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 신공항을 '노무현 국제공항'으로 이름을 붙이자는 말이 나왔습니다. 처음 시작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였습니다.

안 대표는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가덕도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내년 부산시장 보궐 선거 때문"이라며 "검증위 발표가 나자마자 여당에선 가덕도 신공항을 기정사실로 하고, 노무현 공항’이라는 명칭까지 흘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국 전 장관은 페이스북에 안 대표의 주장을 보도한 기사를 공유하면서 "이런 비난 기꺼이 수용하여 공항명을 지으면 좋겠다. "가덕도 노무현 국제공항""이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온라인과 정치권에서는 '노무현 국제공항'을 두고 뜨거운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명칭입니다.

인명(人名)공항 중 정치인 이름이 가장 많아

▲전 세계적으로 정치인의 이름을 사용하는 공항 리스트 ⓒ대한항공뉴스룸
▲전 세계적으로 정치인의 이름을 사용하는 공항 리스트 ⓒ대한항공뉴스룸


한국 공항들의 이름은 김포공항, 제주공항, 김해공항처럼 도시나 지역 이름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유명인의 이름을 딴 공항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모차르트, 쇼팽, 존 레논,나폴레옹처럼 사람의 이름을 따서 지은 공항을 '인명(人名)공항'이라고 합니다. 공항 이름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직업은 정치인입니다.

대한항공 뉴스룸이 소개한 세계 인명 공항을 보면 미국에는 뉴욕의 존 F. 케네디 공항, 조지 부시(휴스턴), 로널드 레이건(워싱턴), 에이브러햄 링컨(스프링필드) 등 대통령을 비롯해 하츠필드-잭슨(애틀랜타), 테드 스티븐스(앵커리지), 매캐런(패러다이스), 라과디아(뉴욕), 안토니오 B, 원 팻(괌) 등 정치인의 이름을 딴 공항이 많습니다.

미국 외에도 프랑스 파리의 샤를 드골 공항을 비롯해 나폴레옹(아작시오), O. R. 탐보(요하네스버그), 베니토 후아레스(멕시코시티), 반다라나이케(콜롬보), 수카르노-하타(자카르타), 니노이 아키노(마닐라), 피어슨(토론토), 바츨라프 하벨(프라하), 아타튀르크(이스탄불), 벤구리온(텔아비브), 인디라 간디(뉴델리), 응우라라이(자카르타), 니콜라우 로바토(달리), 호세 마르티(아바나), 조모 케냐탸(나이로비), 이맘 호메이니(테헤란) 등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정치인의 이름을 딴 공항이 생소하거나 낯설게 느껴지지만, 전 세계에서 운용되는 공항 이름을 보면 그리 신기한 일만은 아닙니다.

지역 주민과 국민, 정치권의 합의가 있어야 가능 

동남권 신공항 이름을 '노무현 국제공항'으로 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우선 신공항을 가덕도로 추진한다는 결정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가덕도공항이 생긴다 해도 지역 주민들과 국민, 정치권의 합의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대만의 '타이완타오위안국제공항' 모습 ⓒwikimedia commons
▲대만의 '타이완타오위안국제공항' 모습 ⓒwikimedia commons


정치권이나 국민들의 합의가 없다면 '타이완 타오위안국제공항'처럼 정치적인 상황으로 이름이 바뀌는 등 복잡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원래 타오위안국제공항의 이름은 대만 초대 총통이자 국민당을 이끌었던 장제스의 이름을 딴 '장제스국제공항'이었습니다.

대만은 국민당이 계속 집권하다가 2004년 민주진보당으로 넘어갑니다. 2006년 쑤전창 대만 행정원장은 공항 명칭에서 장제스 이름 삭제를 추진하고 결국 '타이완 타오위안국제공항'으로 바뀝니다. 그런데 2008년 민진당의 천수이볜 총통이 물러나고 국민당이 다시 집권하면서 장제스공항으로 다시 바꾸려고 했지만 쉽지 않아 포기합니다.

당장 민주당과 정부가  '노무현 국제공항'을 추진한다고 해도 정권이 바뀌면 노무현 대통령의 이름을 빼자는 움직임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한국은 정치적 갈등이나 과거 독재자의 횡포 때문에 정치인의 이름을 붙이는 자체에 거부감이 들거나 부담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과 국민들이 원한다면 온라인 투표 등을 통해 충분히 고려해볼 수는 있습니다.

정치인에 대해서 무조건 혐오감을 갖고 처음부터 안 된다고 하기보다 '노무현'이라는 이름을 붙였을 때 효과가 얼마나 될지, 지역주민들이 애정을 갖고 이용하는지 등을 검토해 볼 필요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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