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윤 총장이 대통령 후보 지지율 1위로 올라선 것은 지난 1월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 후보로 포함된 이후 이번이 처음입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윤 총장은 24.7%로 1위를 차지했고,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22.2%로 2위,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8.4%로 3위였습니다.

오차범위지만 윤 총장이 1위로 올라서면서 그동안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 등 여권 중심의 대권주자 양강구조가 깨진 셈입니다.

윤석열 총장 1위 여론조사에 숨겨진 비밀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7~9일 전국 만 18살 이상 10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사방법: 유선 전화면접 23%, 무선 ARS 77%. 응답률: 3.8%.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한길리서치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론조사에서 윤 총장이 대권주자 1위로 나온 가장 큰 이유는 '유선전화' 비중이 높았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이번 한길리서치 여론조사의 유선 비중은 23%였습니다. 한국갤럽(15%)과 리얼미터(20%)의 유선 비중과 비교하면 다소 높았습니다. 유선전화는 고령층에서 많이 사용합니다. 고령층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보수 성향을 보입니다.

또한 다른 여론조사와 비교해 응답률(3.8%)이 약간 낮은 편입니다. 응답률이 낮다고 여론조사 신뢰도가 무조건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응답률이 낮을수록 극단적인 지지층의 의견이 더 반영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보수층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윤석열 검찰총장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11월 7일부터 9일까지전국 만 18살 이상 10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차기 대권주자 후보 ⓒ한길리서치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11월 7일부터 9일까지전국 만 18살 이상 10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차기 대권주자 후보 ⓒ한길리서치


여론조사 방식을 고려해도 이번 차기대권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는 윤 총장의 지지층이 누구인지 확실히 알 수 있는 데이터를 보여줍니다.

윤 총장은 충청(33.8%), 부산·울산·경남(30.4%), 대구·경북(27.3%) 지역에서 지지율이 높았습니다. 이 지역들은 민주당이 약세인 지역이자 보수텃밭입니다. 보수층이 윤 총장을 지지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정당별 지지율을 보면 확실하게 드러납니다. 국민의힘은 무려 62%가 윤 총장을 선택했습니다. 의외인 것은 국민의당 지지자들이 안철수 대표와 비슷하게 윤 총장을 지지했다는 점입니다.

정치 성향을 보면 보수와 중도 모두 윤 총장을 선택했습니다. 또한 윤 총장은 이낙연 대표보다 가정주부인 여성들로부터 더 많은 지지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는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의 이름은 없습니다. 질문지 문항에서 오세훈, 황교안, 원희룡 등 국민의힘 대선 후보들은 아예 나오지 않습니다.결국,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을 싫어하거나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윤 총장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반문재인 세력 결집? 집권 4년차 굳건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11월 7일부터 9일까지전국 만 18살 이상 10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 결과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11월 7일부터 9일까지전국 만 18살 이상 10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 결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권주자 1위로 올라섰다고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윤 총장을 선택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도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5년 대통령 단임제인 우리나라에서 집권 4년차 대통령들의 지지율은 30%대로 떨어지는 등 바닥을 기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입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평가를 보면 여전히 40%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이 반문재인 세력을 결집해 대선에 나가도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정권 심판론만으로는 정권 교체가 힘들 수 있습니다. 윤 총장을 제외하고는 대선에 승리할 수 있는 마땅한 후보도 없습니다.

설령 윤 총장이 대선 후보로 출마한다고 박근혜·이명박을 저격했던 사례가 있어 무조건 국민의힘 인물로 보기도 어렵습니다. 윤 총장 입장에서도 반문재인 중도 성향의 이미지가 훨씬 유리합니다.

윤석열 지지율 1위가 오히려 마이너스인 '국민의힘 '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일부 대선잠룡들의 김종인 눈치보기식 소심행보는 윤 총장의 소신 발언과 권력에 굴하지 않는 강인한 모습과 비교돼 윤 총장만 부각시키고 있다"면서 "야권이 김 위원장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윤석열 신드롬은 점점 더 강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윤 총장이 대권후보 여론조사 지지율 1위를 했다는 뉴스를 보며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와 실망, 그리고 정권 교체를 바라는 마음이 얼마나 큰지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런 국민의 마음을 읽지도 못하고 아직도 대안 인물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는 야권의 무기력함을 적나라하게 보여드려 송구한 마음"이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현직 검찰총장이 대권주자 1위로 나온 것이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은 아닙니다. 언뜻 보면 민주당이 훨씬 불리한 상황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제1야당의 존재를 사라지게 만들어 국민의힘이 마이너스입니다.

외부에서 대선주자로 주목 받던 후보들이 막상 선거에는 나오지 못했던 사례를 본다면 윤 총장이 대선 바람잡이 역할만 하다가 끝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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