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고지서가 나오면서 뉴스와 카카오톡 단톡방 등에는 문재인 정부의 세금 정책을 비난하며 '종부세 폭탄'이라는 말이 돌아 다닙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20년 종부세 고지대상자는 74만 4천명이고, 이 중 고가 주택 보유에 대해 과세하는 주택분 종부세 고지 대상자는 전 국민의 1.3% 수준인 66만 7천 명에 불과합니다.

주택분 종부세는 주택 공시가격 합산 금액이 6억 원이 넘을 경우 과세되는 데 1주택자는 9억원까지 공제됩니다. 고가의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어도 고령자나 장기 보유자는 최대 70%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종부세 고지서가 나왔더라도 과세대상자의 64.9%인 43만 2천명은 납부세액이 100만원 이하입니다. 수억 원이 넘는 주택이 가지고 있는 재산가치에 비한다면 오히려 낮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연금 月200만원인데 종부세가 445만원” 강남 은퇴자의 한숨 (문화일보)
“은퇴한 1주택자들, 종부세 부담 커… 현재 세율 낮춰야”(문화일보)
"세금 아닌 벌금" "은퇴하면 서울 살지말란 말이냐"…종부세 불만 폭주 (서울경제)

일부 언론은 주택을 보유한 은퇴연금자들이 반발하고 있다며 '세금이 아닌 벌금'이라며 '조세 저항 운동까지 제기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세금을 내기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하지만 종부세만큼은 여론이 다릅니다. 수십억 원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면 세금을 내야 하며, 오히려 지금의 종부세는 낮은 편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무주택자들이나 하는 말이라고 무시하기에는 고가의 주택 종부세를 내는 사람보다 훨씬 많은 대다수 국민이 해당됩니다. 종부세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미국의 사례와 비교해봤습니다.

한국에 비해 훨씬 높은 재산세를 부과하는 미국



미국은 종부세가 없고 대신 재산세 (Property Tax)를 냅니다. 미국의 재산세는 주마다 도시마다 다릅니다. 그래서 미국 언론이나 연방정부는 어느 주의 재산세율이 가장 높고 낮은지를 자세하게 알려줍니다.

한국 사람이 가장 잘 알고 있는 LA카운티의 경우 보통 집 가격의 1.1%~1.3%를 재산세로 납부합니다. 만약 한국돈으로 5억원의 집을 보유하고 있다면,  대략 일 년에 6백만 원을 재산세로 냅니다.

미국의 주택 가격은 한국처럼 공시지가가 아닙니다. 실제 주택가격을 철저히 조사해서 세금을 부과합니다. 한국과 다르게 미국은 리모델링 등을 했다면 주택 가치가 높아진 것으로 판단해 세금이 올라갑니다.

한국 아파트가 베란다 확장이나 리모델링, 로열층 등에 따라 가격 차이가 있어도  동일 아파트, 동일 평수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만약 한국에서 이런 식으로 세금을 부과한다면 이의 제기를 하는 민원인들로 난리가 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신도시 아파트 입주를 선호하지만 미국은 무턱대고 구입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미국 신도시 내 주택을 구입할 때는 '멜로루즈'(Mello Roos)라는 특별 세금을 내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멜로루즈'는 신도시를 조성하면서 지방 정부가 도로와 상하수도 시설, 학교, 공원 등을 조성할 때 필요한 재정을 조달하기 위한 채권입니다. 미국 지방정부는 신도시 내 주택 소유주들이 혜택을 받았으니 채권을 갚아야 한다며 재산세 고지서와 함께 납부하라고 보냅니다. 적게는 수십 만원에서 많게는 수백 만원이며, 길게는 30~40년 동안 부과될 수도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신도시에 역이 생기면서 근처 아파트의 가격이 상승했으니 아파트를 보유하거나 새로 구입하는 사람들에게 역을 만드는 비용을 세금으로 내라고 하면 어떨까요? 아파트 주민들이 모여서 피켓 시위를 하지 않을까요?

미국은 종합부동산세가 없다고 하지만 한국보다 현실적인 방식으로 주택 가격을 반영해 재산세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주택 보유에 대한 미국과 한국 은퇴자의 차이

▲미 미시간주 오클랜드 카운티가 압류한 뒤 매각한 라파엘리의 주택 ⓒ조선일보 캡처
▲미 미시간주 오클랜드 카운티가 압류한 뒤 매각한 라파엘리의 주택 ⓒ조선일보 캡처


미국에서는 한 은퇴 노인이 재산세 2만원을 체납해 지방정부로부터 주택을 압류당한 뒤 강제 매각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미국 미시간주 라파엘리는 2014년 재산세 8.41달러(약 1만8000원)를 납부하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오클랜드 카운티는 라파엘리가 보유한 약 140㎡ (42평) 크기 주택을 압류한 뒤 2만4500달러(약 2935만원)에 매각했습니다.

오클랜드 카운티는 체납 세금을 제외한 나머지 집값을 라파엘리에게 돌려주지 않았다가 소송을 당했습니다. 미시간주 대법원은 "오클랜드 카운티 당국은 체납 관련 자산을 압류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할 권한이 있지만, 압류 자산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이익 전부를 가질 권한을 의미하진 않는다"며 주택 매각 금액 중 재산세 체납액을 제외한 금액을 돌려주라고 판결했습니다.

미국도 은퇴를 해서 연금으로 사는 노인들이 재산세를 내지 못해 집을 압류당하는 사례가 종종 있습니다. 재산세를 내지 못하는 은퇴 노인들은 큰 집을 팔고 작은 평수로 옮기거나 재산세가 낮은 지역으로 이사합니다. 주택을 새로 구입하는 대신 렌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국은 아파트보다 우리가 단독주택이라고 부르는 '하우스'가 많다. 하우스를 보유한 사람들은 정원 관리, 개보수 등에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 (인건비가 비싸서 돈이 없다면 직접 해야 한다) 아이들이 많은 대가족이나 돈이 많은 사람들 외에는 하우스보다는 '타운하우스'나 콘도 등을 선호한다.

해마다 미국  언론에서는 은퇴하면 살기 좋은 주를 발표하는 데 조사 항목에는 물가나 범죄, 의료, 날씨와 함께 꼭 '세금'이 들어갑니다.

세금이 부담되는 것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비슷합니다. 다만, 한국은 주택을 투기 또는 투자로 보고 손에서 놓지 않으려고 합니다. 미국은 관리도 힘들고 재산세 때문에 힘들다면 굳이 소유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 등 생각의 차이가 있습니다.

전 국민의 1.3%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종부세를 폭탄이라고 말합니다.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미국의 재산세는 더 가혹할 뿐 아니라 폭동까지도 일어나야 할 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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