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종화 병무청장이 가수 유승준씨(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44)에 대한 입국 금지가 정당하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13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 병무청 국정감사에서 모종화 병무청장은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이 질의한 유씨의 입국금지에 대해 "유승준이라는 용어를 쓰고 싶지 않다. 스티브 유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입국이 금지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모 청장은 그 이유에 대해 "스티브 유는 숭고한 병역 의무를 스스로 이탈했고, 국민에게 공정하게 병역 의무를 한다고 누차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유승준, 영주권 상실 때문에 시민권 취득했다

▲유씨는 모종화 병무청장의 입국금지 발언에 장문의 글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유씨는 모종화 병무청장의 입국금지 발언에 장문의 글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유승준씨는 모종화 병무청장의 발언에 대해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반발하는 장문의 글을 올렸습니다.

유씨는 "2002년 당시 군대에 가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많은 분들께 실망감을 드린 점은 지금도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도 "그 문제를 가지고 대한민국 안전보장 등을 이유로 무기한 입국금지 조치를 하고, 18년 7개월이 지난 지금도 당시와 똑같은 논리로 계속 입국을 거부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유씨는 "미국 영주권자로 당시는 병역에 있어 지금과 같은 영주권자에 대한 제도적 고려가 없었기 때문에 영주권이 상실되지 않고 가족과 함께 살 수 있으려면 부득이 시민권을 취득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유씨의 주장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2004년 시행된 '영주권자 등 입영희망원' 제도

▲'영주권자 입영희망원 제도' 영주권자가 군복무 기간 영주권이 취소되지 않도록 휴가 기간 중에 해당 국가를 방문하도록 왕복항공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2004년부터 시행됐다. ⓒ병무청 홈페이지 화면 캡처
▲'영주권자 입영희망원 제도' 영주권자가 군복무 기간 영주권이 취소되지 않도록 휴가 기간 중에 해당 국가를 방문하도록 왕복항공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2004년부터 시행됐다. ⓒ병무청 홈페이지 화면 캡처


유씨의 주장처럼 미국 영주권자가 미국 외에 다른 나라에 장기간 체류하면 영주권이 취소될 수 있습니다. 영주권 취소를 막기 위해서는 재입국허가서 등을 미리 신청하거나 중간에 반드시 미국에 입국해야 합니다.

영주권이 취소될 수 있어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고 주장하는 유씨의 말이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2004년부터 영주권을 취득한 병역의무자가 군복무 기간 중에 영주권이 취소되지 않도록 휴가 기간에 해당 국가를 방문할 수 있도록 왕복항공료까지 지급되는 '영주권자 입영희망제도'가 시행됐습니다.

'영주권자 입영희망제도'는 2003년 미국 뉴욕지역 병무행정 설명회 당시 교민이 건의해서 다음 해부터 시행됐습니다. 첫 해였던 2004년 38명, 2005년 96명의 해외 영주권자들이 병역의무를 이행했습니다.

유씨가 2002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지 않았다면, 2년 후에는 이 제도를 통해 영주권도 유지하면서 군복무도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또한,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군입대를 했더라도 시민권자의 직계가족이라면 영주권은 다시 취득할 수 있어 함께 사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었습니다.

병역 기피 목적 시민권 취득자 많은 데, 왜 나만 입국금지 

▲재외동포비자 발급 요건 및 제출서류. 남성의 경우 병역 관련한 추가 서류를 요구하기도 한다 ⓒ주미국대한민국대사관 홈페이지 화면 캡처
▲재외동포비자 발급 요건 및 제출서류. 남성의 경우 병역 관련한 추가 서류를 요구하기도 한다 ⓒ주미국대한민국대사관 홈페이지 화면 캡처


유씨는 “지난 5년간 외국 국적을 취득해 병역 의무가 말소된 사람이 2만 명을 넘는다”며 “하지만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시민권을 취득했다고 간주되어 입국금지를 당한 사람은 대한민국 역사상 제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유씨가 받으려고 소송까지 벌인 비자는 재외동포(F-4)비자입니다. 재외동포비자를 받고 국내거소신고를 할 경우 주민등록증처럼 사용할 수 있는 국내거소신고증을 받게 됩니다.

국내거소신고증이 있으면 출입국관리법상의 재입국 허가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입출국이 가능합니다. 취업, 금융거래, 의료보험, 부동산거래 등이 자유롭습니다. 대한민국 국민과 매우 유사한 혜택을 주기 때문에 발급 절차가 까다롭습니다.

특히 재외동포(F-4) 비자를 받으려는 자가 남성인 경우 병역이행과 관련하여 추가 서류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병역 의무 이행 여부가 비자 발급에 중요한 조건임을 알 수 있습니다.
<출입국관리법 제11조>
3.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
4. 경제질서 또는 사회질서를 해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

유씨가 관광비자 또는 재외동포 비자를 받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유씨가 비자를 받아도 출입국관리법 제11조 3항과 4항에 명시된 입국금지자 명단이 해제되지 않으면 공항에서 입국이 거절될 수 있습니다. (미국 비자를 받아도 현지 공항에서 입국 거절되는 사례와 유사)

유승준 사태 이후 입대하는 연예인 증가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친 연예인들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친 연예인들


병무청과 법무부는 왜 유씨를 '대한민국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 사회질서를 해치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으로 해석하고 있을까요?

가수 유승준씨의 입국금지 이전에는 남자 연예인들은 군대를 미룰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늦춰 입대하는 것이 불문율이었습니다. 화려한 연예활동 중에 얻을 수 있는 인기를 포기할 수 없는 일부 연예인들은 병역을 회피하거나 다양한 방법으로 입영을 연기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유씨의 입금금지 사태 이후 남자 연예인들이 입영 기한인 만 30세 이전에 입대하는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병역의무를 피할 수 없다면 일찍 군대에 갔다 온 후 연예계 활동을 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여기에 덧붙여 군필 연예인들의 호감도가 높아지면서 과거와 달리 군입대가 마이너스가 아닌 플러스 요소가 되기도 했습니다.
"만약 입국해서 연예 활동을 국내에서 한다면 지금 이 순간에도 신성하게 병역 의무를 하고 있는 우리 장병들이 얼마나 상실감이 있겠느냐" (모종화 병무청장)

병무청도 가수 유승준씨의 입국금지가 연예인들을 포함해 사회 전반에 걸친 병역 인식을 180도 바꿨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만약 유씨의 입국금지를 해제할 경우 또다시 병역회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강하게 입국 금지를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유씨는 억울하다고 주장하지만 그를 통해 군복무에 대한 인식과 사회적 풍토가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에 병무청과 법무부가 입국 금지를 해제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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