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지사가 자신의 대권행보를 위해 제주도 공공기관을 사적으로 움직인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지난 10일 원희룡 지사는 서울 여의도 정치카페 HOW’S(하우스)에서 제주연구원과 박수영·김병욱·이영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AI 혁명과 미래교육’토론회에 참석해 축사를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원 지사는 "학력격차와 기초학력미달 문제는 코로나 사태에서 발생할 구조적 문제를 인지하지도 대비하지도 못한 채, 코로나 확산 방지에 골몰해 등교 인원 숫자에만 매달린 교육부에 책임이 있다"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원 지사가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핵심은 왜입니다. 대권 도전을 공식화한 원희룡 지사가 반문재인 세력을 결집하는 대선 후보로 나서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됩니다.

제주연구원의 수상한 서울 토론회

▲제주연구원 홈페이지에는 지난10일 여의도에서 개최된 토론회 일정이 게시되지 않았다 ⓒ제주연구원 홈페이지 캡처
▲제주연구원 홈페이지에는 지난10일 여의도에서 개최된 토론회 일정이 게시되지 않았다 ⓒ제주연구원 홈페이지 캡처


원 지사가 참석한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곳은 '제주연구원'입니다. 김상현 제주연구원장이 사회를 맡아 토론회를 이끌었습니다.

김 원장은 원 지사와 같은 서울대 82학번이며 원희룡 지사 사조직 논란을 불러일으킨 그린빅뱅위원회 위원장과 미래전략위원회 정책고문 출신입니다. 제주연구원장 인사청문회 당시에도 원 지사와 돈독한 사이임을 인정하는 등 측근으로 분류됩니다.

제주연구원은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제주에는 보도자료도 배포하지 않았고, 홈페이지에도 행사 소식을 게재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제주도 서울본부가 중앙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섰습니다.

강영진 제주도 서울본부장은 지방선거에서 원희룡 선거캠프 공보단장이었습니다. 민선6기 도청 공보관을 거쳐 서울본부장에 임명됐습니다. 강 본부장이 제주도 서울본부를 맡으면서 도민이 아니라 원희룡 지사의 대선 전초기지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제주연구원이 제주 아이들의 미래 교육을 위한 토론회를 서울 여의도에서 도민 모르게 개최했다는 점이 이상해보입니다.

박수영 의원이 만난 사람은 제주지사가 아니라 대선후보?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원희룡 제주지사가 축사를 한 세미나를 제주연구원과 공동주최했다"고 밝혔습니다.

박 의원은 "오후에는 윤희숙 의원이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하고, 저녁에는 유력한 부산시장 후보와 통화했다"면서 "이쯤 되면 대통령, 서울시장, 부산시장 후보들과 함께 세상을 도모해 볼 수 있을까요?"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국민의힘 박 의원이 만난 사람은 제주 아이들의 교육을 걱정하는 제주지사가 아니라 대선후보 원희룡이었던 것입니다.

토론회가 열렸던 'HOW’S(하우스)'는 오신환 전 국민의힘 의원이 개설한 오프라인 정치 카페입니다. 개소식에 원희룡 지사도 참석하는 등 주로 오세훈, 윤창현, 신보라 등 국민의힘과 보수 정치인들의 만남의 장소입니다.

도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제주연구원이 국민의힘 의원들과 여의도에서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마치 원희룡 제주지사가 대권주자 원희룡을 위해 셀프로 만든 행사처럼 보입니다. 원 지사가 자신의 정치적 욕망을 위해 제주도 공공기관을 사적으로 이용하는 일은 사라져야 할 적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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