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제주공항 주차장 모습. 주차선 이외 통로에도 주차가 상시 이루어지고 있다.
▲평일 제주공항 주차장 모습. 주차선 이외 통로에도 주차가 상시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 제주는 주차 지옥이라고 부를 정도로 주차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평일 제주공항 주차장에는 주차할 곳이 없어 주차선 이외 통로 주차가 상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통로 주차가 얼마나 심한지 아예 차가 지나갈 수도 없었습니다. 제주공항은 통로 주차가 심하다는 민원이 제기되자 통로 쪽에 주차를 하지 못하도록 기둥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제주공항 렌터카 이용자들도 주차 때문에 힘들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제주 관광불편 민원에는 주차 공간이 부족해 렌터카를 반납하려다 주차 요금을 평소보다 더 많이 지불한다는 불만도 계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제주도는 제주공항 주차장이 포화상태가 되자 렌터카 주차장에서 영업하고 있는 렌터카 회사와의 재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렌터카 를 공항 외곽지역으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러나 렌터카 회사 입장에서는 공항에서 렌터카를 인수하려는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항에 있어야 한다며 이전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제주공항뿐만 아니라 제주공항에서 약 300미터 떨어진 제주공항 입구 공영주차장도 주차가 쉽지 않습니다. 평일에도 정오가 지나면 만차가 되는 경우가 많아 주차하려다 포기하고 다시 시내쪽으로 나가는 일도 많습니다.

'불과 8년 만에 20만대 증가, 주차지옥으로 변한 제주'

제주공항 부근뿐만 아니라 제주 시내 전역이 주차 한 번 하려면 전쟁을 치르듯 몇 바퀴씩 도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중 주차 때문에 서로 언성이 높아지기도 하고, 갓길 주차 등으로 교통 흐름에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제주도청 홈페이지에는 불법 주차 때문에 힘들다는 민원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제주가 주차지옥으로 변한 이유는 차량이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제주의 주민등록 기준 인구수와 자동차 등록대수, 주차장 면수
▲제주의 주민등록 기준 인구수와 자동차 등록대수, 주차장 면수


제주의 차량 증가는 인구 증가와 함께 급속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2008년 제주는 인구 56만 명에 자동차 등록 대수는 23만대였습니다. 2016년 3월 기준 인구는 63만명(주민등록 기준)에 자동차 등록 대수는 44만대까지 늘었습니다. 그러나 주차장은 2015년 12월 기준으로 19만4천 887면에 불과합니다.

지난 5월에 열린 주차 관련 워크숍에서 김경범 제주대 교수는 2015년 12월 기준으로 제주시 주차면수 확보율은 58.5%로 총 12만 3,019면이 필요하고, 이는 축구장 28.78개의 크기라고 밝혔습니다.

등록된 자동차 이외에도 리스나 렌터카 등 통계에 잡히지 않는 자동차를 계산하면 앞으로도 제주는 지속적해서 주차와의 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렌터카의 경우 성수기 때 육지에 있던 렌터카를 제주로 보내 영업하는 경우도 있음)

'교통유발부담금 제도, 선택이 아닌 필수'

제주의 주차 전쟁이나 교통 문제가 제기되면서 교통유발부담금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교통유발부담금'은 교통 혼잡을 유발하는 시설물의 소유자에게 부과하는 제도로 이 재원으로 교통 부분의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일반 건물보다 백화점,쇼핑센터, 할인점과 여객터미널,화물 터미널 등이 교통 혼잡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제주지역 교통유발부담금 도입방향 및 제언'에 나온 '시설물의 교통유발계수' ⓒ제주발전연구원
▲'제주지역 교통유발부담금 도입방향 및 제언'에 나온 '시설물의 교통유발계수' ⓒ제주발전연구원


제주도의 경우 백화점은 없고 대형 마트나 쇼핑센터, 면세점에서 교통 혼잡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대형 마트의 경우 과거보다 차량이 증가됐기 때문에 주차 대기로 인한 혼잡이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주 시내에 있는 대형 면세점의 경우 단체 관광객의 버스 주,정차 등으로 일대 교통이 혼잡해 민원이 계속 쌓이고 있습니다.

교통유발부담금 제도는 1990년에 도입돼 전국 51개 도시에서 시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주도에서는 2000년 10월 제주시 의회에 『제주시교통유발부담금경감등에관한조례안』이 상정됐지만, 당시 제주 지역에 차량이 많지 않다는 등의 여건이 맞지 않아 심사가 보류됐습니다. 2009년 4월 민주노동당 제주지부의 제안 등으로 대형마트 규제 방안으로 교통유발부담금 부과가 논의됐지만 시행되지는 못했습니다.

지난 5월 제주도는 교통유발부담금 제도를 도입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관련 조례는 아직도 만들지 못해 내년이나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제주 지역은 초고층 건물 등이 건설되면서 교통 혼잡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차량 증가도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인구도 늘어나면서 대형 마트 이용객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당연히 교통유발부담금 제도가 시행돼야 합니다. 특히 전국 53개 도시에서 제주와 양산을 제외하고 시행하고 있는 점을 놓고 본다면 시행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다만, 도심과 외곽 지역의 차이가 심한 제주의 특성상 획일적으로 교통유발부담금을 부과하는 부분은 경계해야 합니다. 특히 같은 구역이라도 차이가 있으므로 정확한 교통량 조사와 교통 혼잡도 등을 철저히 조사해 제대로 부과해야 할 것입니다.

