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7일 대만 의회에서는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을 놓고 여야 의원들이 돼지 내장을 투척하는 등 난투극이 벌어졌습니다.

대만 의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서로 몸싸움까지 벌인 이유는 쑤전창 행정원장의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관련 연설 때문이었습니다. 대만은 원래 미국산 육류 수입을 금지했다가 관계 개선을 고려해 내년 1월부터 락토파민이 함유된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을 허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타이페이에서는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등 야당인 국민당 의원들 뿐만 아니라 대만 국민들도 락토파민 함유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대만 의회는 과거 한국과 1,2위를 다툴만큼 폭력이 자주 벌어지는 곳입니다. 그래서인지 이번에도 한국 언론은 의회 난투극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대만이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을 반대하고 있는 본질적인 이유와 한국은 안전한지에 대한 후속 기사는 없었습니다.

한국은 미국산 돼지고기를 얼마나 수입하고 있는지, 락토파민은 안전한지 살펴보겠습니다.

한국의 돼지고기 수입량 1위는 미국산



2018년 한국에 수입된 돼지고기는 46만톤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미국산 돼지고기가 18만톤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뒤를 이어 독일, 스페인, 칠레 순이었습니다.

수입산 돼지고기 중 미국산은 2016년 10만톤, 2017년 13만톤, 2018년 18만톤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삼겹살 등을 많이 소비하고 있는 한국에서 가격이 저렴한 미국산은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삼겹살뿐만 아니라 햄이나 소시지 등에 사용되는 앞다리살도 미국산이 월등히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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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에서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발생하면서 국내에서는 '미국산 돼지고기'를 사용하는 식당이 늘어났습니다. 아예 '미국산 돼지고기'를 사용한다고 안내문을 붙인 곳도 생겼습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증가하면서 미국에서는 도축공장 등이 가동을 멈추는 등 생산량이 줄어들었습니다. 가정에서 삼겹살 소비는 증가했지만 수입량은 줄자, '금겹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가격이 상승했습니다.

대만의회에서는 미국산 돼지고기를 수입하느냐 마느냐 난투극을 벌이고 있지만, 한국은 미국산 돼지고기가 식단을 좌우할 만큼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미국 돼지고기 락토파민 잔류량 0.58%, EU-중국 등 130개 금지 



락토파민은 동물 사료에 사용되는 성장촉진제입니다. 락토파민을 사료에 첨가해서 가축에게 먹이면 지방은 줄어들고, 살코기는 늘어나는 효과가 있습니다.  1999년 미국 FDA로부터 양돈용이 승인됐습니다.

2019년 미국 농업전문신문인 '캐피털 프레스'(Capital Press)는 "미국에서 시판 중인 돼지고기 신장 부위 1040개를 수거해 페니실린 등 5가지 동물용 의약품(플루닉신·페니실린 G·락토파민·설파메타진·테트라사이클린)의 잔류량을 검사한 결과 6개(0.58%)에서만 항생제가 검출됐다"고 보도했습니다.

현재 국내돼지고기 락토파민 허용 기준인 1㎏당 0.01㎎과 비교하면 잔류량은 극히 낮은 편입니다. (대만 의원들이 돼지 내장을 던질만큼 잔류량이 많이 남는 돼지고기 신장의 허용기준치는 1㎏당 0.09mg)



미국에서 잔류량이 적게 나왔다는 보고서가 있다고 해도 맹신해서는 안됩니다. 2017년 민주당 김현권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은 락토파민 검출 불합격 실적을 보면, 미국산 쇠고기에서 락토파민이 잔류허용 기준치인 0.01mg/kg보다 많은 0.02mg/kg이 2차례나  검출됐습니다.

한국은 2001년부터 락토파민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식품의약품안전처·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습니다. 일부 국내 양돈 사육 농가에서는 락토파민이 함유된 사료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 사정은 다릅니다. 중국 정부는 락토파민을 유해물질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EU에서는 식품을 생산하는 동물에 락토파민 사용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150개국 이상이 락토파민을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락토파민'이 검출된 돼지고기를 사람이 섭취해도 피해가 발생한 사례가 없으니 안전하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동물 복지 차원에서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대만 사건을 단순히 남의 나라 의회 난투극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 이번 기회를 통해 '락토파민'의 안전성과 유해 여부, 동물 복지 등을 제대로 파악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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