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5년 검찰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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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검찰보고서

이명박 정부 5년, 검찰을 돌아보며

하태훈 참여연대 상임집행위원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임기를 마치고 청와대를 떠나는 순간부터 사법처리의 저주에
빠져 권력의 무상함을 맛보게 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형사소추 면제특권을 잃은
지 달포도 지나지 않아 고소·고발이 잇달아 검찰의 수사를 받아야 할 처지가 되었
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도 퇴임 후 그렇게 빨리 고소당하지는 않았다. 이 전
대통령 자신뿐만이 아니라 그의 친인척과 최측근들은 이미 구속되거나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재임 기간 동안 그렇게도 든든한 우군이었던 검찰, 인사권을 통해
장악한 검찰, ‘MB검찰’이라는 오명까지 받았던 검찰로부터 수사를 받아야 할 이명박
전 대통령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그렇게도 검찰을 권력 가까이에 두고 싶어 했던 이
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검찰이 이 전 대통령 고소·고발사건 처리과정에서 ‘죽은
권력에 대해서는 한없이 가혹하고 살아있는 권력에는 더없이 관대했던 검찰’이라는
평가를 또 다시 받을지 지켜볼 일이다.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후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새로운 정권은 정치가 검찰권을 악용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더 이상 검찰
을 정치검찰의 논쟁에 휘말리지 않게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 전 대통령
은 “과거 정치가 검찰권을 이용했던 때가 없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새로운
정권에서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대통령으로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
보장, 검찰이 정치에 부당하게 개입할 경우 엄단하겠다는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이
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말을 믿는 국민은 당시에도 많지 않았을 것이고, 임기가
끝난 지금 이 시점에도 정치권력이 검찰권을 이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별로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사권을 이용한 검찰장악, 집권세력의 정치적 의도에 부응하는 검찰권 행사, 민주
주의와 인권을 후퇴시키고 공안 통치를 부활시키는데 이용된 검찰권력, 집권세력과
관계된 비리사건에 대한 무한한 관용과 부실수사 비판을 자초한 검찰, 과잉형사범죄화
시도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하는데 권한을 남용했던 검찰,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여론몰이식 수사와 표적·과잉수사의 비난을 받은 검찰, 그로써 공익의 대변자라는
소임을 다하지 않은 검찰, 비위와 일탈행위를 서슴지 않았던 일부 검사들, ‘스폰서
검사’와 ‘위장전입, 주민등록법위반 검사’가 법무부와 검찰청의 최고책임자가 되거나
책임자로 지명되었다가 사퇴할 정도로 일그러진 법무검찰····. 이명박 정부 5년은 검
찰 스스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전 방위로 보여주었다.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이 나
서서 대통령의 뜻을 받들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허물어뜨리기도 하고, 검찰 스스
로 살아있는 권력의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 온몸을 던진 5년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2010년부터 시작되어 2011년 6월까지 지속되었던 18대 국회의 사법제도개혁특별위
원회의 활동에서 가장 많은 국민적 관심을 끌었던 의제가 검찰개혁이다. 그 중에서
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해체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의 설치 등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방안이 주된 논의사항이었다. 어렵게 마련된 여야합의안을 놓고 여당 내
부에서 검찰출신 의원들의 반발이 일고 당시 검찰총장이 고검장회의에서 중수부폐
지안을 두고 ‘부정부패의 파수꾼을 무장해제하는 것’이라며 불만을 강하게 토로하자
여야 원내대표들은 한발 물러섰다. 수사와 기소의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검찰이
저항하니 국회가 중수부를 폐지하고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같은 별도의 수사기구를
신설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를 외면한 것이다. 바로 검찰이 이 시대 최대의 개혁대
상이자 동시에 개혁 저항 세력임을 보여준 것이다.

