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일가 건설회사를 통해 피감기관으로부터 수천억 원대 공사 특혜 수주 의혹을 받고 있는 박덕흠 의원이 국민의힘을 탈당했습니다.

23일 박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국민의힘을 떠나려 한다"며 "그동안 불거진 의혹은 제 개인과 관련된 의혹이기에 진실을 규명하면서도 당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당적을 내려놓는 판단이 옳다고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국민의힘: 뇌관이 스스로 꺼졌다.

박 의원 탈당으로 국민의힘은 일단 한시름 놓았다는 분위기입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박 의원은 시한폭탄을 터트리는 끔찍한 뇌관이었습니다.

만약 박 의원의 특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가뜩이나 의석으로 밀리던 여당에 완전히 주도권을 뺏기게 됩니다. 추미애 장관 아들 휴가 특혜 의혹을 제기하며 우위에 섰던 정치적 공세 전략이 모두 물거품이 됩니다.

박 의원 사건이 추석까지 이어질 경우 민심이 돌아서면서 그나마 상승세를 유지했던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은 뚝 떨어질 수도 있었습니다.

이 모든 부담감을 안고 당 차원의 자체 진상조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박 의원이 탈당하면서 이 모든 제약에서 벗어났습니다.

박 의원은 당 지도부와 조율된 결정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당 지도부 입장에서는 박 의원에게 절이라도 하고 싶은 입장이었을 겁니다.
박덕흠: 나는 희생양이었다

박 의원이 탈당한 가장 큰 이유는 당내 분위기가 싸늘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의원이 건설회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해충돌에 관련된 부서에는 가능하면 안 가는 게 맞았다”면서 “정치적, 도덕적 책임은 분명히 져야 한다”고 대놓고 책임을 요구했습니다.

하태경 의원도 페이스북에 “문제는 이해충돌 소지가 분명한데도 관련 상임위 맡았다는 것”이라며 “주식 백지신탁 만으로는 허점이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바로 잡아야 한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당 차원의 진상조사가 시작되면 박 의원의 문제점이 낱낱이 드러나거나 필연적으로 징계가 뒤따르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럴 바에는 당에 부담감을 덜어주고 모양새 있게 탈당해 나중을 기약하는 편이 낫습니다.

박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조국 사태 이후 올해 윤미향·추미애 사태에 이르러 공정과 정의의 추락이 극에 달했다"며 "현 정권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에 정치적 의도를 갖고 저를 희생양 삼아 위기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박 의원의 주장은 조국, 윤미향, 추미애 장관을 자신과 묶어서 물타기를 하는 전략입니다. 마치 이들이 억울하면 나도 억울하니 결백하다는 식의 황당한 논리입니다.

그러나 박 의원이 착각하는 것이 그들과 달리 이 사건은 수천억 원이라는 구체적인 금액이 제시됐고 일가들이 명확하게 회사를 소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혜 수주 비리와 부정 청탁, 배임 횡령 등이 구체적으로 입증된다면 모호한 정치적 공방으로만 끝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민주당: 타깃이 사라졌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됐습니다. 여당과 정부를 가장 옥죄는 공정성 시비 정치적 공세를 한 방에 무너뜨리고 여론을 주도할 수 있는 호재(?)였습니다. 그런데 타깃이 사라졌습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박 의원에게 국민이 원하는 것은 즉각적인 국회의원 사퇴"라며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가 수사를 받으라"고 요구했지만, 박 의원이 따를지는 의문입니다.

이제 사건의 규모는 국민의힘 차원의 비리가 아닌 개인의 일탈로 확 줄어들었습니다. 민주당 입장에서 남아있는 전략은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뿐입니다. 그러나 국회법 163조를 보면 경고, 사과, 의원 수당 감액, 30일 이내 출석 정지 등이 전부입니다.

국회의원 제명도 있지만, 제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70년이 넘는 의정사에서 딱 한 명 YS만 유일하게 제명당했습니다.

민주당이 이 사건을 제대로 풀려면 국회의원 제명을 통해 박 의원의 의원직을 박탈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럴 경우 단순한 의혹 사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비리를 저지르면 국회의원 특권도 사라진다는 교훈을 남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회 의결 정족수인 재적의원 3분의 2(200명)를 넘기는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박덕흠 의원 사건도 정치인 비리처럼 유야무야, 흐지부지 끝날 것 같아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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