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 발표하는 모습 ⓒ연합뉴스 
▲박진 외교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 발표하는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 배상금을 일본 기업이 아닌 우리 정부 산하 재단이 부담하겠다고 발표했다. 

눈과 귀를 의심했다. 이런 해법을 당당하게 기자회견까지 하며 발표하는 외교부 장관의 뻔뻔함에 놀랐고, 이를 묵인하고 추진한 윤석열 대통령 국정 운영에 말문이 막혔다. 

윤석열 정권이 내놓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 배상금 발표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받아들이기 힘든 대책이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하나씩 따져보자. 

⓵ 굴욕 외교... 배상이 아니라 대상을 선택한 윤석열 정권 

배상 (賠償)  

[명사] [법률 ] 남의 권리를 침해한 사람이 그 손해를 물어 주는 일.

사전을 찾아보면 '배상'은 '남의 권리를 침해한 사람이 그 손해를 물어 주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서 남의 권리를 침해한 사람은 일제가 되고, '배상'은 일제 강제징용으로 피해자에게 손해를 물어 주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일본 정부나 기업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손해를 물어줘야 정당한 '배상'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일본 대신 제3자가 손해를 물어준다면 '배상'이 아니라 '대상'(代償, 남을 대신하여 갚아줌)이 된다. 

윤석열 정부는 '대상'(代償)을 선택함으로 얻는 국익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의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에 대한 선물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엄중한 국제 정세와 글로벌 복합 위기 속에서 한국과 일본 간의 협력이 대단히 중요하다"며 "장기간 경색된 이런 한일, 경색된 관계를 방치하지 않고 국익 차원에서 국민을 위해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해법이 한일 양국에게 반목과 갈등을 넘어서 미래로 가는 새로운 역사의 기회의 창이 되기를 바라고, 이것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일 양국이 협력하는 길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 대상(代償) 외에는 없었는지 의문이 든다. 한국 정부가 일본에 모든 것을 양보하고 대신 해결해 주겠다며 스스로 납작 엎드린 모양새이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우리 스스로 지킬 힘이 없어 주권을 뺏긴 경술국치에 빗대 '제2의 경술국치'라고 한다.  

아무리 윤석열 정부가 '한일 협력'을 강조한다고 해도 이번에 나온 대책은 굴욕 외교의 산물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⓶ 대법원 판례를 뒤집은 행정부의 쿠데타 

▲서울 용산역광장에 세워진 강제징용 노동자상 ⓒ 연합뉴스 
▲서울 용산역광장에 세워진 강제징용 노동자상 ⓒ 연합뉴스 

지난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피해보상 청구에 대해 배상 판결을 확정 지었다. 

당시 대법원은 "일본의 식민지배가 합법이라는 전제 아래 일제강점기 법령이 유효하다고 판단한 일본판결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자체를 불법이라고 보는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적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며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일본판결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의 판결을 행정부인 윤석열 대통령은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판결과는 전혀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그 이유에 대해 2018년 대법원 판결 이후 벌어진 '일본의 수출 규제 발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를 통보', '코로나19 발생 이후 인적교류 단절 ' 등을 꼽았다. 

박 장관의 발표대로라면 한국 정부가 일본의 압박에 못 이겨 대법원 판결을 뒤집었다는 고백과 다름이 없다. 삼권분립을 위반한 위헌이자 행정부의 쿠데타와 같다. 

⓷ 민간의 자발적 기여?... 독재 정권의 강제 헌납 재연될 수도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연합뉴스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연합뉴스

윤석열 정권은 일본 기업도 한국 정부도 아닌 제3자가 변제하는 것을 해법으로 내놓았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재원은 민간의 자발적 기여 등을 통해 마련한다"고 발표했다.

민간의 자발적 기여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한국 기업들에게 일괄적 강제적 기부를 요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강제적 민간 기부 방식은 전두환 정권의 '일해재단' 600억 기금 모금과 박근혜 정권 시절 벌어진 삼성의 미르, 케이 스포츠재단, 한국동계스포츠 영재센터 출연 220억과 유사할 수 있다. 

윤석열 정권이 기업에 기부를 강요하지 않는다고 그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만약 기업이 강요에 의해 재단에 기부를 할 경우 배임죄 등 법적 문제도 발생할 여지가 있다. 또한, 기부금이 모이지 않을 경우 어떠한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할지에 대한 대책도 없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질의 답변 시간에 "일본으로부터 새로운 사죄를 받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피해자 한 분 한 분을 직접 뵙고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양금덕 할 머니 등 생존해 있는 징용 피해자 3명은 윤석열 정부의 해법에 반대한다. 양 할머니는 광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동냥해서 (주는 것처럼 하는 배상금은) 안 받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강제징용 피해자들과 대한민국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니다. 진심 어린 사죄와 정당하고 합법적인 배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런 국민들의 요구를 걷어차고 일본 정부 앞에 배를 깔고 누워 두 손을 들었다. 모든 권력과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민주공화국에서 벌어져서는 안 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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