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사진이 있다. 가수 임영웅 씨 콘서트장 밖에서 기다리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다.
임영웅 씨는 트로트 가수이다. 주로 중장년층이 좋아한다. 그런데 젊은이들이 왜 콘서트 장 밖에 있었을까? 이들의 정체는 콘서트를 관람한 부모님을 모시러 온 자녀들이다.
5월부터 임 씨의 전국 콘서트가 시작됐다. 콘서트 티켓은 예매 시작 10분 만에 2~3만석 전석이 매진됐다. 티켓이 없다 보니 15만 원짜리 티켓이 30만 원까지 올라가는 등 암표도 극성이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없어서 못 구할 정도였다.
온라인 예매에 실패한 부모들은 자녀에게 도움을 청했다. 자녀들은 티켓을 구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해야만 했다. 중장년층 사이에서 임영웅 콘서트 티켓은 효도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얼마 뒤 SNS에 "콘서트를 관람하고 나오신 어르신이 자녀를 보자마자 재미가 없었다며 투덜대는 모습을 봤다. 자식들이 비싼 돈 들여 힘들게 티켓을 구하고 공연장까지 데리러 왔는데 너무하다"는 후기가 올라왔다.
이 글에는 "부모님들이 미안해서 일부러 투덜댔을 것이다"라는 댓글이 달렸다. 받는 게 익숙하지 않은 부모 세대들은 대부분 비슷한 말을 한다는 답글도 있었다. 비슷한 말로 "비싼 레스토랑에 가서 저녁을 사줘도 집에 가서 라면이나 먹자고 한다"는 댓글도 있었다.
모처럼 효도하려고 부모님을 모시고 한우 고깃집에 갔더니 메뉴판을 보자마자 "맙소사, 1인분이 얼마라고? 이 돈이면 고기 사다가 집에서 구워 먹는 게 훨씬 싸고 푸짐하다"며 나가자고 실랑이하는 모습, 자녀라면 한 번쯤 경험했을 것이다.
기자의 아버지도 오랜만에 외식하자고 하면 손사래를 친다. 고기를 안 좋아한다거나 나가서 먹으면 소화가 안 된다는 등 갖은 핑계를 대며 "너희끼리 먹고 오라"고 하신다.
외식을 그렇게 싫다는 아버지도 배달앱으로 보내드리는 짜장면은 잘 드신다. 다만, 탕수육은 절대 시키지 말라고 하신다.
아버지는 자식이 사주는 짜장면 정도는 흔쾌히 먹을 수 있지만, 한우는 아깝고 낭비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 돈으로 손주들 고기나 사주라고 한다.
우리 부모님들은 외식도 싫어하고 자식들 돈 쓰는 것도 타박한다. 하지만 자식 입장에서는 나이 먹고 정신 차려 효도 한 번 하려고 해도 잔소리만 하니 짜증이 난다.
쉰 살이 넘었지만 여든 살 아버지, 어머니 눈에는 여전히 철들지 않은 아이에 불과한 것 같다. 언제쯤이면 투덜대는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자식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