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닷새째 300명을 넘어가면서 정부가 24일 0시부터 수도권 지역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했습니다.

거리두기가 2단계로 조정되자 일부 언론에서는 영업시간 제한 등으로 피해를 보는 자영업자들의 반발을 담은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관련 기사를 보도한 언론사는 불과 며칠 전에는 2단계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던 동일 언론사입니다.

11월 19일 뉴스1 허고운 기자는 <오늘에야 1.5단계인데…전문가·시민들 "바로 2단계 상향해야>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거리두기 단계 격상에 대한 시민들의 거부감도 과거보다 덜하다."면서 "2단계 이상의 강경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3일 뒤인 22일 뉴스1 온다예, 이밝음 기자는 <'밤9시 셧다운' 술집·노래방·헬스장 "결국 망하라는 소리"> 기사를 통해 식당, 헬스장, 노래연습장 등 거리두기 2단계 시행으로 힘들어진 자영업자들의 피해 사례를 보도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두 기사를 비교하며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느냐는 댓글이 올라왔고, 왜 같은 언론사에서 서로 다른 주장이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언론 도매상 '통신사'의 특징

 

 

 

▲한국의 통신사들. 연합뉴스와 뉴스1, 뉴시스가 있다. 이중에서 연합뉴스는 뉴스구독료 명목으로 매년 정부로부터 300억원 가량의 돈을 받는다.
▲한국의 통신사들. 연합뉴스와 뉴스1, 뉴시스가 있다. 이중에서 연합뉴스는 뉴스구독료 명목으로 매년 정부로부터 300억원 가량의 돈을 받는다.

 



뉴스1은 통신사입니다. 통신사는 자사 취재 기자 등을 통해 작성된 뉴스를 다른 언론사에 제공하는 언론 도매상입니다. 스트레이트 기사를 중심으로 속보 등을 빠르게 보도하고, 다른 언론사들은 돈을 주고 기사를 사서 보도합니다.

통신사의 특성상 뚜렷한 논조보다는 이슈와 사건이 터지면 그때그때 필요한 기사만을 빠르게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통신사에는 각기 다른 주장을 담은 이야기가 여러 편의 기사로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뉴스1은 1.5단계에서는 2단계로 격상하자는 전문가와 시민들의 주장만을 취재해 보도했고, 2단계에서는 피해를 보는 자영업자들의 인터뷰만 모아 기사로 담아 보도했습니다. 통신사가 뉴스를 보도하는 방식 중의 하나입니다.

돈 주고 구입한 기사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 

 

 

 

 

▲동아일보가 구입해 보도한 뉴스1 기사들. 동아일보 온라인 사이트에 올라왔지만, 기사는 뉴스1 통신사가 작성했다. ⓒ동아일보 캡처
▲동아일보가 구입해 보도한 뉴스1 기사들. 동아일보 온라인 사이트에 올라왔지만, 기사는 뉴스1 통신사가 작성했다. ⓒ동아일보 캡처

 



동아일보는 뉴스1의 <‘밤9시 셧다운’ 술집·노래방·헬스장 “결국 망하라는 소리”><“연말장사 접으란 거죠” 2단계 발표에 강남 밤거리 벌써 찬바람>이라는 동일 제목의 기사를 동아일보 사이트에 게재했습니다.

두 기사만 보면 거리두기 2단계 시행으로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심각해 잘못된 정책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뉴스1의 < 전문가들 “상태 심각…1.5단계 뛰어넘고 2단계 바로 높여야”>를 함께 보면 2단계 격상이 필요한 배경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뉴스를 읽는 독자들을 위해서 각기 다른 두 그룹의 주장을 함께 담아 보도했다면 이번 사태를 더 넓고 깊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통신사의 기사를 그대로 보도하다보니 완전히 다른 입장의 기사만을 따로 따로 보도해 독자들은 혼란을 겪게 됩니다.

통신사의 뉴스를 구입하는 언론사들은 대부분 속보나 이슈를 자극하는 기사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심합니다. 수많은 온라인 뉴스에서 독자들의 클릭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관련기사:속보 경쟁이 불러온 오보 대참사)

뉴스를 읽는 독자를 위해서 일방적으로 한쪽의 주장만을 담아 보도하는 기사보다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 기사도 연결돼 있으면 이해에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언론은 하지 않습니다.

통신사의 기사를 많은 언론이 구입해 보도하고 있습니다. 같은 기사를 여러 곳에서 보도한다고 그 기사가 무조건 진실이고 여론이라고 믿는 일은 경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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