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각 후보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연합뉴스
▲2022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각 후보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연합뉴스

선거에서 가장 효과적인 홍보 수단은 뭘까? 필자는 후보들이 거리에 내건 현수막이라고 본다.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이야 TV토론도 시청하고, 여론조사도 보고, 대선 관련 기사도 읽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동적으로 대선을 치른다. 

대선에 적극적이지 않은 사람들도 두 가지는 피할 수 없다. 후보들의 현수막과 선거 운동 기간의 유세 차량이다. 

선거 운동 기간 돌아다니는 유세 차량을 반기는 사람은 별로 없다. 자기 지지 정당이 아닌 다른 정당의 유세 차량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과 연설 방송은 소음이라고 생각한다. 특정 지지 정당이 없는 경우는 무조건 시끄럽다고 느낀다. 

유권자들은 선거 현수막을 보는 순간 선거 시즌임을 체감한다.  집에서 직장 다시 집으로 오는 모든 거리에 선거 현수막이 있으니 눈을 감지 않는 한 안 볼 수가 없다. 그래서 선거 현수막이 가장 쉽고 빠르게 유권자에게 다가간다.

2022년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이 내건 선거 현수막, 과연 디자인과 구호가 잘 어울려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지 살펴보자. 

① 기호 1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깔끔하다. 이재명이 확 눈에 들어온다. 누가 봐도 이재명이다. 그냥 머릿속에 이재명이 각인된다. 현수막으로 후보 이름을 알리는 데 가장 효과적인 듯 보인다. 

이재명 후보의 선거 현수막이 눈에 띄는 이유는 글자에 외곽선을 줘 후보 이름이 선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호 1번이라는 숫자는 현수막 상단에서 하단까지 공간을 꽉 차지할 정도로 사이즈를 키워서 잘 보인다. 

'위기에 강한 유능한 경제대통령'이라는 문구는 조금 길어 보인다. 그냥 '위기에 강한 경제 대통령'이라고 했다면 어땠을까? 

② 기호 2번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클라이언트의 과도한 요구를 꽉 채운 디자이너의 작품 같다. 국민의힘 컬러를 맞추어 글자 색상을 맞추다 보니 이도 저도 아닌 잡탕 찌개가 됐다. 

윤석열 후보의 선거 현수막은 두 가지 버전이 있는데 윤 후보 이름이 다른 글자들과 폰트 사이즈가 같거나 훨씬 큰 경우다. 이름이 큰 경우는 그나마 괜찮지만 크기가 비슷한 현수막은 윤석열이라는 이름이 잘 보이지 않는다. 

현수막에서 윤석열이라는 이름보다 빨간색인 '국민이 키운'만 들어온다. '국민이 키운 윤석열'이라는 말을 굳이 현수막에 왜 사용했을까?라는 의문마저 든다. 현수막을 보는 사람 중에는 '내가 누굴 키워?'라며 반문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다. 

'내일을 바꾸는 대통령'이라는 글자는 눈·비바람을  맞아 바래면 보이지도 않을 듯하다. 아니 색상 자체가 이미 바랜 것처럼 보이는 착각마저 든다. 

③ 기호 3번 정의당 심상정 후보 

굳이 삼색을 써야 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이름에 배경 색상이 많으니 후보 이름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예 노란색 바탕에 이름만 외곽선을 줬다면 훨씬 보기 좋았을 것 같다. 

'주 4일제 복지국가' 문구는 정의당이 주장하는 공약이니 거론하지 않겠다. 그런데 '일하는 시민의 대통령'이라는 말보다 '주 4일제 만드는 대통령'처럼 직관적인 구호를 썼더라면 유권자에게 다가갔을 것 같다.  

④ 기호 4번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바른 사나이, 모범생 이미지가 현수막에도 드러난다. 다만, 안철수는 4번이라고 인식될 수 있도록 안철수 다음에 기호가 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바르고 깨끗한'과 '과학경제강국'은 도대체 연관이 되지 않는다. '바르고 깨끗한 대통령'이라는 문장이 더 나았을 것 같다. 현수막에 있는 QR코드는 생뚱맞아 보인다. 과연 얼마나 QR 코드를 이용할지는 의문이다. 

▲2020년 부산진구갑 국회의원 후보들의 선거 현수막.
▲2020년 부산진구갑 국회의원 후보들의 선거 현수막.

지방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 때는 선거 현수막에 노골적인 지역 공약을 표기하는 것이 좋다. 공약(公約)이 말 그대로 공약(空約)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지역 주민들 입장에서는 자기가 사는 곳이 발전되는 것을 마다할 사람은 없다. 

대선은 다르다. 국민들도 어차피 공약이 다 지켜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인물과 당만 보고 뽑는다. 그래서 이름을 알리고, 후보를 유권자에게 각인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선거 현수막을 보고 후보를 결정한다는 생각은 필자 만의 착각이라고 비난할 수 있겠지만, 의외로 투표소에 가는 도중 선거 벽보를 보고 후보를 결정해 투표했다는 시민들도 많이 봤다. 

정당과 후보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디자인이 멋있는 선거 현수막이다. 자기 정당 고유 컬러를 맞춘다고 선거 현수막에 힘을 줘봤자 가독성 좋은 현수막을 당할 수 없다. 

선거 현수막이 전부는 아니지만 가장 효과적인 홍보 수단이니 한 표라도 얻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의 마음과 기준에서 제작하고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아이엠피터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