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아바타30일차-min

#총선아바타 #아이엠피터가간다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30일이 넘었습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선거 현장을 취재하고 직접 눈으로 보겠다는 기획으로 시작된 프로젝트입니다. 처음 제주에서 출발할 때만 해도 혹시나 일주일 만에 중도 포기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 있었습니다. 그러나 32 일차까지 무사히 취재를 하고 있습니다.

32일 동안 돌아다닌 도시만 따져보니 제주,순천,광양,광주,전주,대전,세종,대구,부산,양산,김해,경주,울산,창원,포항,옥천,청주,원주,강릉,춘천까지 20개 도시가 넘었습니다. 원래 1개 도시에 1박이 원칙이었지만, 대구와 부산은 유승민 파동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취재 때문에 4일 이상 머물기도 했습니다.

32일 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공개된 욕조, 안이 훤히 보이는 욕실과 화장실, 여기서 샤워하라고요'

#총선아바타 #아이엠피터가간다 프로젝트에는 아이엠피터, 길바닥저널리스트, 국민 TV 김종훈기자, 최욱현 PD 등 남자 네 명이 다니고 있습니다. 낮에는 취재하고 밤에는 편집 작업과 글을 쓰는 일 때문에 대부분  한방에서 잠을 잡니다. 보통 모텔을 이용하는데 제일 큰 방이나 트윈베드가 있는 룸을 예약합니다. 그런데 방에 들어갈 때마다 황당한 일을 겪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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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베드가 있는 큰 방이지만 들어가 보면 욕조가 뻥 뚫려 있는 형태입니다. 화장실도 투명 유리로 안이 훤히 보였습니다. 도대체 침대가 두 개나 있는 방의 욕실이 왜 이런 구조인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가족이 온다고 해도 아이들이 있는 부부가 저런 구조에서 씻기는 민망하지 않을까요?

왜 이런 곳만 다니느냐고 말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4명의 1일 숙박비로 책정된 예산이 7만 원입니다.호텔 등은 너무 비싸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여인숙은 인터넷을 사용하기 힘들거나 작업용 책상이 없어 이용하기 어렵습니다. 잘 수 있는 곳은 모텔뿐입니다.

현재 제 스마트폰에 깔린 모텔,숙박 앱만 5개 입니다. 요새 모텔은 무인텔이 많습니다. 처음에는 저렴한 가격에 무인텔을 갔습니다. 그러나 큰 방도 없거니와 대부분 뻥 뚫린 욕조와 화장실, 샤워부스, 핑크빛 벽지와 성인물 수준의 여자 사진이 민망해 지금은 가지 않습니다. 무인텔을 제외하고도 대부분 앱에 나온 모텔을 보면 욕조와 화장실, 샤워 부스가 투명 유리로 돼 방 구하기가 늘 쉽지 않습니다.

성인 남자 네 명이 군대도 아니고(군대도 화장실은 안 보이죠) 30일이 넘게 모텔에서 잠을 자고 다닙니다. 빨리 집에 가서 맘 편하게 잠을 자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밥은 먹고 다니냐?'

전국을 돌아다니면 지역의 유명한 맛집을 갈 수 있으니 좋겠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맛집을 찾아갈 시간이 없습니다. 선거사무실을 방문하고 후보자를 만나거나 속칭 뻗치기(취재를 위해 대기하는 일)를 하다 보면 오히려 밥을 먹을 시간이 없습니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겨우 국밥으로 식사를 해결합니다.

▲트렁크에 가득 실린 촬영장비와 짐, 모텔 엘리베이터는 작은 경우가 많아 두 번씩 짐을 옮겨야 한다.
▲트렁크에 가득 실린 촬영장비와 짐, 모텔 엘리베이터는 작은 경우가 많아 두 번씩 짐을 옮겨야 한다.


겨우 찾아낸 모텔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짐을 내려야 합니다. 촬영장비와 노트북, 옷 가방까지 트렁크에 가득 찼던 짐을 내리면 카메라와 촬영 장비를 모두 꺼내 충전부터 합니다.

