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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에겐 미안하지만, 선거제도 개정은 다음에 하면 어떨까.

2018년 10월 16일
최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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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에겐 미안하지만, 선거제도 개정은 다음에 하면 어떨까.

선거제도 개정은 하자

선거제도 개정은 필요하다. 그러니까 하자. 해야 한다.

그런데 꼭 2020년 21대 총선이 그 목표지점이어야 할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선거제도 개정은 진정 시민의 뜻을 반영하는 의미를 가지는 시점에 등장해야 한다. 많은 시민은 박근혜 탄핵 이후 국회 심판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대통령은 바뀌었지만, 국회는 그대로라는 점을 떠올리며 지냈다. ‘야당 심판’이라는 목소리는 지방선거를 통해 현저하게 드러났다. 아직 한 번 더 남았다. 2020년 총선은 특정 정치세력 심판을 위한 선거가 되기를 많은 사람이 원한다.

선거제도 개정, 2020년 총선이 지나고 하면 어떨까. 아쉽지만 그래야 한다. 2020년 총선까지 남아있을 정당, 아니 총선 이후에도 남아있을 정당, 그런 정당을 위한 선거제도 개정이어야 한다. 민주평화당이나 바른미래당이 몇 년이나마 더 버틸 기회를 주기 위한 개정이 아니다.

선거제도는 지역구에서 오랜 노력을 해도 지역주의로 인해 거대 정당 후보에게 질 수밖에 없는 정당, 소수자의 목소리를 들어주며 입법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정당, 그리고 지지율과 득표율을 온전히 의석으로 배분받아야 할 정당을 위해 개정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 선거제도의 개정 시기는 다음 총선이 끝난 후이어야 한다. 하지만 선거제도 자체에 대한 고민은 지금부터 필요하다. 또 그 고민이 정치적 의도를 벗어나 진정한 의미의 민의 반영을 위한 것이라면 좀 더 생각해 볼 문제들이 아직 많이 있다. 바로 이 선거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도는 마냥 개정 합의만으로 끝낼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정의당과 진보정당의 오랜 숙원

연동형 비례대표제도는 지역구 선거와 비례대표 선거의 결과를 연동하여 의석을 결정하고 있다.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정당 득표율을 합산해 정당별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정당별 총 의석수가 정당 지지율에 의해서 결정되는 셈이다. 독일에서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독일식 비례제’, 또는 ‘독일식 정당명부제’로 불린다.

반면 2002년 지방선거와 2004년 총선에서 1인 2표제로 비례대표를 정당 명부 형태로 선출하기 시작한 우리나라의 선거제도는 ‘병립식 비례대표제’라고 한다.

이런 연동형 비례대표제도는 진보정당의 숙원이었다. 그 첫 시작은 바로 노회찬이다.

2004년 총선 당시 노회찬 민주노동당 선대본부장 등 민주노동당원들이 `1인2표제`에 대한 거리홍보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2000년 2월 노회찬 당시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은 기존 전국구 의원 선출 방식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 방식은 정당투표를 하지 않고 지역구 출마자의 득표를 합산해 전국구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이었다. 이것은 지역구 후보에게 던진 표를 통한 간접투표이므로 ‘직접’투표라는 헌법 규정에 어긋난다는 주장이었다.

노회찬 사무총장은 헌법소원과 함께 1인 2표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제안 운동을 했고, 2001년 7월 19일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2002년 3월 공직선거법 개정 후 6월 지방선거에 처음 정당명부제도가 도입됐고, 이후 2004년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에 결정적 계기가 됐다. 바로 이 선거에서 김종필을 낙선시키고 노회찬이 당선되기도 했다.

2004년 총선 개표 결과를 보고 있는 당시 노회찬 민주노동당 사무총장. 이 선거에서 노회찬은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 오마이뉴스

갑자기 나타난 연동형 제도 도입 목소리

여전히 정의당은 ‘노회찬의 못다 이룬 꿈’이자 진보정당의 ‘오래된 미래’인 만큼 지속해서 제안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갑자기 다른 정당에서도 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도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손학규, 정동영이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 한국일보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당대표 경선 과정과 경선 이후에 선거제도 개혁을 꺼냈다.

“지금 민심은 다음 총선에서 이 두 정당을 심판하는 것입니다. 잘못된 선거제도, 다양한 목소리를 담을 수 없고 오직 승자가 독식하는 선거제도입니다. 유권자의 대표성을 확보하고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대안입니다.”

“다당제는 우리한테 피할 수 없는 현실이고 현실적으로 정부에선 여소야대 정국을 맞이하고 있어 야당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손학규 대표 말대로 민심이 민주당과 자유당을 심판하려고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촛불 민심이 제왕적 대통령제 폐지를 바란다고 주장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민심이 아니라 그저 자신들의 희망일 뿐이지 않을까.

