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학의놀이'라는 이름의 게시물들이 종종 올라오고 있습니다. 학의 분기점 도로 표지판과 함께 남성이 웃고 있는 사진이 합성된 이미지가 포함돼 있는데, 아래와 같은 제목과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주말에 막히나요? 저쪽으로 빠져서 별장 가야 하는데'
'여기로 도망가면 검찰이 못 알아봅니다'
'여기 지나갈 때 블루스 한 번 추고 지나가셔야 합니다'

'학의놀이'는 도로 표지판을 넘어서 '학의'라는 말을 비슷하게 이용한 '학익스', '수학의 정수' 등이라는 합성 이미지까지 만들어져 올라왔습니다.

본인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저작권 없는 이미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학의놀이 관련 설명. 김학의 전 차관이 본인이 아니라고 주장하기에 '아무나 가져다 써도 되는 초상권 없는 사진'이라는 제목이 붙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학의놀이 관련 설명. 김학의 전 차관이 본인이 아니라고 주장하기에 '아무나 가져다 써도 되는 초상권 없는 사진'이라는 제목이 붙었다.


'학의놀이' 게시물에는 '아무나 가져다 써도 되는 초상권 없는 사진'이라는 제목과 함께 '김학의랑 아주 닮았는데 본인이 아니라고 하니 아무나 쓰셔도 됩니다'라는 설명이 달려 있습니다. 별장 성접대 사건 관련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가리키는 일종의 정치 풍자입니다.

2013년 박근혜 정부는 법무부 차관에 김학의 대전고등검찰청 검사장을 임명합니다. 김 차관이 임명된 이후 별장 성접대 사건이 터집니다. 건설업자 윤중천이 전현직 고위층 인사를 원주 별장에서 성접대하는 동영상에는 김학의 차관과 유사한 인물의 낯 뜨거운 장면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당시 사건을 접한 국민들은 모두들 경악했습니다. 건설업자가 검찰 간부에게 성접대를 하면서 마약과 최음제 등을 사용해 강제로 성폭행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김학의 법무부 차관은 관련 사건을 전면 부인했지만 "저의 이름과 관직이 불미스럽게 거론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저에게 부과된 막중한 소임을 수행할 수 없음을 통감하고, 더 이상 새 정부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직을 사임하는 것"이라며 임명 6일 만에 사퇴했습니다.

동영상 속 인물과 김학의는 동일, 그러나 1심은 무죄 

2013년 검찰은 1차 조사에서 김 전 차관에 대한 특수강간 사건을 '무혐의'로 결정을 내립니다. 이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발족된 대검찰정 과거진상조사위원회가 재조사를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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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15일 김학의 전 차관은 검찰의 소환 조사에 불응하고, 3월 22일 밤에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을 시도합니다. 당시 김 전 차관은 자신과 비슷한 외모의 남성을 내세우고, 본인은 선글라스와 목도리로 얼굴을 숨기는 등 마치 첩보 영화와 같은 모습이 연출됐습니다.

2019년 5월 김학의 전 차관은 뇌물과 성접대 혐의로 구속됩니다. 2013년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이 불거진 지 6년 만이었습니다.

YTN이 공개한 고화질 동영상 원본을 봐도 김학의 전 차관의 얼굴이 뚜렷하게 보이지만, 김 전 차관은 1심 재판에서 본인은 별장에 간 사실이 없으며 동영상 속 남자도 자신이 아니라고 부인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김 전 차관이 윤 씨로부터 성접대를 받은 사실이 인정되며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 동일하다고 판결문에 명시했습니다. 하지만 김학의 전 차관은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와 증거 부족 때문이었습니다.

2020년 6월 김 전 차관의 항소심 첫 재판이 열렸습니다. 검찰은 건설업자 윤중천씨를 증인으로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언론이 보도하지 않거나 주목하지 않으면 일반인들은 범죄의 결말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잘 모릅니다. '학의놀이'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혀진 사건을 다시 끄집어 내는 '매개체'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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