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지사가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11일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한 원 지사는 '대선에 출마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예, 준비하겠다"라고 답했습니다. 원 지사는 "경선을 이겨야 출마하는 것"이라며 "경선을 이길 수 있는 준비를, 1단계 자체 정비를 많이 하고 있다. 조만간 국민들에게 밝히겠다"고 말했습니다.

정운갑 앵커가 구체적인 시점을 묻자, 원 지사는 "가급적 10월, 11월 좀 더 구체화하고 손에 잡히는 이런 부분들로 국민들에게 제시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밝혔습니다.

원 지사는 야권 대선 경쟁자로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꼽았습니다. 이어서 원 지사는 "본선경쟁력에서 원희룡만의 존재감, 경쟁력, 확장성을 입증해야 하는데 시간은 충분하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여권 내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 두 후보 중 누가 더 버거운가'라는 질문에 "현 문재인 정부가 잘하고 있고, 그것을 이어 받겠다고 하는 상대는 너무 쉬운 상대이고, 다 잘못됐고 새롭게 뜯어고치겠다고 나오는 후보가 어려운 후보"라고 답했습니다. 간접적으로 이재명 경기지사가 어려운 상대라는 뜻을 밝힌 셈입니다.

원희룡 제주지사 출마 소식에 좋았다가 우울해진 제주도민들



원 지사는 이미 7월에도 대권 출마 의사를 밝힌 적이 있습니다. (관련기사: 기자 피해 줄행랑쳤던 ‘원희룡 제주지사’ 알고보니 성형외과 다녀왔다.)

원 지사의 대권 출마 소식이 뉴스에 나올 때마다 일부 제주도민들은 환영(?)의 뜻을 SNS에 올립니다. 그 이유는 원 지사가 빨리 사퇴해 제주도지사를 새로 선출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원 지사가 대선에 출마한다고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민선7기 제주도지사의 임기는 2022년 6월 30일까지고 , 20대 대통령선거는 2022년 3월 9일입니다. 공직자가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선거 90일 전인 2021년 12월 9일에는 사퇴해야 합니다.

원 지사가 내년 12월에 사퇴하면 남아 있는 제주도지사 임기가 1년 미만이라 재보궐선거는 실시하지 않게 됩니다. 올해 사퇴하면 가능성은 있지만, 대선에 출마해도 "경선에 뛰면서 지사직을 사직한 사례는 없다"라고 말한 적이 있어 최대한 버틸 것으로 보입니다.

대권에 마음 뺏긴 원 지사를 바라보는 씁쓸한 제주도민들 

▲한국갤럽의 2020년 상반기 민선7기 시도지사 직무수행평가 여론조사 결과 ⓒ한국갤럽
▲한국갤럽의 2020년 상반기 민선7기 시도지사 직무수행평가 여론조사 결과 ⓒ한국갤럽


원 지사의 직무수행평가를 보면 2019년 상반기에는 40%까지 하락하는 등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작년 하반기와 올해 상반기 긍정적인 평가가 소폭으로 올랐지만, 하위권 부산 오거돈, 대구 권영진, 울산 송철호 시장 등이 논란 있는 인물들이라는 점을 놓고 보면 그리 좋은 평가는 아닙니다.

특히 지난 8월 KBS제주방송총국이 실시한 여론조사결과를 봐도 긍정평가 44.2%, 부정평가 45.9%로 부정평가가 1.7%포인트 높았습니다. 제주 제2공항과 비자림로 갈등, 행정시장과 공공기관장에 대한 보은인사 논란 등으로 제주도민들이 원 지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원 지사에 대한 도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한 가운데 대권 도전을 위해 '제주서울본부'를 사유화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지난 9월 제주도의회 회의 중 문종태 도의원은 "서울본부 전체 14명(현원 12명) 중 임기제 공무원이 9명인데, 이 중 상당수는 지난 지방선거 직전 퇴직한 후 원 지사가 당선되자 복직된 인사"라며 "결국 도민 혈세로 선거 공신들의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있던 셈이다. 도민이 부여한 권한을 자신의 대권 도전을 위해 사유화하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공짜피자 선거법 위반, 지사직 잃을 수도 

▲2020년 1월 2일 원희룡 제주지사는 피자 25판을 구입한 뒤 제주도 '더큰내일센터' 프로그램 참가가 100여명에게 제공했다. 원 지사는 이를 자신의 개인 홍보 유튜브 계정에 올렸다 ⓒ유튜브 화면 캡처
▲2020년 1월 2일 원희룡 제주지사는 피자 25판을 구입한 뒤 제주도 '더큰내일센터' 프로그램 참가가 100여명에게 제공했다. 원 지사는 이를 자신의 개인 홍보 유튜브 계정에 올렸다 ⓒ유튜브 화면 캡처


지난 2월 제주도선관위는 원 지사가 '공짜 피자'를 나눠줬다며 검찰에 고발했고,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원래 10월 14일이 첫 공판이었지만, 변호인단을 바꾸면서 재판기일 연기 신청을 했습니다.

작년 2월 원 지사는 지방선거 당시 공식선거 운동 전에 지지를 호소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지만 벌금 80만원을 받아 당선무효형을 겨우 면한 적이 있습니다.
<공직선거법 제113조 제1항>
"국회의원·지방의회의원·지방자치단체의 장·정당의 대표자·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포함한다)와 그 배우자는 당해 선거구 안에 있는 자나 기관·단체·시설 또는 당해 선거구의 밖에 있더라도 그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자나 기관·단체·시설에 기부행위(결혼식에서의 주례행위를 포함한다)를 할 수 없다"

지난 번 재판과 달리 이번에는 피자를 공짜로 지급했다는 증거가 있어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도지사직을 잃게 됩니다. 그런 까닭에 원 지사는 이재명 지사 대법원 판결 파기 환송을 이끈 엘케이비앤파트너스 소속 변호사를 추가로 선임하는 등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습니다.

원 지사는 대학 입학을 위해 제주를 떠난 뒤 그다지 제주에 관심이 있던 인물은 아니었습니다. 육지에서 국회의원을 하다가 제주도지사 선거에 나오기 위해 내려왔을 뿐입니다. 그래서 늘 중앙정치에 목말라했고, 노골적인 정치 행보는 제주도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관련기사:12년간 단 한 번도 ‘4.3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던 제주 지사)

대학 전국 수석에 중앙정치 무대에서 활동했다는 스펙만으로 그를 선택했던 일부 제주도민들은 많은 후회를 하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제대로 된 제주도지사를 뽑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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