그리고 현재 헌법상 복수 정당이 보장되고 있다.(헌법 8조 1항) 법률상의 선거법 이전에 헌법에서 이미 다당제를 보장하고 있다. 선거제도를 개정해야 다당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안철수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단순히 자신들의 입지를 위한 발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도 당대표 당선 이후 선거제도 개혁을 주장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 MBC뉴스

“평화당의 존재 이유는 선거제도 개혁이다. 국회의원 299명이 모두 기득권의 대표인 현재의 국회를 뜯어고치지 않으면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여당이) 선거제도 개혁을 받아들이면 뭐든지 (여당의 제안을) 200% 받아들일 것이고, 선거제도 개혁에 소극적인 한 어떤 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

역시 정동영 대표의 말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299명 모두를 기득권으로 만들기에는 본인도 소선거구제의 혜택을 보며 지역구에서 당선됐다. 그렇게 비판하는 승자독식 구조를 온전하게 누린 것으로 볼 수 있다. (2016년 총선 전주 병 지역구 1, 2위 차이는 989표, 0.77% 차이였다)

또 협치 또는 공조를 조건으로 여당이 선거제도 개혁에 동참하기를 원한다. 민주평화당과 정동영 대표가 구체적인 선거제도를 가져와 여당을 설득하기보다 정부 여당의 정책에 동조해줄 테니 선거제도를 바꿔 달라고 일종의 거래를 하는 셈이다.

이처럼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대표의 ‘선거제도 개혁’ 카드 모두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정말 민의를 반영하고자 하는 것인지 여차하면 민주평화당은 더불어민주당으로, 바른미래당은 자유한국당으로 합쳐질까 두려운 것은 아닐까. 아니 다음 선거에서는 자신들의 자리가 하나도 없지 않을까 걱정돼 마지막으로 제도라도 바꿔볼까 하는 것은 아닌지 확실하지 않다. 진정성이 의심되는 이유다.

자유한국당에서도 선거제도 개정에 대한 이야기는 나온다. 정의당과 민주평화당, 바른미래당이 선거제도 개정에 기대치가 높아진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이 역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 한겨레

“선거구제 개편만 이뤄진다면 대통령 권력도 내려놓을 수 있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강구하겠다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이었다.” – 김성태 원내대표

이처럼 김성태 원내대표는 대통령 권력의 축소 또는 분권을 기본 조건으로 두고 있다. 국회의원의 수나 당선 가능성이 변할 수 있는 선거제도 개정보다는 권력 구조를 쪼갤 방안을 떠올리는 것이 우선이다.

게다가 선거제도 개정을 고민한다면서 정개특위 위원장 자리를 정의당 심상정 의원에게 주기 싫다는 것 또한 그 진정성에 대한 의문이 높아지는 이유다.

또 자유한국당 쪽의 태도가 달라진 것은 현행 선거제도를 기본으로 치러진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했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지금과 이어진다면 지방선거의 결과가 총선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는 우리나라의 정치 상황에서 다른 어떤 정당보다 자유한국당에 유리한 지역구 소선거구제 중심의 현행 제도를 섣불리 바꾸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2015년에 선관위에서 제안한 개정안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심지어 비례대표를 줄이고 지역구를 늘리자고 했던 그 자유한국당이니 말이다.

여당과 대통령의 생각은 헌법과 연계

청와대와 여당의 입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말로 알아볼 수 있다. 청와대와 여당이 유리한 현행 제도를 바꾸지 않으려고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헌법과 연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이미 전해져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 뉴시스

“권력 구조를 바꾸는 개헌과 연계해야 올바르게 다룰 수 있다. 소수당 지지율이 의석에 반영되지 않는 것이 문제인데 지금 비례대표 숫자가 너무 적다. 비례대표 숫자를 그대로 두고 하면 효과가 미미하고, 국회의원을 늘리는 것은 국민 여론이 수용하지 않는다. 선거제도 개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해찬 대표는 선거제도 개정은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행 비례대표 숫자가 지나치게 적다는 점이 한계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한다. 또 헌법과 연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개헌을 통해 헌법에서 비례성을 보장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국회의원들의 이익에 맞게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고 볼 수 있다.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가운데)이 대통령 발의 개헌안 3차 발표를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선거의 비례성 원칙을 강조했다. ⓒ 한겨레

이는 대통령의 의견과도 일부분 연결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개헌안에서 ‘국회의 의석은 투표자의 의사에 비례해 배분돼야 한다’라는 선거의 비례성 원칙을 명시했다. 이 내용을 발표하면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은 “향후 국회에서 국민의 정치적 의사가 국회 구성에 온전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선거법을 개정해주실 것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헌법에 비례성 원칙을 포함하고 법률을 통해 제대로 된 선거제도를 갖추는 방식으로 헌법과 선거제도를 연계하려고 했다. 물론 모두 알다시피 이 개헌안은 야권의 반대에 막혀 폐기됐다.

