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 오면 교회로 오는 후보들... 어디까지 되고, 어디까지 안 될까?

▲제주지역 대형교회 예배에 참석한 후보자 
▲제주지역 대형교회 예배에 참석한 후보자 

선거를 앞두고 주일날 교회에 가면 후보자가 예배에 참석했다며 소개하는 장면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이를 바라보는 교인들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예배 시간에 무슨 선거운동?"이라는 부정적인 반응과 "그래도 교회에 왔으니 인사는 시켜야지"라는 마음입니다. 

일부 교회에서는 단순히 소개에 그치지 않고 후보자가 마이크를 잡고 간단한 발언까지 할 수 있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교회 입구에서는 후보자들이 교인들을 향해 명함을 나눠주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지역에서  가장 큰 대형 교회는 서너 명의 출마 후보자가 경쟁적으로 인사하기도 합니다. 

선거철만 되면 후보자들이 교회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선거 홍보 효과가 크기 때문입니다. 대형 교회인 경우 예배에 참석한 성도가 적게는 수백 명, 많게는 천 명이 넘으니 그 어느 장소보다 유권자를 많이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교회에서 후보자를 소개하거나 교회 주변에서 선거운동을 하면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지 의문이 생깁니다. 하나씩 정리했습니다. 

◎ 예배 시간에 후보자 소개 

교회에 출석하는 후보나 방문한 후보자의 예배 참석 여부를 알리는 것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선거운동 기간 전에 후보자 본인이 직접 마이크를 들고 인사를 하며 지지를 호소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습니다. 

후보자가 이미 일정이 정해진 기도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선거기간에 맞춰 급하게 기도 시간을 할애하거나 편성하는 것은 안 됩니다. 

목사가 후보자를 소개할 때나 설교 혹은 기도, 광고 시간에 "OO후보가, OO당이 승리하기를 기도합니다", "OO후보와 정당을 지지해 주세요. 투표해 주세요" 등의 말을 하면 선거법 위반에 해당합니다. 

지난 1월 헌법재판소는 종교단체 내에서 직무상 행위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공직선거법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A목사와 B목사는 20대 총선과 21대 대선 기간에 자신이 담임하는 교회에서 교인을 상대로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 발언을 한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뒤 위헌소원을 제기했습니다. 

◎ 교회에서 명함 돌리기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아니라면 교회에서 명함을 돌리면 안 됩니다. 교회 주차장이나 마당, 입구에서도 불가능합니다. 다만,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라면 가능합니다. 

◎ 헌금과 기부 

공직선거법 제112조 (기부행위의 정의 등)에 따르면 후보자가 자신이 출석하거나 평소 다니는 교회에 헌금을 하는 것은 괜찮습니다. 하지만 후보자가 다른 교회에 방문해 헌금을 하거나 통상적인 금액 이상의 헌금을 한다면 공직선거법에 저촉될 수 있습니다. 

교인이 "이번 총선에 좋은 후보자가 뽑히길 바랍니다"라고 적어 헌금을 하는 행위는 가능합니다. 그러나 "OO당 후보의 당선을 기원합니다"라고 적어 헌금을 하면 안 됩니다. 

◎ 정치모임이나 단톡방과 SNS 

교인들의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이나 SNS에서 특정 후보를 비방하거나 허위 사실을 유포해서는 안 됩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후보자의 간접 선거운동을 위해 예배나 모임, 성경공부를 가장한 정치집회나 모임도 금지됩니다. 

목사들의 속내, "후보자들이 교회에 안 왔으면 좋겠다"

목사들도 선거철만 되면 난감하다며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예배에 참석한 후보를 마냥 외면할 수도 없고, 소개를 하면 어떻게 어느 정도까지 할지도 애매하다고 말합니다. 교인들 사이에서도 지지하는 정당과 후보자가 달라 처신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선거철에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모든 후보가 오지 않았으면 하는 좋겠다고 토로합니다. 

일부 목사는 평소 교회 근처는 얼씬도 하지 않는 후보자가 오면 마음 같아서는 소개를 하고 싶지 않지만 혹여 당선된 뒤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억지로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교회에 출석하는 교인이 후보가 됐을 때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축복기도를 요청하는데 대놓고 당선을 지지할 경우 선거법에 위반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거가 끝난 후 서운하다는 말을 듣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 입장에서는 교회를 선거운동에 적극 활용하고 싶어 합니다. 그럴 때마다 목사와 교인들은 행여 선거법에 저촉될까 교회가 구설수에 오를까 걱정입니다. 이럴 때는 성경에 나오는 말씀을 떠올리면 어떨까요? 

"예수께서 성전 뜰에서 사람들이 소와 양과 비둘기를 팔고 또 탁자 앞에 앉아 돈을 바꿔 주는 것을 보셨습니다. 예수께서는 노끈으로 채찍을 만들어 양과 소들을 모두 성전 밖으로 내쫓고 돈을 바꿔 주던 사람들의 동전을 쏟고 탁자를 엎어 버리셨습니다. 그리고 비둘기를 팔던 사람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이것들을 여기에서 치워 버리라!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말라"" (요한복음 2장 14절~16절. 우리말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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