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지사가 자신의 대권행보를 위해 제주도 공공기관을 사적으로 움직인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지난 10일 원희룡 지사는 서울 여의도 정치카페 HOW’S(하우스)에서 제주연구원과 박수영·김병욱·이영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AI 혁명과 미래교육’토론회에 참석해 축사를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원 지사는 "학력격차와 기초학력미달 문제는 코로나 사태에서 발생할 구조적 문제를 인지하지도 대비하지도 못한 채, 코로나 확산 방지에 골몰해 등교 인원 숫자에만 매달린 교육부에 책임이 있다"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원 지사가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핵심은 왜입니다. 대권 도전을 공식화한 원희룡 지사가 반문재인 세력을 결집하는 대선 후보로 나서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됩니다.
제주연구원의 수상한 서울 토론회
원 지사가 참석한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곳은 '제주연구원'입니다. 김상현 제주연구원장이 사회를 맡아 토론회를 이끌었습니다.
김 원장은 원 지사와 같은 서울대 82학번이며 원희룡 지사 사조직 논란을 불러일으킨 그린빅뱅위원회 위원장과 미래전략위원회 정책고문 출신입니다. 제주연구원장 인사청문회 당시에도 원 지사와 돈독한 사이임을 인정하는 등 측근으로 분류됩니다.
제주연구원은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제주에는 보도자료도 배포하지 않았고, 홈페이지에도 행사 소식을 게재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제주도 서울본부가 중앙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섰습니다.
강영진 제주도 서울본부장은 지방선거에서 원희룡 선거캠프 공보단장이었습니다. 민선6기 도청 공보관을 거쳐 서울본부장에 임명됐습니다. 강 본부장이 제주도 서울본부를 맡으면서 도민이 아니라 원희룡 지사의 대선 전초기지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제주연구원이 제주 아이들의 미래 교육을 위한 토론회를 서울 여의도에서 도민 모르게 개최했다는 점이 이상해보입니다.
박수영 의원이 만난 사람은 제주지사가 아니라 대선후보?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원희룡 제주지사가 축사를 한 세미나를 제주연구원과 공동주최했다"고 밝혔습니다.
박 의원은 "오후에는 윤희숙 의원이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하고, 저녁에는 유력한 부산시장 후보와 통화했다"면서 "이쯤 되면 대통령, 서울시장, 부산시장 후보들과 함께 세상을 도모해 볼 수 있을까요?"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국민의힘 박 의원이 만난 사람은 제주 아이들의 교육을 걱정하는 제주지사가 아니라 대선후보 원희룡이었던 것입니다.
토론회가 열렸던 'HOW’S(하우스)'는 오신환 전 국민의힘 의원이 개설한 오프라인 정치 카페입니다. 개소식에 원희룡 지사도 참석하는 등 주로 오세훈, 윤창현, 신보라 등 국민의힘과 보수 정치인들의 만남의 장소입니다.
도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제주연구원이 국민의힘 의원들과 여의도에서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마치 원희룡 제주지사가 대권주자 원희룡을 위해 셀프로 만든 행사처럼 보입니다. 원 지사가 자신의 정치적 욕망을 위해 제주도 공공기관을 사적으로 이용하는 일은 사라져야 할 적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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