남아있을 정당에게 필요한 정치제도

우리나라 정치권에서는 선거 때마다 공천 등을 이유로 뛰쳐나와 당을 만들거나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뒤 일종의 ‘거래’를 노리는 경우가 많았다.

국민의당 창당 전당대회 ⓒ 오마이뉴스
민주평화당 창당 전당대회 ⓒ 연합뉴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2016년 총선에서 현행 소선거구제의 ‘승자독식’을 통해 호남에서 압승한 국민의당이 있다. 지금은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으로 나누어졌고, 대부분 민주평화당에 남아있다. 민주평화당도 2020년 총선에서 ‘민주평화당’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남아있을지 의문이다.

박지원 전 대표는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사라지거나, 적어도 이름은 바뀔 거라는 의견에 동의한다”고 말해왔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모두 합류하지 않은 무소속 의원들이 여전히 남아있으며 최근에는 김경진 의원 등 초선 의원들의 탈당설이 돌고 있다. 과연 선거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2020년 총선과 총선 이후에 남아있을 수 있을까.

바른정당 창당 전당대회 ⓒ 데일리안
바른미래당 창당 전당대회 ⓒ 국제신문

마찬가지로 박근혜 탄핵 국면에서 새누리당을 뛰쳐나온 바른정당도 있다. 30석 의석을 가지고 나왔지만 대선 과정에서 결국 9석으로 쪼그라들었고 국민의당과의 합당 과정을 통해 바른미래당이 됐다. 이후 꾸준하게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과 전원책 조강특위 위원이 전면적으로 ‘보수 통합’을 추진하는 모양새다. 손학규 대표나 하태경 최고위원이 통합이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바른미래당 역시 선거제도 개정이 되지 않을 경우 다음 선거에서 그대로 남아있을 수 있을까.

결국 각자의 방식으로 민주당 또는 한국당으로 흘러 들어가고 싶지 않은 마음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도를 꺼낸 것이다. 특히 독일의 경우 연동형 비례대표제도를 사용하면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중복 입후보를 허용하고 있다. 이는 지역구에서 낙선하더라도 비례대표 명단에 올라 있으면 당선이 가능한 제도다.

민주평화당과 바른미래당이 구체적으로 중복입후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를 고려할 경우 낙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구와 당선 가능성이 높은 비례대표 명단에 모두 출마하는 두 정당의 정치인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민의의 반영이라기보다 살아남으려는 방안 중 하나인 셈이다.

정의당 20대 총선 개표상황실 ⓒ 오마이뉴스

반면에 정의당은 2004년 이후 (분당 등 여러 이유도 있었지만) 계속해서 의석이 줄어 들어왔다. 그렇다고 의석을 늘리기 위하거나 당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탈당 후 복당 등의 움직임을 보이진 않았다. 바뀌지 않은 현행 제도에 맞서 꾸준하게 노력해왔다. 물론 비례대표 외에 지역구 의석이 꾸준하게 줄어 들어왔다는 점은 단순히 제도 문제는 아닐테지만 말이다.

그래도 정의당은 내년 선거에서도 정의당 이름을 둘 것으로 보이고 선거 결과 나온 이후에도 정의당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제도 설계의 필요성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하고 또 관철하려 한다면 제도의 구체적인 면도 살펴봐야 한다. 대통령 개헌안 발표 때도 그랬지만,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구체적인 내용을 잘 꺼내려 하지 않는 점이 문제다.

대통령 개헌안이 1조부터 137조까지 완성돼 공개될 동안 야권 어느 정당도 구체적인 개헌안을 발표하지 못했다. 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하는 정치인들 가운데 심상정 전 대표가 작년 12월에 발의한 선거법 개정안을 제외하면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대표는 구체적인 개정안을 밝히진 않았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쉽게 도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먼저 초과의석 발생 문제다.

역대 독일 총선별 초과의석 수 추이. 독일 선거에서는 매번 초과의석이 발생해 의석 정수가 늘어난다. ⓒ 중앙일보

독일에서도 선거 때마다 생기는 ‘초과의석’이 있다. 정당 득표율 배분에 따른 의석수가 지역구 당선자 수보다 적을 경우 비례대표 숫자는 0이지만 지역구 의석은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배분된 의석보다 초과의석이 생긴다. (심상정 의원 발의안에는 ‘추가의석’으로 표현한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의원 정수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심상정 의원 발의안과 정동영 대표의 의견은 의원 정수를 현행 300석에서 360석으로 늘리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에 반대 여론이 많다. 그러는 와중에 360석 고정도 아니고 지역구 선거 결과와 의석 배분에 따라 추가 의석이 생길 수 있다?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국회의원 예산을 동결하고 숫자를 늘리자는 대안도 계속 제안되고 있지만, 의석이 고정적이지 않고 유동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초과의석’에 대해서는 언급하는 정치인이 많지 않다.

