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북구 야권단일화를 위해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사퇴를 하며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상헌,윤종오 후보와 문재인 전 대표가 손을 들고 있다. ⓒ 윤종오
▲울산북구 야권단일화를 위해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사퇴를 하며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상헌,윤종오 후보와 문재인 전 대표가 손을 들고 있다. ⓒ 윤종오


선거 때마다 야권단일화가 단연 화제입니다. 야권단일화가 이루어지면 선거 진형이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20대 총선에서도 야권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국민의당은 야권단일화에 소극적인 편이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노동당, 진보 계열 무소속 후보들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끝까지 마음 놓을 수 없는 야권단일화'

다른 지역보다 빨리 야권 단일화에 성공한 지역이 있습니다. 바로 울산 북구입니다. 지난 3월 13일 정의당 조승수 예비후보와 무소속 윤종오 예비후보는 단일화를 위해 '민주노총 울산 북구 소재 사업장 전 조합원 100% 모바일 투표'로 후보자를 선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투표 결과 윤종오 후보로 결정됐습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후보가 “그동안 울산의 야권은 대등한 지지율에도 국회의원을 비롯해 시장,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등을 뽑는 선거에서 단 1명의 당선자도 내지 못했다. 이는 울산시민들이 야권을 밀어주셨지만 분열했기 때문이다'라며 사퇴를 했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과정을 통해 야권 단일 후보가 선출된 셈입니다.

울산 동구에서도 이수영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가 25일 후보자 등록 전에 사퇴하면서 무소속 김종훈 후보로 극적인 야권단일화에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3월 25일 유성용 전 더불어민주당 동구지역위원장이 탈당한 후 민주당 후보로 등록했습니다. 국민의당 이연희 후보의 등록으로 결국 울산 동구는 여1 대 야3으로 바뀌게 됐습니다.

▲ 울산 동구에 출마한 무소속 김종훈 후보가 동울산시장에서 나물을 파는 할머니와 손을 잡고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울산 동구에 출마한 무소속 김종훈 후보가 동울산시장에서 나물을 파는 할머니와 손을 잡고 얘기를 나누고 있다.


갑자기 야권단일화가 무산된 상황에 대해 김종훈 무소속 후보는 '그분들이 더민주당 사람들이었는데, 며칠 전에 갑자기 탈당을 하고 등록을 했더라고요. 상황을 저도 잘 몰랐어요. 등록하는 날 알았어요. 깜짝 놀라긴 했는데… 결과적으로 형식은 일여다야인데… 내용적으로 보면 오히려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일야도, 다여도 될 수 있지 않습니까. 지금 집권하지 않다고 야권의 성격과 내용을 갖고 있지만 않기 때문에 그분들이 야권표를 갖고 갈 수 있다고 보지만은 않습니다.'라며 후보들의 성향이 야권표를 꼭 가져간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선거 패배의 원인으로 꼽히는 야권단일화 실패가 설득력은 있지만, 야권단일화 작업은 항상 쉽지만은 않습니다. 여러 정당이 생기면서 끝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 계속 반복될 전망입니다.

'야권단일화하면 승리할 가능성은 있나?'

울산 북구의 야권단일화 후보로 결정된 윤종오 후보는 '지난 지방선거 때 야권분열이 패배의 원인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과연 윤 후보의 말이 사실인지 따져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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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치러진 6회 지방선거를 보면 윤 후보의 말이 맞습니다. 울산 북구청장 선거를 보면 새누리당 박천동 후보가 35,357표를 득표했습니다. 만약 새정치민주연합 김재근 후보와 통합진보당 윤종오 후보가 야권단일화에 성공했다면  두 후보의 득표 합계인 43,312표로 이겼을 수도 있었습니다.

울산 동구청장 선거를 보면 새누리당 권영호 후보가 36,045표를 득표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통합진보당,노동당 후보의 표를 합치면 44,148표로 여기도 야당 후보가 승리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국회의원 선거는 다릅니다. 18대, 19대 모두 야권 후보들의 표를 합쳐도 새누리당 후보를 이기지 못했습니다. 특히 19대 선거에서는 여야 일대일 구도였지만 18대에 분산됐던 친박연대 표가 오히려 새누리당 쪽으로 넘어간 듯 보입니다.