참여정부에서 정치권력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독립성을 확보한 검찰은 이명박 정부
들어 정치수단으로 활용하려는 통치술로 검찰 권력이 극대화되는 전성기를 맞았지
만 그 권력이 법과 정의의 한계치를 넘어섬으로써 검찰의 위상과 권력이 정권의 명
운과 함께하는 공멸의 위기를 맞게 된다. 법의 이름으로 법을 오염시키고 정의의 이
름으로 정의를 훼손한 ‘MB검찰’의 폐악들이 국민들 기억 속에 차곡차곡 쌓여 검찰
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간절함으로 검찰개혁의 기치를 내걸게 되었고, 대선후보들
은 이를 받아들여 한결같이 대검 중수부폐지를 골자로 하는 검찰개혁안을 공약으로
제시하기에 이르렀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의 하나인 검찰개혁은 국정목표의 추진기반으로 설정한
‘깨끗하고 신뢰받는 정부구현’을 실현하기 위한 국정과제로써 ‘청렴하고 깨끗한 정부구현’과
‘공권력에 대한 국민적 신뢰회복’에 포함되어 있다. 국민의 신뢰회복을 위하
여 중립성과 독립성이 충실히 보장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투명한 검
찰제도를 만들기 위하여 인사와 관련해서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충실하게 보장
되도록 인사제도 개선, 검사장 보직 감축, 검찰인사위원회 운영 실질화, 법무부 및
외부기관 파견 검사의 단계적·순차적 감축, 감찰징계 및 적격심사 강화 등을 제시하
였다.

박근혜 정부의 신임 채동욱 검찰총장도 취임사에서 “지난해부터 우리는 크고 작은
비리와 추문, 정치적 중립성 논란으로 국민적 공분과 비난의 파도를 맞아 표류하고
있습니다. 명예와 긍지의 상징이었던 검찰의 위상이 크게 실추되고 어렵게 쌓아온
명성도 급속히 무너졌습니다.”라고 진단하고 취임 직후 검찰개혁심의위원회를 발족
시켰다. 오욕의 시대에 반드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각오로 국민이 원하는 검찰
을 만들기 위해 검찰개혁을 이루어 내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참으로 암울한 것은 박근혜 정부도 전임 대통령과 검찰과의 관계의 폐악을
통해서 별로 배운 것이 없다는 점이다. 청와대와 검찰과의 연결 끈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하는 요소로 의혹을 받는데도 5년 전이나 지금이나 청와대 민정수석을
검찰출신으로 채워 검찰 권력을 곁에 둔 것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은 검
찰 스스로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대통령과 정치권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권
력의 의지를 대변해야 할 때 언제든지 불러 세워 수족으로 삼을 수 있는 인물을 곁
에 둔다면 검찰의 정치적 독립은 요원해 질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조직은 내부적으로는 법집행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하고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는 조직과 능력을 갖추어야 하고 외부적으로는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 법
집행의 공정성과 엄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여 법집행기관으로서 국민에
대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인권옹호와 사회정의실현에 기여하는 조직이어야 한다.
검찰개혁을 위한 최우선과제는 무엇보다도 상하관계의 위계질서를 완화시켜 검찰
내부의 민주화를 이루어내는 것과 인사제도의 개선에 있다. 조직이 관료화, 위계화,
폐쇄화되면 될수록 권력 기관화되고 정치적 영향가능성이 증가하게 되며 검찰이 정
치권력에 사유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조직의 민주화와 외적 통제만이 정치적
영향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 법치국가의 법은 통제와 억압의 도구가 아니라 시민
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장치다.

이러한 민주주의의 대명제가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훼손되었다. 그 핵심에 법무부·검찰이
자리 잡고 있다. 정치적으로 예속되어 가는 검찰, 정권의 시녀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검찰을 그대로 둘 것인가. 살아있는 권력의 의지를 실현하는데 봉사하는
검찰이 되도록 내버려 둘 것인가. 그러면 안 된다. 국가의 권력의지가 아니라 법적
의지를 실현하는 검찰조직으로 변하게 해야 한다. 그래서 ‘정치적으로 독립된 검찰’,
‘민주화의 가치와 인권의 가치를 존중하는 검찰’, ‘국민을 섬기는 검찰’이 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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