'주차장 요금 징수 시스템부터 바꿔야'

제주도는 심각한 주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7년 1월부터 중형차량의 차고지 증명제 확대 시행을 예고했습니다. 그러나 차고증명을 위반해도 번호판 영치 이외에는 별다른 처벌이 없습니다. 이마저도 편법 등으로 서류를 통과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제주공항주차장요금1

제주공항 주차장 요금은 소형 기준으로 최초 30분에 600원이고 매 10분 마다 200원을 징수합니다. 월~목요일까지는 1일 1만 원의 주차비를 받습니다. 제주 공영 주차장은 소형 기준으로 기본 30분에 500원이고 초과 15분 마다 300원, 1일 주차는 5,000원입니다. 서울 2급지 공영 주차장에 비하면 저렴한 편입니다.

제주시는 공영 주차장의 월 정기 주차 요금을 지난 5월부터 4만원에서 7만 5천원으로 인상했습니다. 3만 5천원이나 올랐지만, 보통 3개월 이상 대기해야 들어갈 정도로 수요가 많습니다.

제주에는 요금을 징수하는 유료주차장 이외에 무료주차장이 너무 많습니다. 2013년 기준으로 보면 제주도내 공영 주차장 유료화율은 2%에 불과했습니다. 무료 주차장이다 보니 평소에도 차를 장기 주차하는 일이 많아 주차장 회전율이 낮습니다. 공영주차장 인근에 항상 불법 주정차가 발생하는 이유입니다.

차량 등록 제한이나 거주자 우선주차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도민들은 은 왜 공짜로 사용할 수 있는 주차를 돈을 내느냐는 반응입니다. 그러나 인구가 늘어나고 차량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영주차장의 유료화와 월정액 사용료를 지불하는 거주자우선주차제도는 반드시 시행돼야 합니다.

'무분별한 주차장 확충보다 기존 주차장 개선부터'

주차장 1면을 조성할 때 드는 비용이 5천만 원에서 1억이 넘게 들기도 합니다. 자동차 10대를 주차하는 주차장을 만들려고 하려면 최고 5억 이상이 필요합니다. 주차장이 부족하다고 해서 계속 주차장을 만들기가 힘들다는 뜻입니다. 특히 부동산 가격이 급등해 제주에서는 주차장 부지를 매입하는 자체가 상당히 어려워졌습니다.

▲인터넷에서 네티즌의 관심을 받고 있는 독일식 주차라인과 제주천지연폭포 주차장
▲인터넷에서 네티즌의 관심을 받고 있는 독일식 주차라인과 제주천지연폭포 주차장


얼마 전 블로그에서 시작돼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독일의 대박 주차라인'이라는 사진이 있습니다. 일자 주차가 아닌 ㅅ자 형태의 독일의 주차장이 훨씬 더 많은 차를 주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네티즌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일자로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은 182대를 주차할 수 있지만, ㅅ자 형태의 주차장은 192대를 주차한다는 계산까지 나오기도 했습니다. 주차장 1면당 5천만원만 계산해도 5억 원을 절약할 수가 있는 셈입니다. 사실 이런 형태는 제주에서도 이미 있습니다. 천지연폭포 주차장을 보면 독일과 흡사한 형태입니다.

제주 공영주차장이나 무료주차장을 보면 주차선이 평범하게 그어져 있습니다. 무분별한 주차로 최대 주차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네티즌의 생각으로 그치지 말고 최대한 적은 면적에 많은 차량을 효율적으로 주차할 수 있는 과학적인 연구가 선행되고 시스템을 개발할 필요성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제주공항 주차장 통로에 주차된 차량과 사려니 숲길 양쪽의 불법주차 차량들
▲제주공항 주차장 통로에 주차된 차량과 사려니 숲길 양쪽의 불법주차 차량들


제주는 지금 주차장이 부족해 주차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돈은 내기 싫고 급하고 편하다는 이유로 통로나 갓길에 주차를 마음대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 제주도민들도 주차에 대한 인식이 변해야 하는 시기가 왔습니다. 인구와 차량이 증가했는데, 차량과 인구가 적던 과거만 생각하면 안 됩니다.

그러나 도민들의 인식 변화도 중요하지만, 제주도의 근본적인 교통 시스템 변화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주먹구구식 교통 정책으로는 현 상황은 물론이고 미래도 대처하기 어렵습니다.

제주 원희룡 도정은 대중교통의 확충과 시내 외곽 대형 공영 주차장 확보 등을 통해 도심지 자가용 이용을 억제해야 합니다. 도심내 자가 주택 담장을 허물고 주차장을 만들면 지원금을 주는 정책도 폭넓게 펼쳐야 합니다. 제주도의 적극적인 노력이 없다면 제주는 지금보다 더 심한 주차지옥을 겪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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