정연주 성신여대 교수는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의 비례성 증대 방안(2017)’ 이라는 논문에서 과도한 초과의석 발생 방지를 위해 ‘비례대표제와 다수대표제와의 결합 효과를 극대화하고 과도한 초과의석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하여 의석 비율이 1:1이 되는 것이 이상적일 것이다’라고 밝혔다. 독일의 경우 지역구 299명, 비례대표 299명으로 1:1 비율의 598명을 정원으로 두고 있다.

주요국 의원 1명당 인구수 ⓒ 한겨레

의석 비율뿐 아니라 의석의 숫자 역시 늘려야 할 필요가 있다. 300에서 360명으로 늘리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선관위가 2:1을 제안했으니 그와 유사한 형태로 240:120 (심상정 발의안)으로 제안을 하고 있지만 비례대표가 지역구 숫자에 비해 적다는 점은 비례성 측면에서 효과가 크지 않다.

정연주 교수는 의석비율 조정을 현행 정수 내에서 조정하려면 지역구 의석을 축소할 수밖에 없지만, 현재 정치 현실에서 사실상 불가능하며 국민의 국회에 대한 불신 역시 의원 정수를 늘리는 데 어려운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재 의원정수는 국민의 대표성을 강화하기에 부족하다. OECD 평균은 인구 9만 7000명당 1명인데 이를 기준 삼는다면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는 510명이 돼야 한다. 따라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대로 시행하려면 의석 숫자는 500석 정도로 늘어나야 하고,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의석 비율이 1:1로 반영돼야 한다. 단순히 2:1 비율로 360명으로 확대한다고 해서 연동형 제도가 제대로 돌아가는 것은 무척 어려운 부분이다.

또 지역구 선거와 비례대표 명단에 중복으로 입후보하는 것도 문제가 될 지점이 있다. 지역구 선거에 출마자가 비례대표 명단에 함께 오를 경우 지역구 선거에 낙선하더라도 정당 득표율에 따른 의석 배분으로 비례대표 명단에서 당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장점도 있다. 전문성이나 정치력 측면에서 유능한 인물이 소위 ‘빅뱅’ 지역구에서 아쉽게 낙선할 경우 의정활동을 할 수 없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 비례대표 명단에도 함께 올라 지역구에서 떨어지더라도 비례대표로 당선될 수 있다.

반면에 비례대표 당선 가능권에 명단을 올려둔 상태로 당선되고 싶거나 중요한 지역구에 출마해 ‘낙선하려야 낙선할 수 없는’ 선거에 뛰어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대한애국당 조원진 의원의 경우 비례대표 1순위와 대구 달서구병 지역구에 모두 입후보해 출마한다고 치자. 만약 조원진 의원을 낙선시키고 싶은 유권자들이 지역구에서는 다른 후보를 투표해 지역구에서는 낙선시킬 수 있다. 하지만 비례대표 1순위 당선을 막기 위해 대한애국당 득표율을 0으로 만들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중복입후보 자체를 제도적으로 제한하거나 중복입후보 시 지역구 선거에서 일정 득표 이상 올랐을 경우에만 비례대표 당선이 가능하게 만드는 제도가 필요하다.

이외에도 소수의 결집된 지지자가 있거나 가짜뉴스를 바탕으로 하는 극우 정당, 극단주의적 성향이 강한 종교 정당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지역구 싸움에 노력하지 않더라도 정당 득표율만 확실하게 올려두면 (현행 제도에서는 비례대표 3% 득표율) 의석 배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연동형 비례대표제도를 제대로 시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나타나지 않은 상태에서 마냥 ‘투표의 방식’과 ‘의석 배분의 방식’만 연동형으로 바꾼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질까.

정의당에게는 미안하지만,

당연히 연동형 비례대표제도를 통해 득표율에 따른 의석 배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곧 없어질까 말까 하는’ 정당들이 자기들의 잇속을 챙기기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 제도를 언급하는 것이 싫다. 정당 명부 비례대표제가 처음 시행됐던 2002년 이후 계속 연동형 제도의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매번 부정해왔던 사람들이다.

구체적인 제도 마련 및 헌법 연계 등 ‘비례성 원칙 보장’ 없이 연동형 제도를 도입해 국회의원 당선이 된다면, 또다시 선거제도를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바꾸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어디 있을까. 그래서 정의당에겐 미안하지만, 선거제도 개정은 다음 선거 이후에 하면 어떨까? 정의당이 원하는, 노회찬이 원하는 그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저들이 원하는 것과는 분명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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