평단 사업을 반대하려면 선정된 대학이 모두 반대해야 합니다. 그러나 다른 대학에서는 이대만큼 시위가 벌어지고 있지 않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대 순혈주의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평단 사업은 상업화를 꾀하는 대학이나 박근혜 정권의 평생교육 정책에 대한 문제가 담겨 있습니다. 즉 이화여대가 평단 사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외부 세력과의 연대가 필수입니다. 다른 학교는 평단 사업을 해도 되지만 '우리 학교만은 안돼'라는 방식은 전혀 공감하기 어렵습니다.

② 정치색을 배제한다면서 왜 정치인은 만나려 하는가?

<노동자연대>에 기고한 “연대를 확대해야 할 때입니다”라는 글을 게재한 이화여대 학생은 정치색을 배제한다면서 정치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태도를 비판했습니다.

 

일부 학생들은 ‘우리에게 정치색이 없다’, ‘운동권이 시위를 주도하면 미래라이프 폐기를 원하는 순수한 이화인의 의도가 변질될 것’이라며 학생들 사이에서 ‘운동권’ 배제 여론을 확대시켰다. 또한 교원 임용고시 등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참여한 만큼 정치색을 입힐 운동권은 이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빠져달라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이미 이 시위가 정치적 · 사회적 사안이 된 만큼 ‘이 시위엔 정치색이 없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심지어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서대문구 우상호 의원(더민주당)에겐 도움을 요청하는 등 특정 정치권에는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좌파를 배제시키는 그들의 행동은 이중잣대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화여대 학생)


운동권이라 불리는 학생들과는 연대할 수 없고 배제해야 한다면서 야당 정치인에게 도움을 청하는 행위 자체가 너무나 정치적입니다. 마치 외부 세력은 종북세력으로 낙인 찍힐 수 있어 함께 할 수 없다는 단순한 논리를 가진 기성세대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박원순과 우상호의 정치색은 괜찮고 운동권의 정치색은 배제한다는 자체가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가져야 할 대학에서 벌어질 일은 아닙니다.

③ 합당한 이유 없는 운동권 배제는 오히려 차별이다.

 

▲2015년 10월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리는 전국여성대회에 박근혜 대통령이 축사를 위해 방문하는 것을 반대하는 이화여대 학생들의 시위 ⓒ오마이뉴스 권우성
▲2015년 10월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리는 전국여성대회에 박근혜 대통령이 축사를 위해 방문하는 것을 반대하는 이화여대 학생들의 시위 ⓒ오마이뉴스 권우성

 

노동자연대 양효영 학생은 "2015년 10월 박근혜가 이대에 와서 여성 대통령이라 으스대려 한 것에 한 방 먹였던 약 3백 명 규모의 항의시위도 총학생회, 노동자연대 이대모임, 사회변혁노동자당 이대분회 등 “운동권”이 발의했기에 가능했다."라며 "“운동권”이라는 이유로 같은 학교 학생을 운동에서 배제하려 한 이번 사건은 이화여대 학내 민주주의 운동 역사상 가장 수치스러운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운동권이 잘못된 행동을 했다면 비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당한 행동과 발언을 단지 운동권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하는 것은 오히려 차별이 될 수 있습니다.

이화여대 학생들이 '이번 시위는 이화여대 커뮤니티가 스스로 주도하고 있습니다. -총학생회, 운동권과 무관합니다.'라고 말했다면 나았을 것입니다. '오로지 이화인의 목소리'라고 말하면서 같은 학교 학생을 배제하는 자체가 이미 비민주적인 방식입니다.

이화여대가 스스로 평단 사업을 포기하면 해결될 수 있다는 얘기는 참으로 단순한 생각입니다. 박근혜 정권이 밀어붙이는 교육 정책은 이화여대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사학재단이나 총장의 비리가 사학법 개정이나 정치권의 협력 없이 학생들의 시위로 근절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순수보다는 무지라고 봐야 합니다.

페이스북 그룹 'Save Our Ewha''는 '어떠한 외부 세력 또는 정치 이슈와도 무관함을 확실하게 밝힙니다'라고 강력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인들이 이화여대 사태에 개입한다면 오히려 '외부 세력'의 반발을 살 수도 있습니다. 이화여대 사태가 학생들만의 순수한(?) 시위로 잘 해결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저작권자 © 아이엠피터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