야권단일화에 실패해서 패배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야권단일화는 해볼만한 승부의 시작이지 끝은 아닙니다. 야권단일화를 했다고 무조건 승리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격차가 심한 경기가 박빙의 승부로 바뀔 수 있습니다.

팽팽한 승부가 어느 쪽으로 기울어질지는 선거 막판에 어떤 변수가 벌어지느냐에 따라 변할 것입니다. 울산이 야권단일화로 예측하기 어려운 승부가 된다면 새누리당 지도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벌어질 가능성도 큽니다.

'통합진보당 경력으로 발목 잡는 새누리당'

울산 동구에 출마한 김종훈 후보와 울산 북구에 출마한 윤종오 후보는 통합진보당 출신입니다. 새누리당 울산 지역 후보자들은 기자회견에서 "통합진보당은 헌법재판소로부터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해산된 정당"이라며 이들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김종훈 후보와 윤종오 후보에게 새누리당 후보자들의 통합진보당 경력 비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습니다.

윤종오 무소속 후보 (울산 북구)
=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으니까 지금까지 출마를 정상적으로 한 거고, 제가 색깔논쟁 거기에 큰 문제가 있었다면 어떤 주민들이 16년 연속으로 공직에 뽑아줬겠습니까? 제가 지난번 선거에 색깔 논쟁 희생양이기도 한데… 그런 거 개의치 않고, 민주노동당 거쳐서 통합진보당은 노동자 농민 서민 위해 진정성 있게 달려온 정당이라 자부합니다. 그동안 사회적으로 금기시된 무상급식 무상의료 재벌에 대한 부유세 등 이런 문제가 집권 여당에서 나올 정도로 사회적 이슈를 만든 정당은 민주노동당 포함 진보당이라 생각합니다.

김종훈 무소속 후보 (울산 동구)
= 저는 이렇게 되묻고 싶습니다. 저를 예를 들어 통합진보당 했다고 종북이라고 하면, 정말 대한민국을 부정한다면 고발하라고 말하겠습니다. 고발하십시오. 대한민국 헌법에 맞지 않는 사람이 대한민국 국회의원에 나올 수 있습니까? 그렇지도 않습니다. 제가 시의원과 구청장 거치면서, 단 한 가지라도 제가 법에 위반되거나, 애국가를 부르지 않거나 국기에 대한 묵념을 하지 않았다면 말씀해보세요. 그런 적이 없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왜곡은 결국 오히려 저들의 자기들의 필패를 불러일으킬 겁니다. 이제 그 논쟁은 종지부를 찍어야 합니다.

▲동울산 시장에서 유권자들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는 김종훈 울산동구 무소속 후보
▲동울산 시장에서 유권자들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는 김종훈 울산동구 무소속 후보


야권 성향이 강하고 과거 통합진보당 출신 후보들이 대거 출마했던 울산 지역, 그러나 19대 총선 6개 의석을 모두 새누리당이 가져갔습니다. 이럴 때 하는 말이 있습니다. 될 듯하면서 안 된다는 말입니다.

야권단일화 후보로 나온 무소속 후보에게 통합진보당 경력에 대한 반론은 필요합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야권단일화 변수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색깔론을 뛰어넘을 수 있는 전략과 중도층을 끌어올 수 있는 자석과 같은 공약이 우선입니다.

총선아바타팀은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지역마다 과거 선거 때마다 투표장에서 마음이 바뀌는 현상이 벌어졌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왜 그들은 지지할 듯하면서도 마지막 기표 순간에 마음을 바꿀까요? 그 핵심을 찾아야 합니다. 그저 색깔론과 야권단일화에만 매달리다 보면 정작 유권자들이 원하는 얘기를 하지 못합니다. 결국, 유권자들은 힘이 있는 쪽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숨이 막히는 총선 현장, 야권 후보들이 상대할 사람은 새누리당이나 같은 야권 후보가 아니라 가장 기본인 유권자가 아니겠냐고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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