여기에 편집 작업과 글을 쓰기 위해 노트북과 외장 하드 등을 설치합니다. 각자 촬영했던 영상과 사진을 모아 비교하다 보면 12시가 넘고 야식으로 컵라면을 먹습니다.

본격적인 편집 작업과 기사 작성 등은 새벽 3~4시가 돼야 끝이 납니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장비를 챙기고 다니다 아점(아침겸 점심)으로 한 끼 먹는 식사도 취재의 연속입니다.

▲식사 하면서 식당 주인과 선거 관련 인터뷰를 하는 김종훈 기자
▲식사 하면서 식당 주인과 선거 관련 인터뷰를 하는 김종훈 기자


보통 지역 사람들이 가는 작은 식당을 찾아갑니다. 밥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면 선거 관련 지역 민심을 묻고 들을 수 있습니다. 밥을 먹다 말고 수첩을 꺼내고 스마트폰 녹음 앱을 실행시킵니다. 인터뷰하겠다는 허락이 떨어지면 신이 나서 카메라를 꺼냅니다.

요새 최욱현 PD의 밥 먹는 모습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있습니다. 불쌍해 보였는지 연락이 뜸했던 선배들이 '욱현아 광주 오면 형이 고기 사줄게'라는 댓글을 남깁니다. 각 지역의 국민TV 조합원이나 페이스북 친구, 독자들로부터 밥을 사주겠다는 연락이 오기도 합니다.

시간을 조정해서 늦게라도 만날 수 있으면 만납니다. 물론 식대를 아끼고 평소에는 먹을 수 없는 고기를 먹겠다는 생각도 있지만, 지역에 사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기 때문입니다. 맛있는 밥이나 고기를 먹는 것보다 전혀 알 수 없었던 지역 민심과 흐름, 인터뷰를할 수 있는 시간이 더 즐겁습니다.

'방송에 내보낼 수 없는 수준의 영상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간다'

30일 넘게 전국을 다니면서 수많은 후보자와 정치인을 만났습니다. 지역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영상과 글로 올렸습니다. 그다지 많은 사람들이 보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방송에 차마 내보낼 수 없는 수준의 영상이라고 지적을 합니다. 맞습니다. 우리의 결과물은 높은 수준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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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아바타 #아이엠피터가간다 프로젝트를 하면서 기성 언론과 비슷한 형태로 취재하고 다닙니다. 그러나 사람을 만나고 영상을 찍지만, 날 것 그대로 우리만의 모습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정치인들 입장에서 총선아바타팀이나 아이엠피터는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놈) 수준에 불과합니다. 취재나 인터뷰 요청을 해도 문전박대를 당합니다. 매체가 아니므로 무시를 당합니다. 지역은 더욱 심해 '도대체 너희가 누군데?'라고 하기도 합니다.

1인미디어가 강세라고 하지만 이것은 입에 발린 소리나 듣기 좋게 부르는 말입니다. 현실은 냉혹합니다. 그래도 우리는 가고 있습니다.



기성 언론이 지배하고 있는 세상입니다. 정형화된 언론은 그 틀을 깨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시대는 변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다양한 방식의 이야기를 듣고 보고 읽기 원합니다. 그들이 원하는 정치 미디어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 노력하고 제대로 된 결과물이 나와야 합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우리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어쩌면 #총선아바타 #아이엠피터가간다 프로젝트는 황무지에서 농사를 짓겠다는 무모함과 같습니다. 언제 열매를 맺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열매가 열리기 위해서는 꾸준한 보살핌과 양분,거름을 줘야 합니다.

총선아바타를 위해 아이엠피터가 준비한 취재 예산은 그동안 모은 돈과 지인에게 빌린 돈을 합쳐도 겨우 20일분이었습니다. 그러나 32일차까지 무사히 취재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보잘 것 없는 수준의 영상과 글이지만, 왜 우리가 이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지 공감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앞으로 남은 기간도 단 한 명의 관심과 기대만 있다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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